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내일이라는 희망이 있다. 그러나 근래에는 희망을 갖기보다 현재의 삶을 지탱하기 어렵다고 한다. ‘다 내 탓’으로 돌리기엔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시겠지. 밥상에 올라오는 차림새가 수년째 내리막길이니 거꾸로 사는 인생살이가 야속할 뿐이다.
나이 드신 분들은 아예 소비를 줄여버렸다. 그 이유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소득은 그대로 있거나 약간 상승했을 뿐인데 물가는 올랐고, 가지고 있던 자산이 축나버렸기 때문이다. 내 부동산과 내 주식은 누가 갉아 먹었을까? 이게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하더니 결국 빈껍데기만 남겨 놓았다.
기대여명은 늘어나고, 자산은 줄어들었으니 이 일을 어찌한담? 은퇴 후 타인의 도움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고령층이 약 60%라고 한다. 최후의 보루인 부동산이 무너지는 바람에 ‘눈뜨고 도둑맞고, 거지된 셈’이다. 이제 단 한 번만이라도 ‘잘 먹고, 잘 살았다’를 기대하기 보다는 어떻게 버티느냐로 변해 버렸다.
먹고 살기가 힘들다보니 호경기 때 챙겨왔던 건강과 의료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안 쓰고, 길게 가려면 건강이라도 가져야 할 텐데, 이 또한 뾰쪽한 수가 없게 됐다. 남아있는 부동산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사자어금니 아끼듯 하지만, 이게 갈수록 무거워지니 등짝이 무너질 판이다.
대출이 무겁지 않음은 복(福) 중에 복으로 아시라. 대출이 무거운 사람들은 지금 빨리 이자가 가벼운 대출로 바꿔 타는 게 옳을 것이다. 요즘 은행들 돈이 남아도는지 여러 가지 명목으로 대출 잘 해주더라. 팔리지 않은 집 팔려고만 애쓰지 말고, 매월 내는 이자라도 줄여가면서 버텨보자.
금융회사 대출은 KB국민은행 시세와 LTVㆍDTI를 따져 산출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옛날 내 집이 10억일 때, KB국민은행 시세는 7억이었다. 지금 내 집이 7억이라면 국민은행 시세는 5억쯤 돼야 맞을 텐데 그렇지 않다. 지금 KB국민은행 시세는 7억 그대로 있다.
왜 그럴까? 무너지는 부동산시장을 붙잡기 위한 정부의 배려이고, 대출 채무자들의 상환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일 것이다. 집값이 내렸다고 대출금의 일부를 갚으라고 한다면 서민들로서는 피해나갈 길을 잃게 되고, 빚 때문에 가계가 무너질 것이기에 무너지지 않도록 지팡이로 받쳐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시라. 그러나 그게 결코 좋은 일이라고 볼 수 없다. 인위적으로 오그라드는 시장을 붙잡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도 살펴보자. 한국은행은 4월 11일 기준금리를 6개월째 2.75%로 동결했다. 정부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해 내려줄 것을 기대했으나, 엇박자를 내고 말았다.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더 내리려 한다는 정책은 앞으로도 경기가 쉽사리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보자.
반대로 기준금리를 올리려 하거나, 올렸다면 앞으로 경기는 좋아진다는 뜻일 게다. 그렇다면 부동산은 기준금리가 내릴 때 사야할까? 오를 때 사야할까? 최하점으로 내릴 때 사는 게 맞다. 내리려고 했으나 더 이상 내리지 않았을 때가 최하점이고, 지금이 바로 그런 시점이다. 설사 더 내려간다 해도 한두 번에 그칠 테니까,
하지만 내 집 마련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돈이 없다. 하여, 앞으로 부동산시장은 분가하는 사람들과 작은 규모에서 큰 규모로 갈아타는 혼인잔치가 될 것이고, 금년 연말까지 9개월 동안 상당한 거래가 이루어 질 것이다. 전세에서 내 집 마련으로 돌아서는 수요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현재 살고 있는 전세도 대부분 전세자금 대출인지라 많은 대출을 받고 집을 사기가 부담될 것이기에,
전세수요가 매수세로 돌아서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값이 오른다고 해야 뛰어가는 게 전세수요다. 상승기대감이 없는데 누가 빚내 집을 사겠는가. 현재 전세수요는 월세도 싫어하고, 반전세도 싫어한다. 연립도 좋고, 다가구도 좋고 그저 돈 맡겨놓고 살다가 찾아 나오면 그만이다.
봄이 오면 금방 여기저기 꽃이 필 것 같지만, 소비ㆍ투자ㆍ수출ㆍ고용 등 제반 경제여건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북한까지 가세하여 심심하면 불바다, 여차하면 핵이다. 어린 아이가 울 때마다 과자를 줘서 달래게 되면 그 어린이는 결국 치아를 못 쓰게 될 터, 과자 먹이지 않고 잘 달래는 방법은 없을까.
옛날 같으면 라면 사재기라도 할 텐데 지금은 내성이 생겨 저러다 말겠지, 관심이 없다. 이제는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다. 우리들 처지로서는 부동산이 더 문제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부모가 자녀명의로 집을 사주는 시기로는 안성맞춤이다. 분가를 하게 되면 생애최초주택구입의 혜택까지 볼 수 있어서 일거양득이다.
앞으로 중소형주택은 값이 오를 것이고, 6월쯤이면 매물도 동이 날 것이다. 부모는 자신이 어려워도 자녀를 위하는 일이면 해내고 만다. 지금 자녀들도 자신이 부모가 되면 역시 그럴 것이다. 왜 그럴까? 자녀는 부모 목에 평생 달려있는 십자가이기 때문에,
곱고 향기로운 장미, 내 부(富)를 측정하는 부동산, 그러나 장미는 가끔 내 손을 찔러 피를 나게 하고, 부동산은 값이 떨어지거나 대출에 부담이 있게 되면 내 가슴과 내 등짝을 무너지게 한다. 대출부담 없이 내 집 마련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늘날 부동산은 빚과 땔 수 없는 숙명이 돼버렸다.
지금은 아파트ㆍ단독ㆍ빌라ㆍ연립 등 자잘한 주택 마당에 모두 멍석을 깔아뒀다. 한바탕 지랄을 놀아보라는 뜻이다. 대출 안고 집을 사 놓으면 이자 내는 일이 월세 내는 처지가 될지, 적금 붓는 처지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크게 기대하지 말고 멍석 깔아놨을 때 사보시라. 그렇게 해서라도 내 집 마련을 하지 않으면 당신의 노후도 아무런 대책 없는 60%속에 들어갈 것이다.
윤정웅 내 집 마련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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