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에는 적금으로 집을 사거나 곗돈으로 집을 샀다. 집 마련 기간이 지금보다 훨씬 길었으리라. 물론 그때도 전세제도는 있었지만, 집값이 내리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임대인이나 임차인은 전세금으로 싸우는 일이 없었다. 대개 단독주택에서 주인과 함께 살았었다.
1980년대에는 적금과 전세금으로 집을 샀다. 은행대출이 있긴 했지만 은행직원을 잘 알거나 농협 조합장 정도는 한 다리 걸쳐서라도 알아야 몇 푼 받을 수 있었기에 서민들은 낄 수 없는 잔치에 불과했었다. 목돈 모으기에는 동네사람끼리 믿고 맡기는 번호계가 최고였다는 기억이 난다. 돈 걷어 튀는 계주도 많았지만.
1990년대는 대출금과 자기 돈으로 집을 샀다. 대출금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맞추기 위해 사돈네 팔촌까지 동원해서 돈을 꾸어 맞추기도 했다. 집사기 위해 돈이 부족하다고 하면 서로 도와가며 빌려 주기도 했다. 그런 훈훈한 인심이 있었다는 사실만은 믿어 주시라. 필자도 돈을 빌려 잔금을 치룬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는 대출금과 전세금과 자기 돈으로 집을 샀다. 전세금이 오르면 그 돈으로 대출금을 갚았고 전세금이 내려가면 대출을 더 받아 반환하기도 했었다. 집이 깡통이 되기 전에 세입자들이 사버리는 일이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은 늘 있었다. 그런 연유로 집 장만하는 사람들이 많다.
2010년대에는 대출금과 전세금으로 집을 샀다. 세입자들로서는 전세금이 꾸준히 오름이 못마땅하긴 했어도 그렇게라도 집을 얻지 않으면 멀리 가야 했다. 멀리 가려면 자녀 전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싸게 주고 집을 얻고, 2년마다 올려 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집값은 40%까지 무너졌다.
2010년부터 야금야금 오른 전세금은 무주택 서민들의 피눈물이다. 그 전세금은 지금도 오르고 있다. 그러나 집값이 배부른 영감 핫바지 내려가듯 위험한 곳까지 내려가자 대출 낀 주택은 이제 전세금 일부를 돌려주거나 대출을 갚아야 할 형편이다. 지금 여기저기서 전세금 돌려 달라는 세입자들의 으름장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옛날에는 전세수요가 없거나 주택공급물량이 많아 잠시 역전세난이 일어나는 일은 있었으나 집값이 내려가서 역전세난이 일어난 일은 처음이다. 3~4년 전 5억짜리 주택에 대출 1억 끼고, 2억 전세를 놨으나 그 집이 3억으로 떨어지자 깡통이 된 것이다. 2억이라는 알맹이는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2008년 경 서울 북부 소형주택들이 미친 듯이 팔려 갈 때 5000만 원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었으리라. 사랑하는 전세금이 내 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해줬고, 투자자들에게 효자, 효녀 노릇을 해줬으나 마음이 변해 버렸다. 집주인은 애가 탄다. 대출을 갚거나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니까,
필자는 “역전세난이 오게 되면 임대인은 임차인 앞에서 무릎을 꿇게 된다.”는 칼럼을 몇 번 쓰기도 했다. 대출이 없는 집은 전세금이 오르고, 대출이 있는 집은 역전세난이 일어나고 있음을 어찌 해결해야 할까? 문제는 대출금이다. 이걸 갚아야 하는데 돈이 없다. 깡통주택을 해결하는 몇 가지 요령을 알아보자.
1. 내 집 전세 놓고, 나도 전세로 살고 있을 때
전세 놓은 내 집이 깡통주택이 되어 세입자가 피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을 때에는 내가 살고 있는 전세금을 찾아 내 집으로 들어가면서 전세금도 갚고, 대출금도 일부 상환하는 길이 최고다.
나는 학군 좋고 직장 가까운 곳에서 살겠다는 욕심을 부리면서 세입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이 없도록 하시라. 세입자가 피해를 입게 되면 결국 내 전세금에 가압류가 들어올 것이므로 언젠가는 다 물어줘야 할 돈이다.
2. 2주택자로서 한 채는 전세 놓고, 다른 한 채에서 살고 있을 때
전세 놓은 내 집이 경매위기에 몰리게 되면 내가 살고 있는 집을 전세나 월세로 돌리고, 전세 놓은 집에 입주 하거나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내가 잠시 월세를 사는 일이 있더라도 소나기는 피하라는 주문이다. 한 채를 경매로 포기하면 쉬울 것 같지만 결국은 두 채 다 무너지고 신용불량자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전세금과 대출금 어느 것을 먼저 갚을 것인가? 꼭 대출금을 일부라도 변제하고 세입자를 안심시키시라. 그래야 이자도 줄어들게 된다.
3. 전세 놓은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이 깡통이 되었을 때
어차피 팔리지도 않을 물건이고 값이 오를 희망도 없다면 1번 근저당권자인 은행에서 경매를 진행하도록 하고, 세입자의 부족분을 채워주는 길이 현명할 수도 있다. 지난 2~3년 동안 너무 많은 물량이 공급되어 앞으로는 전세나 월세 수요도 없을 것임을 예상하시라.
4. 1주택자로서 살고 있는 내 집이 깡통이 되었을 때
집 한 채를 유지하기 위해 매달 높은 이자를 물면서 버티는 일은 생활에 곤궁을 가져오는 일이다. 경매보다는 싸게라도 파는 게 낫다. 허리띠 졸라매고 다시 월세부터 시작하던지, 친정이나 시가로 합치는 일이 좋다. 하우스푸어들은 새 정부 정책을 면밀히 살피다가 구제의 길이 있는지를 알아보되. 과다한 부채는 개인회생이나 파산으로 정리함이 옳을 것이다.
5. 비록 깡통일지라도 새 정부정책에 기대 걸고, 값 오를 때까지 기다려 볼까.
거듭 드리는 말씀이지만 이미 부동산시장은 움직였고 거래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값은 전혀 상승의 기미가 없다. 새 정부 부동산정책도 양날의 칼임을 명심하시라. 거래활성화와 행복주택, 임대주택, 전세금 보조 정책 등은 모두 시장을 안정화 한다는 정책이지 값을 오르게 한다는 정책은 아니다. 오로지 기대할 것은 풀려나는 유동성과 인플레에 따른 상승일 것이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 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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