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씨(34세)는 직장 경력 7년 차로 결혼한 지 6개월 되었다. 그는 6개월 후 태어날 아기를 위해 아내와 함께 내 집 마련을 할 계획이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주택은 정부가 싸게 분양하는 보금자리 아파트. 그가 가진 돈은 전세금 1억 원과 알뜰살뜰 모은 5,000만 원 등 1억 5,000만 원이다. 공공분양이라 다른 아파트에 비해 분양가가 대폭 싸다고는 하지만 33평형을 사려면 대출을 1억 5,000만 원 정도 받아야 한다.
그는 내 집 마련에 대한 대가가 너무 크다는 것을 깨닫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평생 모은 전 재산을 부동산에 묻는 것도 모자라 빚을 1억 5,000만 원이나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자만 매월 50만 원을 내야하고 원리금까지 상환하려면 허리가 휘어야 한다. 내 집을 갖자니 목돈이 다 사라지고 현금흐름이 나빠진다. 오로지 내가 무리해서 산 아파트 값이 오르기만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된다. 그는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지 못해 필자를 찾아왔다.
자, 여러분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취득세도 면제, 양도세도 면제니 이참에 아파트 사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부동산 부양책으로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다면 상당한 양도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또 집 없는 설움은 좀 큰가? 해마다 오르는 전세금 부담하기도 만만치 않고 이사 가는 것도 번거롭기 짝이 없다. 게다가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남들에게 체면치레도 하려면 내 집, 내 아파트는 있어야 한다. 남의 집 살면 어딘지 초라해 보이지 않는가.
이럴 때는 단순 명료하게 수치로 비교하는 것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다. 내 집 마련이란 재테크 외에 삶의 질이란 감정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인정보다는 계산으로 분석하는 것이 비교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P씨가 이 아파트를 3억 원에 분양받는다면 월 거주비용은 3억×6%(기회비용)+1.5억×4%(대출이자)=2,400만 원/12=200만 원이다. P씨가 월 거주비용으로 200만 원을 부담하려면 그의 월 수입은 최소한 800만 원은 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그의 수입에 비해 과도한 거주비용을 지불하게 되므로 현금흐름이 아주 나빠지게 된다. 게다가 아파트 값이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오르지 않는다면 그는 하우스 푸어가 될 확률이 아주 높다.
만약 P씨가 1억 5,000만 원이란 돈으로 집을 사려고 하지 않고 3000 만 원 보증금에 월세 100만 원으로 집을 임차하고, 남는 돈 1억 2,000만 원으로 연 7%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에 투자한다면 그의 거주비용은 훨씬 줄어들게 된다. 〔3,000만×10%(기회비용 6%+인플레이션 4%)+100만×12〕-1.2억×7%=660만/12=55만 원.
집을 사면 거주비용이 200만 원이지만 월세로 살고 투자하면 거주비용은 55만 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한 달에 무려 145만 원이나 차이가 되므로 P씨의 삶의 내용은 완전히 다르게 된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여전히 대출을 끼고 집을 살 것인가? 생활비는 모자라 쩔쩔 매며 살지언정 내 집을 갖고 사는 게 훨씬 즐겁다고 생각하는가. 아님 비록 남의 집에 살더라도 현금흐름을 좋게 할 것인가. 현금흐름이 좋아지면 생활도 여유 있고 미래를 위해 재테크도 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
현금흐름을 좋게 하면 내 집은 언제든지 장만할 수 있다. 거주비용이 줄어든 데다 저축할 수 있는 돈도 늘어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여유자금은 점점 많아지게 된다. 게다가 저성장이 지속되고 아파트 공급이 계속 증가하게 되면 수도권의 아파트 값은 계속 떨어질 확률이 높다. 굳이 집을 살 필요도 없다. 앞으로는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소유자들이 늘어나고 정부의 임대주택도 계속 증가할 것이므로 질 좋고 싼 월세 주택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도 어느 정도 재산이 있어야 자기 집을 장만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대출이 90% 이상이 되는 모기지론으로 집을 장만해 매월 상당액의 원리금을 갚으며 살고 있다. 말이 자기 집이지 실상은 월세로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나라도 모기지론이 활성화되면 자신의 전 재산을 주택에 묻는 일이 없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자기 집을 장만하려면 최소한 40% 이상 자기 돈이 들어간다. 거의 전 재산을 아파트에 묻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전세가 점점 줄어들고 반전세나 월세가 주류를 이루게 되면 전세 난민 혹은 월세 난민도 점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 끼고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도 줄어들 것이고,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게 되면 지금처럼 몇천만 원씩 전세금을 올려줄 필요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월세가 정착하게 되면 집 주인이 세입자 눈치를 살피며 고객만족을 실천할 풍토가 정착될 것이 분명하다. 임대사업도 경쟁시대로 접어들기 때문에 세입자 유치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은 사실 우리 어머니 세대에서는 아주 절실한 일이었다. 내 집 마련은 재테크이기 전에 남의 집 살이 설움을 씻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지고만 있으면 아파트 값이 팍팍 올라주니 대출 이자를 갚고도 상당한 차익이 남아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아파트 값이 과거처럼 팍팍 올라주는 시대는 끝났다. 오히려 대출을 많이 끼고 구입하게 되면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전세와 대출 끼고 투자 목적으로 산 아파트들을 팔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성장과 고령화시대, 1∼2인 가구의 증가, 임대아파트 공급 증가 등으로 인해 아파트가 돈이 되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사람들은 상당한 거주비용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사치스런 거주비용을 지불하고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현재의 행복을 위해 미래의 행복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가족들의 삶의 질은 분명 좋아지겠지만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현재보다 미래를 대비하려는 분들은 부동산에 전 재산을 묻기보다는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월급 통장이 하나인 것보다는 둘 또는 셋 이상인 것이 현금흐름을 좋게 하는 것이며 부자로 가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동산에 돈을 묻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