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시장이 한 여름 수박밭이다. 크건 작건 수박은 모두 익어있다는 뜻으로 이해하시라. 과일이나 야채는 풍년이 들면 물량이 넘치게 되고, 그리되면 수익성이 떨어져서 헛농사를 지을 수 있다. 지금 부동산시장도 매도인들의 입장에선 대부분 헛농사를 지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또 수박이나 과일은 아무리 잘 익어도 판로가 막히면 끝장이다. 이럴 때 농사꾼은 기가 막혀 땅을 친다. 배추밭을 갈아엎고, 마늘밭을 갈아치우는 일이 그래서 일어나는 것이다. 부동산 농사도 마찬가지다. 과일이나 야채는 한 해 농사 안 지으면 그만이지만, 부동산 농사를 망치게 되면 일생동안 콧물 질질 흘리고, 기침을 할 수 있다. 오래토록 빚이 쫓아다니기 때문에,
지금 부동산시장에서 매도인들은 원두막 주인이다. 주인은 원두막에 쪼그리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이 참외 한 개라도 사가기를 기다려 보지만, 힘 있는 젊은 세대들 극소수와 부모가 자녀들 주려고 주먹만 한 것만 몇 개 골라갔을 뿐, 굵고 탐스러운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무거운 것을 싫어하는 게 유행이 돼버렸다.
힘들여 거름 주고, 벌레 잡아주면서 나중에 돈 좀 벌겠지 기대 했으나, 착각의 시계만 재깍재깍 움직이고 있다. 요즘 부동산의 금메달은 강남 재건축이요, 은메달은 세종시다. 충남이 동메달 정도 되고, 나머지 지역은 모두 낙제감이다. 동탄2신도시 신규분양시장도 계약금이 500만 원이고, 어느 신도시는 입주비율이 20%에 머물고 있다.
그래도 짓고 또 짓는다. 달콤한 말에 낚이지 마시라. 분양받을 때는 甲이지만 계약서에 도장 찍고 나면 乙로 바뀐다. 살고 있는 아파트 값이 내려 망한 게 아니다. 문제는 값 내린 분양권 때문에 망한 것이다. 새 아파트에 입주 못하기 때문에 돈에 망하고, 재판에 지고, 신용불량자 되고 있지 않는가.
옛날 필자는 농업고등학교 재학시절 수박농사를 지었는데 판로가 막혀 팔지를 못할 때가 있었다. 그 아까운 것 썩힐 수는 없고, 에라~ 모르겠다. 인심이나 쓰고 보자는 마음으로 동네방네 떠벌리고 다니면서 거저 가져가라고 외쳐댔더니 잠깐 사이에 다 가져가더라. 어떤 사람은 거저 가져가는 입장이 부담스러웠는지 보리 한 됫박씩을 주고 가는 사람도 있었고,
부동산활성화 대책도 나오고, 이어서 하우스푸어 구제책도 나왔다. 또 행복주택도 나온다. 부동산활성화대책이 나오면 뒤따라 임대주택이나 반값주택이 나오는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에 프로그램은 예상대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전세금은 계속 오르고, 중대형 집값은 곶감 빼먹듯이 매일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부동산시장은 언제부터인지 작은 것이 재주를 부리고 있다. 큰 것은 식은땀만 뻘뻘 흘리며 갈수록 주인의 속을 썩이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부동산이고 남자고 덩치만 큰 것이 식은 땀 흘리게 되면 그것 참 별 볼일 없더라.
그러나 필자는 2~3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것을 무시하지 마시라는 당부를 드리고 있다. 수박이나 참외를 쪼개보면 안다. 작은 것 껍질 벗기고 나면 먹을 게 있던가. 언젠가는 부동산도 그럴 때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큰 것을 너무 싸게 사려하는데 그 값에라도 팔까요?”라는 질문이 늘 들어온다. 필자는 십중팔구 “급하거든 팔라”는 답을 한다. 뒤에 오는 버스가 언제 올지 알 수도 없으려니와 그러다가 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버스 한 번 놓쳤다가 후회하는 사람 많고, 그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거든,
지난 몇 년 동안 부동산에 옛정을 주었다가 한 방에 나간 사람이 많다. 그러나 10여 년 전에는 한 방에 부자 된 사람도 많았었다. 세월의 변화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값이 오르내림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어차피 손해를 감수할 바엔 파는 게 좋고, 팔아도 그만, 안 팔아도 그만일 때에는 묵묵히 보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심이 옳다고 본다.
사랑은 오래 가면 맨 날 먹는 자판기 커피 맛으로 변하지만, 된장ㆍ간장ㆍ부동산ㆍ 금 등 재래음식이나 실물자산은 오래갈수록 맛이 깊고, 쉽게 변하거나 값이 내려가는 일이 없다. 아니 오히려 인플레라는 지팡이를 짚고 꾸준히 상승하는 일도 허다하다. 이제는 팔아야 할지, 안 팔아야 할지 자신의 계획표를 짜놓고 그 계획대로 움직이시라. 느긋하게 말이다.
필자는 평소 연예인 한 분과 방송인 한 분을 존경하고 있다. 전국 노래자랑의 사회자 송해씨와. 가요무대 사회자 김동건씨다. 그 분들의 나이는 85세와 75세이시다. 건강하게 오래토록 현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존경한다는 것이 아니다. 가뭄에도 장마에도 지금까지 수박밭을 잘 지켜 오고 있기 때문이다.
송해씨나 김동건씨 그 분들이라고 어찌 삶에 어려움이 없었겠는가? 우리네들 보다 더 큰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큰 틀을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 노후에 까지 인기를 얻고 있음은 평소 자신의 그릇을 얼마나 잘 닦고 간직해 왔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리라. 하늘이 있는 이상 땅이 있고, 땅이 있는 이상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사람이 있게 되면 부동산도 언젠가 제값을 하지 않겠는가?
지금은 어려운 시기다. 자신의 위치를 잘 지키면서 위기를 이겨내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모란이 떨어지면 작약이 핀다. 작약이 떨어지면 감꽃이 핀다. 감꽃이 떨어지면 백일홍이 핀다. 우리가 사는 이유는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내 그릇에 어떤 물건을 담아야 할까? 우선 욕심을 비우고 지혜를 담자.
21세기 부동산 힐링캠프(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 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