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무명실을 뽑아 그 실로 베를 짜서 옷을 해 입었다. 무명실을 뽑으려면 물레를 돌려야 했는데 그런 일은 여인네들이 전담을 했었다는 기억이 난다. 어서 베를 짜서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고, 철따라 많은 식구들의 옷을 지어 입어야 했기 때문에 갓 시집 온 새색시들도 잠시 쉴 틈이 없었다.
낮에는 들에 나가 농사일을 하고, 물레를 돌리는 일은 주로 밤을 새워 했으리라. 가물거리는 호롱불 곁에서 문풍지 소리를 벗 삼아 깊어가는 밤을 홀로 지새웠던 여인네들도 많았었다. 우리들의 할아버지 세대에는 수명이 60세 정도로 짧기도 했었지만, 일제 징용과 6.25사변을 거치면서 똘똘한 남정네들은 끌려가서 일찍 죽고 말았으니까,
그런 연유인지 몰라도 어찌 생각하면 길쌈은 우리 할머니들의 낙이요, 밥줄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분들의 피나는 노력이 없었던들 오늘의 우리들이 있을 리 만무하리라. 길쌈하시다 손톱 밑이 갈라지는 모습을 필자도 직접 본 적이 있다. 요즘 유행하는 아웃도어나 밍크코트를 하늘나라에서 보신다면 뭐라 말씀하실까? “이것들아, 나도 한 번 입어보자”라고 하시겠지.
신랑은 농사일을 일찍 마치고 집에 들어와 밤을 기다린다. 이미 이불은 깔아놨으나 새색시는 방 한쪽에서 물레만 돌린다. 신랑은 답답해서 한 마디 내뱉는다. 전라도 총각은 달래듯 말을 건넨다. “어이, 그만 자 드라고…?” 새색시는 못들은 채 물레를 돌린다. 경상도 총각은 화가 난 모양이다. “보래이, 그만 자자 카나나?” 충청도 총각이 견디다 못해 또 사정한다, “여보, 우리 그만 자면 안 돼유…?” 그래도 새색시는 물레만 돌린다.
미련하고, 우직하고, 착하기만 했던 신랑, 돈 버는 일이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만 죽도록 해온 신랑, 해마다 머슴살이로 논과 밭을 준비하느라 결혼까지 늦었던 신랑이 장가를 간 후, 요즘은 일찍 집에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새색시는 눈치도 없이 물레만 돌리고 있으니 신랑의 마음을 아는 걸까, 모르는 걸까?
참다못한 신랑은 새색시 팔을 억지로 끌고 와서 자기 곁에 반 강제로 눕혔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러지 마시라. 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성립된단다. “여보, 허락 하십니까”라고 물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여자 분들이 새침해서 속으로는 마음이 있으면서 “글쎄요, 별로…”라고 하게 되면 남자들은 이게 싫다는 말인지, 그러자는 말인지 도무지 아리송하여 궁리하다 잠이 들 것이다.
싫다는 말로 잘못 이해하고, 석 달만 마누라 곁에 가지 않으면 여자 분들은 또 무관심하다고 바가지 긁을 게 아닌가? 남자들의 수난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요즈음 베이비부머 이상의 세대들은 가슴이 탄다. 차라리 이렇게 집값이 내릴 바엔 마누라 코트나 좋은 것 하나 사 줄걸 후회도 막심하고, 장래를 생각하면 앞이 캄캄할 것이다.
내가 가진 집은 언젠가 6억5천만 원짜리였다. 값은 내리고 또 내려서 지금은 3억 3천만 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새색시 처지인 생애최초 주택구입 해당자들은 신랑이 계속 야릇한 눈치를 보내도 못 본 채, 못 들은 채 물레만 돌린다.
과연 부동산대책은 누구를 위한 대책일까? 내수부양을 위한 대책일까? 생애최초주택 구입자를 위한 대책일까? 다주택자의 숨통을 열어 주기 위한 대책일까? 어느 곳도 햇볕이 드는 곳이 없으니 할 말이 없다. 이러다 피곤한 신랑은 지쳐서 잠이 들지 않을는지? 아침까지 그냥 자고 나가면 새색시는 하루 종일 생각나고 후회스러울 텐데,
요즘 직장에 다니는 남자 분들이나 개인사업 하시는 분들 정말 살아가기 힘든 세상임을 아시라. 온 가족이 내 등에 빨대를 꽂아놓고 피를 빨아 먹고 있다는 심정으로 일을 한다. 그 남자를 위로해 줄 사람은 누구일까? 배우자와 자녀들이다. 배우자가 남편에게 잘 하면 자녀들은 자동으로 따라 온다.
곰처럼 미련하고, 우둔하기 짝이 없어도 오직 한 길을 걸어온 베이비부머 이상 세대들은 “돈이 생기면 땅에 묻어라”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아 부동산이 제일인줄 알고 살아왔다. 그동안 못 입고, 못 먹고 모아온 것이 달랑 집 한 채이거나, 두 채 일 것이나, 값은 내렸고 임자는 없다. 앞에 물레를 돌리던 새색시도 할머니가 되었다. 나는 어찌할꼬?
정부에서는 새색시들이 집을 사도록 세금도 내려주고, 대출도 많이 해주는 정책을 펴고 있으나, 새색시들은 밤이 새도록 물레만 돌린다. 전세ㆍ월세는 살아도, 이자 무서워 대출받고 집은 사지 않겠다고 한다. 애 낳으면 농사일 할 수 없어 애 안 낳겠다고 밤새워 물레만 돌리는 형국이고, 결혼하면 더 살기 어려울 것이니 혼자 가겠다는 모양새다.
내수는 부진하고, 경제성장률은 2%대에 머물고 있다. 베이비부머 이상 세대는 새색시가 얼른 이불속으로 들어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희망사항이다. 그렇다면 영화 “짝패”에서 장필호가 말 한대로 “오래 가는 놈이 잘 하더라”는 말을 믿고 더 버텨야 할 것인지, 정말 요즘 주택시장은 감을 잡기 어렵다.
지금 신랑은 애가 탄다. 새색시들이시여, 물레 그만 돌리시고 따듯한 이불속으로 들어가시라. 들어가면 나오기 싫다 할 것이다. 신랑 품속에 있는 것처럼 집은 좋은 것이다. 요즘은 멍석을 깔아놓은 게 아니라 아주 비단을 깔아 놨다. 20년이나 30년 후 새색시도 주름진 노후세대가 된다. 영원한 청춘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건 착각이다. “당신의 일생 중 오늘이 가장 젊다”는 사실만은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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