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신이 녹작지근해지는 걸 보니 여름으로 들어선 모양이다. 낮과 밤의 온도차가 커서 봄옷을 입었다, 여름옷을 입었다 변덕이 심하다. 날씨 하는 짓이 어쩌면 이렇게 부동산시장 돌아가는 꼬락서니와 똑 같을까. 뜨거울 것 같으면서도 냉랭하고, 주저앉을 것 같으면서도 일어설 듯 꼼지락거리니 말이다.
매스컴에서는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떠들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시골 면장 따님 결혼식 날 막걸리 한 잔 얻어먹는 걸 보고 그 동네 사람들 잘 먹고, 잘 산다고 떠벌이는 일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값은 더 이상 내려가지 않고, 강남이 움직이고 있음은 사실이다.
옛날 동네 결혼식에는 사모관대와 족두리를 볼 수 있었고, 막걸리는 배가 터지도록 먹을 수 있었다. 우리 할머니는 족두리를 머리에 얹고, 할아버지는 사모관대를 허리에 두르고 결혼을 하셨다. 창구멍으로 엿보는 수줍은 첫날 밤, 호롱불 살포시 끄고 휘영청 밝은 달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잘 살자는 굳은 언약을 하셨겠지.
그 언약의 선물로 태어난 사람들이 지금의 65세 이상 노후세대다. 강보에 쌓여 6.25를 보냈고, 청소년 시절 4.19와 5.16을 보냈으며, 50을 바라보며 외환위기를 거쳤다. 자녀들 키우느라 고생했던 세대, 시골 반, 도시 반으로 살아온 세대라고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고생은 지질이 하고 살았음에도 이제 인생 막바지에 가진 부동산마저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으니 더럽게 복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노후세대들은 그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녀들을 네댓씩 가졌다. 더 가질 수도 있었지만, 정부에서 제발 그만 낳으라고 닦달하는 바람에 예비군 훈련장에서 불알 다 까버렸다.
노후세대 밑에 베이비부머 세대가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노후 세대보다 더 가난하다. 일자리에 경쟁이 심했던 탓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밑 에코세대들이다. 새끼들을 낳지 않으니 말이다. 결국 노후세대와 베이비부머세대들은 죽도록 자녀 낳아 키워놓고, 그 자녀들이 새끼들을 낳지 않으니 부족한 인구 수요를 받쳐주고 있다고 봐야 한다. 스스로 자식노릇을 해야 할 판이다.
지금 돈벌이도 제대로 못한 것이, 결혼도 하지 못한 것이 나이 든 부모에게 빌붙어 사는 젊은 세대가 부지기수다. 아비. 어미는 중학교 문턱에도 못 갔지만, 모두 번듯한 대학 나왔다. 궂은 일자리에 외국인 고용자들이 넘쳐나도 이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너나 나나 홀로송이니 인구가 늘어날 리 있겠는가.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악재는 누가 뭐래도 줄어드는 인구로 인해 수요가 줄기 때문이다. 유입인구가 그런대로 늘어 5000만을 채우고 있다지만, 외지에서 들어오는 유입인구는 임차수요일 뿐, 매매수요가 될 수는 없다. 부동산이나 인구문제가 자꾸만 일본을 닮아가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해야할까?
현재 일본의 인구가 1억2700만 명이라고 하지만, 2045년쯤에는 1억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때 우리나라 인구는 얼마쯤 될까? 4000만 명쯤 되겠지. 지금 젊은 세대가 노후세대가 될 때, 젊은 사람이 없게 되면 공장도 문을 닫고 농장도 잡초만 우거지게 되리라.
지금 시집. 장가 안가고 직장에 매달려 주는 월급으로 편히 사는 재미에 맛들이지 마시라. 종족 번식 없는 동, 식물이 번성하기를 바라는 일은 철근 없는 아파트요, 병아리 없는 암탉일 게다. 나 한사람 편하자고 자식 낳기를 포기하는 이기심은 큰 화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하시기를 바란다.
낙엽귀근(落葉歸根)이라고 했다. 잎은 떨어져서 자기 몸을 썩혀 뿌리에 영양을 공급한다는 뜻이다. 돈은 본시 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자녀는 끝까지 내 것이다. 장롱에다 돈 넣어 놓고 외로움으로 떨겠는가? 아니면 가난해도 재롱떠는 내 새끼 어루만지며 살겠는가? 내 몸을 희생하더라도 자녀 많이 낳고, 제 팔자대로 살게 하자.
우리 할머니들은 일곱, 여덟을 키우면서도 젖 먹여 키웠다. 어떤 놈은 일곱 될 때까지 눈만 뜨면 빨아대는 바람에 젖 줄기는 말라비틀어졌고, 젖가슴은 늘어져서 허리인지 가슴인지 구별하기도 어려웠다. 요즘 형편이 여의치 않아 자식 낳기를 포기하는 그 심정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돈 버는 기계는 되지 말자.
아무리 돈이 많아도 오른 손이 없으면 왼 손을 씻을 수 없다. 자녀 없는 인생은 바람개비 인생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부동산시장은 오른 손이 없다. 왼 손만 모두 달고 있으니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신도시 건설하고 아파트 짓는다. 경기가 조금만 풀리면 철도도 나오고, 도로도 나오고, 공항도 나올 것이다.
외환위기 때도 40%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던 청년 고용률은 지금 약 39%까지 떨어졌다. 그러니 이것들에게 자식 낳으라는 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그리되면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고, 노인층 부양에 따른 부담은 급증할 것인즉, 지금처럼 경제성장률 2%대로 시장상황이 좋아지기를 기대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근래 몇 년 동안 30대 젊은 층이 내 집 마련을 하겠다는 상담은 한 건도 없었다. 부모가 사주더라도 자식은 현장에도 가보지 않고, 이삿날 강아지만 들고 가더라. 앞으로 두고두고 인구문제는 국가경쟁력이 될 것이다. 부동산과 인구, 그리고 경제성장과 구매력,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 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