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서비스

금융

부동산 메뉴

부동산과 자식, 그리고 나
나비는 흉측한 벌레시절과 번데기라는 인고의 세월을 이겨내야만 향기롭고 감미로운 봄날의 정취를 만끽하는 꽃의 전령사가 될 수 있다. 우리들 인간과 부동산이라는 재테크 상품 역시 태어나면 저절로 자라고, 사놓는다고 돈이 불어나는 세상은 지나버렸다. 옛날과 달리 이제부터는 사람이나 부동산이나 품질을 우수하게 길러내야 출세를 시킬 수 있게 됐다.

사람이 출세하기까지는 숱한 시행착오와 난간을 거치면서 안정이라는 정류장에 도달해야 하고, 그리 되기까지는 보편, 타당하게 살아야만 기회를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좋은 자리에서 실력이 돋보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회란 놈이 살며시 찾아와서 옆구리를 쿡 지르게 되는 모양이다. 새 정부 인사청문회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살펴보면 감이 잡힐 것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로 생각하시라. 좋은 자리에서 괴로움과 시련을 안고, 묵묵히 훗날을 기다리는 부동산은 곧 순수하게 정화된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과거의 고통이 거품처럼 사라지고, 긴장이 섞인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될 것이다. 청담동 어느 아파트는 월세가 1500만 원이고, 삼성동, 용산, 동자동, 한남동, 반포에 있는 유명 아파트들도 월세가 1000만 원을 넘고 있다.

이제 서서히 굵은 놈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모양이다. 하긴 2-3년 전부터 부동산시장은 작은 것들의 잔치 아니었던가. 노인들은 자녀들에게 사 주었고, 자녀들은 이참에 집 마련하자는 마음으로 결혼반지까지 팔아 대부분 사버렸으리라. 작고 못난 것이라도 좋은 자리에 있는 것은 모두 인사청문회에 통과했다고 생각하시라.

2억 이상 전세로 살면서도 집을 사지 못하거나, 집을 사지 아니한 사람들은 아직도 값이 비싸다고 하지만, 다른 물가는 왜 비싸다고 말하지 않을까. 사놨다가 값이 내릴 것이 두려워 사지 않은 일은 홍수가 두려워 냇가에 가지 않은 일이나 다를 바 없다. 지금도 이럴까, 저럴까 하겠지만, 더 이상 뜸을 드리는 일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일 것이다.

자녀들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했거나, 낙마한 부모님들은 어찌 지내고 계실까? 아마 등골이 휘었을 것이다. 그 분들도 지금 부동산이라는 낚시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는 사람들의 처지나 별반 다를 바 없지 않을는지? 자식 키우기나 부동산 간직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비유하여 생각하시라.

젊은 부모들은 들으시라. 부모는 자녀에게 ‘공부하라’ ‘운동하라’ ‘싸움하지 말라’는 잔소리를 한다. 자식들은 그런 말을 제일 싫어 하지만, 그래도 하게 마련이다. 이제부터 ‘나는 너를 믿는다’라는 말로 대신하시라. 그 말뜻을 알아듣는 놈은 성공하게 되고, 끝까지 모르는 놈은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채 결국 부모님까지 고생시키게 될 것이다.

노후대책이 전무한 채 병들고 굶주린 노인들을 찾아 물어 보자. 젊은 시절 어떻게 살아왔기에 이렇게 고생하느냐고? 열에 아홉은 자녀들 뒷바라지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밭뙈기라도 있을 때에는 명절은 물론, 어버이날까지 찾아왔었지만, 이 핑계, 저 핑계로 다 팔아간 후 지금은 코도 내밀지 않는다고 대답하실 것이다.

손등이 쩍쩍 갈라진 부모님 돈 다 빼다가 살만치 사는 것들은 더한다. 물론, 즈그들도 자녀들과 살아가기 힘들겠지만, 누구 때문에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살만치 산다고 까불지 마시라. 돈은 현금 보관증일 뿐이다. 언제 바람이 되어 날아갈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부모님들은 자녀들 몫으로 2주택, 3주택자가 돼있고, 못난 막내 준다고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을 사놓고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미리 주면 다 써버릴 것이기에 죽은 후에 가져가라는 것이다. 부동산 몽땅 짊어진 채 어려운 불경기를 이겨내는 부모님들의 고달픔을 아는 자녀들이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 세상은 야속할 뿐이다.

부모님들은 어서 부동산이 살아나서 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고 싶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고 있다. 질질 끌려가는 부동산시장의 모습이 달구지가 가다 쉬다 하는 모양새다. 집 못 판사람 마음은 집 못 판 사람이 안다. 기다리다 지친 부모님들은 운명이 앞에 오는 것을 알고 살아생전에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려 유언공증을 한다.

필자의 사무실은 종합법률사무소(법무법인)이기 때문에 공증업무를 취급한다. 유언공증이란 생전에 상속받을 자를 지정하여 공증을 해두면 사망 후 그 자녀가 상속을 받게 되기 때문에 운명을 앞둔 부모들은 제일 가난하고, 청문회 근처에도 가지 못할 못난 자식에게 살고 있는 집을 물려주기 위해 공증을 하러 오신다.

상속을 받을 자녀는 부모를 업고 온다. 오늘만은 연방 부모님의 눈물도 닦아 드리고, 손도 닦아 드린다. 그 자녀가 평소에도 그렇게 효자, 효녀였을까? 아닐 것이다. 돈을 상속받기 위한 최후의 거짓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중에 효자나 효녀도 있겠지, 운명 3일 전 링거를 꽂은 채 자녀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이 안타까워 드리는 말씀이다.

사람이 올 때는 순서대로 왔지만, 갈 때는 순서가 없다. 부동산 꽃 사이를 날아보지 못한 채 60대 이상 부모들은 지난 대선 투표장을 마지막으로 매일 수십 명씩 저 세상으로 떠나고 있다. 자녀들은 장례식장에서 상속분에 대한 이야기가 분분하다. 상속분이 많은 자녀들은 웃음이 가득하고, 상속분이 없는 자녀들은 장례비를 미루느라 서로 눈을 돌린다.

노인들이시여, 곧 꽃이 핀다. 죽지 말고 꼭 기다리시라. 그리고 나비가 되어 꽃 사이를 훨훨 날아 보시라. 지난 5년 이를 꽉 깨문 채 이 돈 갖다 저 돈 막았던 세월이 아깝지도 않으신가? 있는 힘을 다해 논밭을 지켜왔고, 콘크리트 덩어리인 아파트를 지켜왔지 않으신가?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 부동산에 꽃이 필 때까지 우리들의 운명을 보류하자.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 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6-4393






 


오늘의 주요뉴스

더보기

    부동산 이슈보기

    베스트토론

    더보기

      부동산 토론 이슈보기

      서비스 이용정보

      Daum부동산은 제휴 부동산정보업체가 제공하는 매물 정보와 기타 부동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로서,
      제휴 업체의 매물 정보를 비롯한 각종 정보 및 이와 관련한 거래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사 또는
      글쓴이에 있으며, Kakao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Kakao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