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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라는 나무를 바라보는 마음

중국은 부동산 값이 올라 투기대책을 내놓는 중이고, 일본은 값이 오른다고 들떠있다. 한국은 죽어가는 부동산시장을 살리자고 종합대책까지 내놨으니 같은 하늘아래 있는 땅에서도 어느 곳은 더워 죽고, 어느 곳은 추워죽는 모양새다. 국가나 개인이나 팔자(八字)는 늘 뒤바뀌기 때문이 아닐는지?

대책이 나온 이후 사람들 마음도 엿장수 엿가락이다. 앞으로 오를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 말이 옳은 것도 같고, 근본적인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더 내릴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또 그 말이 옳은 것도 같아 부동산이라는 나무를 바라보는 마음에 줏대를 세우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이번 부동산대책들은 국회의 입법과정을 거쳐야 하고, 대형평형을 천대시하는 불공정도 있어서 최종안이 어떻게 정리 되고, 언제부터 시행될지도 미지수다. ‘내 딸 너에게 주기는 주겠으나 부족한 점이 많으니 철들 때까지 기다리라.’고 한다면 그 처녀에게 홀딱 반한 총각은 어찌 될까? 지금이 딱 그 지경이다.

법은 만인(萬人)앞에 평등해야 하지만 부동산에 관한 법은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값이 오르면 서민층이 고생하고, 값이 내리면 부유층이 손해를 보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이번 대책 역시 거래활성화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퍼주는 곳에만 막 퍼주는 그런 법이 됐으리라.

최종 결정은 국회에 맡겨놓고 부동산이라는 나무를 바라보며 마음을 정리하자. 나무는 언제나 푸르렀으면 좋을 것이다. 당신의 청춘도 그렇고, 당신의 부동산도 그러길 바랄 것이다. 단풍이 곱게 물든 나무는 풍요로운 인생말년으로 비유하면 어떨까? 그러나 지금은 앙상한 가지 사이로 찬바람만 휘몰아치고 있다.

앙상한 가지뿐일지라도 며칠 후부터는 새싹이 돋아나고, 금방 무성해지겠지. 그렇다면 오늘 당신이 부동산을 샀을 때, 당신이 바라는 나무는 푸르렀으면 좋겠는가? 앙상한 가지뿐이었으면 좋겠는가? 당신의 부동산과 당신의 몸뚱이는 언제나 푸르러 있기만을 바랄 것이다.

앞으로 값이 오르고 내릴 것에 너무 예민해하지 마시라. 그리고 내 입장만 생각한 나머지 ‘오를 것이다’, ‘내릴 것이다’라고 단정하지 마시라. 아무리 무성했던 나무도 태풍이 휘몰아치면 한순간에 무너지고, 허리가 부러져서 톱질 직전에 있는 고목도 싹을 틔워 원래 나무로 돌아가는 게 세상이치니까.

‘기존주택 85㎡와 가격 9억 이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중형이하 주택을 파는 사람 중 열에 다섯은 짐이 무거워서 덜어내는 사람이고, 나머지 다섯은 갈아탈 사람들이다. 나머지 다섯 사람들은 땅속으로 들어갈까? 천만의 말씀이다. 대형으로 갈아탈 것이다.

이런 이치 때문에 부동산시장은 크건 작건 파급효과가 일어나게 되고, 결국 대형주택에도 손짓을 하게 될 것이다. 대형을 파는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 대개 나이가 들었거나, 가족이 분가를 했기 때문에 약간 줄여서 가겠지만, 소형으로는 가지 않으리라. 큰 집에서 살던 사람들은 죽어도 작은 집에서는 살지 못한다.



살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에게 드리는 말씀이다. 노래방에서는 한곡 뽑으라고 권할 때 뽑는 게 좋다. 이리 빼고, 저리 빼다가 끝날 판에 마이크 잡고 소리 질러 보시라. 다른 사람들 옷 주어 입느라 박수치는 사람 없다. 세금까지 면제해 주는 세상 흔하지 않다. 이왕 사려고 마음먹었거든 평소 아끼던 십팔번으로 한곡 멋지게 뽑으시라.

양도소득세 5년 면제, 이게 구미가 당길 것이다. 그러나 양도세 면제 주택구입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런 원칙들을 무시하고 덥석 계약했다가는 1년도 못가서 발병이 나게 된다.

첫째, 양도세 5년 면제짜리는 몸집이 큰 것이고, 거의 외곽에 있다. 내 집 마련이라면 그래도 괜찮겠는가? 출. 퇴근길에서 매일 3-4시간씩 허비할 수도 있고, 학군이 맞지 않아 자녀가 고생할 수도 있다. 그런 주택은 침체기가 오기도 전에 밑천 다 까먹는 애물단지로 변하게 된다.

둘째, 한 채를 더 사게 되면 종합부동산세에 걸릴 수 있다. 남편에게 집이 있으면 처의 명의로 사고, 공동명의로 돼있으면 또 공동명의로 사는 게 옳다. 제3자 명의신탁은 조심하시라. 산골 밭에 보리 심어 놓으면 나중에 수확은커녕 고라니 배만 불리게 된다. 팔아먹고 도주하는 사람들 많은 세상이다.

셋째, 한 채를 더 구입함으로써 두 채나 세 채가 되면 그 중 한 채는 전혀 대출이 없어야 함을 유념하시라. 물론, 나머지 주택의 대출금 이자 납입에 부담도 없어야 한다. 그리고 항시 3-5천의 여유자금이나 마이너스대출일지라도 급히 자금을 끌어 쓸 준비를 해둬야 한다. 전세의 변동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순전히 전세금으로 집 사고, 대출로 집 사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하자.

사람들은 대개 양도세 면제주택을 살 때 대출 60% 다 받고, 보증금 2-3천에 월세를 받아 그 돈으로 대출이자를 충당하려는 마음으로 계약을 하지만, 그 방법은 옳지 않다. 집값이 올라주지 않으면 세금만 내고 헛수고를 하기 때문이다. 돈이 돈 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 내 투자 자본이 40%이하일 땐 손대지 않는 게 좋다.

수박은 맛이 있고, 먹기는 좋으나 무거운 게 흠이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부동산도 수박일 때가 있다. 짐이 무거웠다면 팔고 보자. 나무가 푸르러 무성하기를 원한다면 사고 보자. 값에 민감한 나머지 팔고 사는 일에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요즘 거래는 전혀 없고, 빈 수레만 요란할 뿐이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 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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