-일반주택시장의 미미한 거래-
지난 2년 동안 “어느 곳, 어떤 주택을 얼마에 팔려고 하는데 팔아야 할까요?”라는 질문이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하루에 두세 건씩 이런 내용의 질문이 들어오고 있다. 바닥시세보다 1000-2000만 원씩 내려 팔라는 중개업소의 권유를 받게 되면, 과연 팔아야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리라.
팔고 사겠다는 주택의 규모가 대부분 30평대나 40평대임이 예전과 다르다. 20평대나 15평 이상 소형주택들은 이미 거래가 끝났다고 봐야할까? 아니면, 지난 2-3년 동안 소형은 그런대로 거래가 이루어져 팔겠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이제 중형으로 불이 옮겨 붙고 있다고 봐야 할까? 아무튼 좋은 징조임은 틀림없을 것이다.
팔겠다는 주택들은 전세 안고, 대출 낀 주택들이다. 따라서 팔고 나면 남는 돈도 없다. 그동안 대출이자 감당에 어려움을 겪었고, 세입자들과도 마음이 편치 못했을 것이기에 훌훌 털어버리겠다는 매도인의 심정에 이해가 간다.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부동산 매매에 있어서 매수인을 놓치는 일은 후회할 수 있으니 잘 판단하시라는 답을 드린다.
지금의 부동산 거래는 전세에 식상한 세입자들이 이참에 내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수요자들이다. 따라서 이런 실수요자들은 아무래도 값이 내려있는 기존주택시장을 기웃거리게 되고, 중개업소들은 그러한 실수요자들을 만나게 되면 온 동네를 뒤져서라도 매도인을 찾아 흥정을 붙이게 된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고 했으니 부디 잘해보시라.
-대마불사(大馬不死)도 옛말이다.
대마불사란 바둑에서 큰 집으로 뭉쳐있는 말은 죽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대마인 1기 신도시나 판교는 어떤가? 한마디로 죽을 맛이리라. 거기까지는 전혀 온기가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새 정부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 정책이란 놈이 파란 옷을 입고 나올지, 빨간 옷을 입고 나올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다.
판교는 2006년 분양 당시 3.3㎡당 1600-1800만 원에 분양을 했었고, 2009-2010년경에는 3000만 원에 육박했었다. 2013.2.말 값은 1800-2200만 원으로 주저앉았으니 이제 다시 분양가로 환원한 셈이다. 대출 몽땅 안고 집 사신 분들은 어떤 비유로 표현해야 할까? 그동안 높은 이자 물어가며 살았으니 고급 호텔에서 살았다고 해두자.
1기 신도시들도 서럽기는 목포의 눈물이고, 과천도 울고 넘는 박달재 처지가 돼버렸다. 2007년의 매매 값에 비해 분당은 37.6%, 일산은 31.4%, 평촌은 26.4%, 산본은 14%, 중동은 3.7%가 날아가 버렸다. 무정한 세월을 원망해야 할지, 세종시를 원망해야 할지 주름진 손등으로 연방 눈물을 닦아내는 말년 은퇴자는 할 말을 잃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2년 말 부채가 138조 1000억 원으로서 국가부채 445조9000억 원의 1/3을 짊어지고 있다. 앞으로 도저히 신규 사업을 감당할 수 없음에도 또 짓겠다고 한다. 매매 불가능한 임대주택이 37%에 달해 실질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음에도 새 정부에서는 왜 보고만 있을까? 제발 부채 정리하고 주택은 천천히 지으시라.
-분양계약 해지해 줄 사람 거기 누구 없소?-
요즘 살기가 어려워지자 생계형 절도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고기를 먹고 싶어 하는 어린 자식이 눈에 밟혀 수퍼에서 슬쩍 하다가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된 엄마가 있다. 그의 눈물은 보통사람의 눈물이 아니라 애처로운 서민들의 피눈물일 것이다. 고기를 먹고 싶어 하는 자식이나 거래가 있기를 기다리는 부동산이나 그 처지가 그 처지 아닐는지?
그러나 그 자식이 커서 엄마 맘대로 되던가. 사 놓은 부동산이 내 맘대로 되던가. 아파트는 분양받아 놨으나 경기침체로 입주할 수 없게 되었으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할까? 아무리 못 들어간다고 사정을 해봐도 건설회사나 은행에서는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거주하는 집은 이중삼중으로 대출이 들어 있어도 가압류까지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뿐이다.
신용정보회사 직원들은 물 만난 고기 때처럼 가냘픈 수분양자들을 위협하고, 시도 때도 없이 독촉을 해댄다. 그러나 이것만은 알고 계시라.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내 채무를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연락하여 협박하는 행위, 약속 없이 집이나 직장으로 찾아오는 행위, 파산이나 면책을 받았음에도 채권을 독촉하는 행위 등은 법을 어기는 일이다. 돈 없다고 기죽지 말고 살자.
봄은 오고 있다. 봄날은 와도 연분홍치마는 기대할 수 없음은 무슨 이유일까? 방에 불을 때야 윗목이건 아랫목이건 따뜻해질 텐데, 국회와 정부는 손발이 안 맞아 줄다리기만 계속하고 있다. 보암보암이 한쪽에서는 발목을 잡는다 할 것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일방통행이라 할 것이다. 시중에는 죽겠다는 말이 유행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집에 저당 잡힌 사람들 살게 해 주시라. 지금은 기다림과 미움의 분기점에 와있고, 기다림과 미움은 백지 한 장 차이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 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