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활성화대책이라는 종이 울리자마자 초등학생 소풍 때 보물찾기라도 하듯 아파트촌도 뒤져보고, 연립주택도 살펴보는 사람들이 있다. 몇 년 동안 그렇게도 꼼짝 않던 사람들이 이젠 마음을 바꾼 것일까. 아니면 땅 속이 뜨거워져서 개구리가 뛰쳐나온 것일까. 갑자기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나자 파리를 날리던 중개업소들은 희희낙락이다.
전문가 입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2~3년 동안 집을 팔 수 있는 묘수가 없느냐? 는 상담은 많았어도, 사겠다는 컨설팅 의뢰인은 한명도 없었고, 살까, 말까하는 의뢰인만 두어 사람 있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요 며칠 새 세상은 확 달라졌다. 꼭 거짓말 같은 세상, “부동산! 오랜만입니다.” 넙죽 인사라도 하는 게 옳지 않을까?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85㎡이하 또는 6억 원이하 주택을 살 사람들과, 집을 팔게 되는 고객들로부터 어디에 사야할까? 어떤 것을 사야할까? 하루에도 한두 건의 상담이 들어온다. 앞으로 5년 동안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면제와, 금년 연말까지 취득세 감면이라는 과자봉지가 소풍 떠난 초등학생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이치리라.
지금 부동산시장은 한쪽은 혼례집이요. 다른 한쪽은 상갓집이다. 세상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라. “85라는 숫자와 6이라는 숫자”를 초과한 주택 소유자들과 아파트분양권 소유자들은 마치 변사 없는 무성영화를 보고 있는 모양새다. 풍부한 감정으로 유창하게 대사를 읽어줄 변사는 언제 오게 될까?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크고 좋은 주택을 가진 사람들은 세금만 많이 냈을 뿐, 보물찾기 참가자격도 주지 않는다고 구시렁거린다. 절반이 빚인 내 집, 빚 없는 작은 집보다 실속이 없는데 왜 나는 빼놓느냐는 하소연이 빗발친다. “내가 봉이냐?”고 아무리 외쳐대고, 나는 입주할 수 없다고 배짱을 부리지만, 여의도 계신 분들은 워낙 바빠서 그런 하소연을 들어줄 시간조차 없다.
85㎡이상과 6억 이상이 내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되겠지만,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지 어찌 세상일을 알 수 있겠는가. 요즘은 집값이 말 그대로 바닥이다. 당신 집 7억에 팔고, 그 돈으로 그만한 집 7억에 살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가? 팔아 보시라. 최하 5천만 원은 더 보태야 할 것이다. 중대형 주택 가지고 애 태우시는 분들은 지난 2-3년 동안 대형주택 공급이 전혀 없었음을 꼭 기억하시라.
수개월 이내에 경매에 넘어갈 위험에 처해 있거든 어찌하던 팔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견딜 수 있다면 견디어 보심도 괜찮을 것이다. 지금 보물찾기를 하는 사람 중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언젠가 당신에게 찾아 올 것이고, 당신 부동산 사겠다고 사정할 수도 있을 것이니 너무 염려 마시라. 집과 사람은 다 임자가 있는 법이니까,
필자도 며칠 전까지 85㎡ 이상과 6억 이상이나 다주택자들에게도 같은 혜택을 주자고 줄기차게 외쳤던 사람이지만, 일단 국회에서 법이 정해지면 국민은 마땅히 그 법을 따라가야 하는 것이기에 오늘은 법에 순응하며 다음 기회를 보자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덤핑이다. 시세 6억5000만 원내지 7억 원짜리를 5억9000만 원에 팔 수 있다는 것이다. 내 물건 내가 파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이런 현상이 여기저기서 나오게 되면 부동산시장은 그야말로 세일 판이 될 수 있다. 빚에 못 견디고, 이자 낼 형편이 안 된다면 경매로 날리느니 보다 깨끗이 팔아치우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소유자들 중 가장 고통이 심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7억에서 10억대 부동산 소유자들이다. 대개 대출이 절반 정도 들어있고, 작은 것을 또 하나쯤 가지고 있다. 경제는 식어서 벌이는 없고, 대출이자는 꼭 내야할 처지인지라 오도 가도 못한 채 낚시에 딱 걸려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평범하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속으로는 골병이 들어 있겠지.
그 다음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또 있다. 2007년 말이나 2008년 초에 새 아파트 분양을 받은 사람들로서 시세차익을 노리고 분양을 받았건만, 값이 내려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1금융권과 2금융권에서 70%대출받고 이전등기를 받은 사람들이 있다. 배짱까지 좋아서 큰 것만 몇 채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무조건 파시라는 권고를 드린다. 갈자이음(渴者易飮)이라 했던가? 목마른 자는 탁한 물이라도 마실 수밖에,
지금의 부동산시장은 어떤 시장일까? 백화점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 평소 언제나 인파가 몰리는 백화점이 있고, 평소에는 고객이 없어도 세일 때만 북적이는 백화점이 있다. 세일이라는 행사가 끝나면 다시 고객들은 발길을 끊는다. 앞으로 금년 연말까지 240일 동안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세일을 하는 백화점으로 이해하시라.
경제성장이 매달 좋아지는 추세라면 세일행사가 끝나도 손님은 꾸준하겠지만, 지금 같은 추세라면 기대하기 어려울 터, 그렇다면 연말에는 다시 거래절벽이 올 수 있다. 전세금에 다시 빚내 집 사놓고, 값이 내린다면 어찌할까? 집을 살 때에는 그런 악재도 염두에 두시기를 부탁드린다.
당신이 전세 사는 동안 지금까지는 집값이 계속 내리기를 기다렸지만, 내일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되면 날마다 값이 올라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사람이라면 욕심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주택이란 돈을 떠나 나와 사랑하는 가족이 평화를 즐기는 곳으로 넓혀 생각하시라. 그러다 보면 5년 후, 10년 후 값은 그 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 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