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란 바로 이런 것

무너지는 부동산시장 겨우 붙잡아

중앙일보조인스랜드 | 중앙일보조인스랜드 | 윤정웅 | 입력2013.04.03 21:05

뱃속에서 쪼르륵 소리가 나기를 수 십 번, 굶어죽기 일보직전이었으리라. 메말라가는 부동산시장과 연관업계에 제법 잘 차려진 밥상이 나왔다.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양도세 비과세라는 야채도 풍성하고, 세금 없고, 대출 많고, 이자도 싼 생애최초주택구입이라는 삼겹살이 노릇노릇 구워져서 침이 꿀꺽 넘어간다.

시금떨떨하고 맛도 없던 그린벨트 주택이라는 찌개를 대신해서 돈 안 드는 전세제도와 공공임대, 행복주택이라는 얼큰한 부대찌개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 입맛에는 이게 딱 이거든, 리모델링은 젓가락을 3개 더 세우도록 완화했고, 다주택자 양도세도 폐지할 것이라 하니 또 기다려 볼 일이다.

밥상이 거나하면 과식을 하는 일이 많다. 행여 그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시라. 지금과 같은 부동산활성화대책이 나오게 되면 숨겨둔 돈이 스스로 근질근질해서 견디지를 못한다. 이거 해놔도 괜찮을 것 같고, 저거 해놔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될 것이다. 원래 도둑을 맞으려면 개도 안 짓는다는 사실을 알고 살자.

당부말씀을 드리고 싶다. 사는 집 잡히고 대출 뽑아 그 돈으로 부동산 투자하지 마시라. 자기 생각엔 꼭 뻥튀기가 될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 1금융권 대출도 부족해서 2금융권까지 신세를 지다보면 설사 새로 투자한 부동산이 조금 남는다 해도 나중엔 모두 빈 봉투가 되고 만다. 지난 5년 동안 부동산으로 망한 사람들이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다.

이번 부동산대책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또 풀어내야 할 어려운 방정식이 있다. 취득세 감면, 양도세 감면을 하려면 지방세특례법이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등 국회 입법과정을 통과해야 할 숙제가 있다는 것이다. 의원 세비 올리는 일 외에 역사상 여. 야가 이마 맞대고 법안 통과시키는 일 있던가. 상당한 진통이 따르지 않을는지?

산모가 진통을 견디지 못하면 애를 낳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 제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이게 빠른 시일 내에 국회의 입법과정을 거치지 못하면 밥상 앞에 앉은 서민들은 숟가락도 들어보지 못한 채 물러날 것이고, 부동산시장과 연관업계는 다시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이다.

원컨대 국회는 이번 한 번만이라도 부동산시장을 비롯한 내수침체를 데워주는 불쏘시개가 되어 얼어붙은 경제를 녹여 주시라. 소비가 부진한 이유는 내 호주머니에 돈이 없기 때문이다. 내 집 창고가 비어있는데 어찌 인심을 낼 수 있겠는가. 부진의 원인 자체가 부동산시장 침체임을 깊이 헤아려주시라.

이번에 나온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정상화 종합대책’은 죽어가는 부동산시장을 더 이상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는 정부의 심각한 대책이다. 하지만, 어제 오늘의 경제는 저성장으로 줄달음질을 치고 있어 과연 이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투자가 부진하고, 수출이 줄어들어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밥상이 나와도 소화불량증에 걸린 사람에겐 그림에 떡이다. 지금은 전반적인 경제사정이 소화불량에 걸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죽이나 사정이 어려웠으면 그렇게 아끼고 아끼던 DTI와 LTV까지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게 완화해 주었을까.
정부는 12조 원에 달하는 추경예산을 밝히면서 경제성장률을 2.3%로 내려 잡았다. 앞으로 경제사정이 그렇게 순탄치 못할 수도 있다는 경고로 봐도 무난할 것이다. 파도가 심할 수도 있다는 예측일진대 그렇다면 부동산활성화대책이라는 돛단배를 탄 우리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거 사놓으면 좋다는 말에 속지 마시라. 꼭 필요하지 않으면 사지 마시라. 1인용주택도 못 본 채 하시라. 그러나 거래는 있을 것이고, 가격은 소폭 상승할 것이다. 평소 봐둔 부동산은 자고나면 없어지게 마련이다. 깎을 수 있었던 주택은 이제 깎아주지 않겠다할 것이고, 어느 날 값은 또 오를 수 있다. 부동산시장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강남3구에 거주하시는 분들이시여, 그리고 큰 집에 거주하시는 분들이시여~ 남의 집 잔치에 눈요기만 할 처지다. 신축주택이나 미분양아파트는 크건, 작건 9억 이하면 밥상을 받을 수 있지만, 하우스푸어 기존주택은 85㎡를 초과하고, 9억을 넘게 되면 말짱 헛일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아랫목이 따뜻해져야 윗목에도 온기가 있을 터, 초등학교 운동회 때 보면 1-2학년이 먼저 달린다. 중간에 5-6학년의 달리기가 시작되고, 맨 나중에 기마전도 하고, 이어달리기도 한다. 작은 것이 움직여야 큰 것도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이 부동산의 속성임을 그도 그럴 것이라고 이해하자.

윤정웅 내 집 마련아카데미(부동산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