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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가늠하기 어려운 부동산시장

요즘 사회적으로 '갑'과 '을'의 문제가 새삼스럽게 부각되고 있다. 대기업은 갑이고, 중소기업은 을이다. 사용자는 갑이고, 피용자는 을이다. 노조는 갑이고 영세사업자는 을이다.

아파트를 지어주고 대물로 미분양 아파트를 공사비로 받은 하청업체 또한 을이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수분양자도 을이다.



그 다음으로 잇슈가 되고 있는 문제는 성폭행이다. 곁눈질을 해도 성희롱이고, 몸을 스치면 성폭행이고, 엉덩이에 손이 닿으면 경찰서로 끌려가야 한다.

직장 상사가 술자리를 권해도 지위를 남용한 성폭력이고, 억지로 술을 따르라고 손을 잡아도 성폭력이다. 엘리베이터에서 어린 여학생을 예쁘다고 머리를 만지면 112순찰차에 실려 가는 판이다. 이제는 육군 사관학교까지 떠들썩하다.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삭막하게 변해버렸을까? 필자가 자랄 적엔 초등학생끼리 신랑각시놀음을 했었고, 서로 업어주기도 하고, 뽀뽀도 했었는데 그런 세상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모양이다.

직장에서 회식을 해도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앉아야 할 판이고, 곁눈질을 해서도 안 될 일이니 이 삭막함을 어찌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또 남자는 여자를 떠나서 살 수 없고, 여자 또한 남자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달 없는 사막이리라.

남자 없이 여자들만 산다고 하면 제일 먼저 망할 곳이 있다. 여자들 의복 공장과, 화장품 공장은 여지없이 문을 닫을 것이다. 등산가는 여인들 모두 살펴보시라. 화장 짙게 하고 가는 이유가 뭔지? 오늘은 마눌에게 물어봐야 하겠다. 산에 갈 때 왜 화장하고 가는지를.


농담 좋아하고, 장난질 좋아하다가는 영락없이 성희롱으로 몰릴 지경이다. 그렇다고 입을 닫고 살 수도 없고, 말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없을 것이다.

필자처럼 장난기가 심하고, 입이 거친 사람은 아예 마스크로 입을 가려야 할 처지다. 불가에서 흔히 쓰는 옷깃이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돼버렸다.



그다음으로는 부동산이다. 아무리 비단을 깔아 놨어도 헛일이다. 첫째는 돈이 없고, 둘째는 사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 부동산이 오를 시기가 되면 대책으로 막아도 둑은 터지게 돼있다.

그런데 멍석을 깔아놔도 전혀 손님은 없다. 자잘한 것 몇 채 거래된 건 어차피 사야 할 사람이 몇 개월 미리 산 것 뿐이다.



신규분양은 막이 오르면 우르르 몰려가지만, 청약률은 30%에 머문다. 청약률이 저조하자 덤으로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 주지만, 막상 계약서에 도장은 찍는 사람은 없다. 2007년 하반기부터 밀어내기 분양하면서 품질을 낮게 지어 소비자들의 마음이 식상했음도 한몫했으리라.


분양권은 서울 간 이몽룡이다. 그것도 과거에 합격해야 3년쯤 후 돌아올 것이다. 안 들어간 사람을 억지로 들어가라는 판결은 없다. 그래서 건설사나 은행에는 온갖 독촉을 다하는데 마치 솥뚜껑 뒤집어 놓고 그 위에 콩을 볶는 심정이리라. 아파트 한 채 잘못 받아 신세 망친 사람도 많다.



옛날에는 통고서나 보내고, 가압류나 하고, 신용정보회사를 동원해 겁을 주는 정도가 많았으나 이제는 바로 소송으로 들어가고 있다. 일반인으로서 법원에 간다는 건 여간 힘 드는 일이 아니다. 또 어떤 서류를 제출해야 할 것이며 뭐라고 변론을 해야 할까?



재판에 지면 살림살이에 까지 바로 경매가 들어 온다 동네사람 창피해서 죽을 지경이다. 속 모르는 이웃 사람들은 저 집은 망했다고 할 것이 아닌가?

팔자에 없는 아파트가 팔자에 없는 재판까지 걸고 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걸 그냥 놔두면 저승사자에게 생명줄 맡겨버린 셈이 된다.



부동산시장은 당분간 보합상태리라. 대형은 조금씩 값이 내리고 있다. 결국은 못 견디기 때문에 값을 내려 파는 일이 늘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경매시장은 대형들 잔치다.

수도권 좋은 것 70평도 4억이란다. 부동산시장은 밀어주게 되면 바로 힘을 얻어야 하는데 기력이 워낙 약해서 양귀비를 봐도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라고 했던가? 매도인들은 엎드려 기다리시라 했고, 매수인들은 값싸고 좋은 것 있거든 게 눈 감추듯 얼른 주어 담으시라 했다. 개구리는 땅이 뜨거워져야 나온다.

언젠가는 뜨거워 질 터, 그때를 대비하자. 지금은 발이 없는 사람을 보기 전에는 자신의 신발을 원망하지 아니 했나 뒤돌아 볼 시간이다.



집을 사야 할 사람들도 문제다. 지금 서두르자니 형편이 어렵고, 더 시일을 끌고 가자니 두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선배입장에서 한 마디 권해 드리고 싶다. 젊었을 때 기반을 닦아 놓지 않으면, 나이 들었을 때 매력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다. 당신네들도 이왕이면 매력 있는 사람들이 되시라.



오늘은 다슬기 넣은 아욱국 끓여 놓고, 밥풀이 동동 뜬 동그란 동동주 잔이 눈앞에 아롱거린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고향 친구들을 찾아가 만나야겠다. 한 사람은 면장하다 정년퇴직했고, 또 한 사람은 군청직원하다 퇴직했다. 총각시절 우리들을 일컬어 삼총사라 했건만, 갈수록 만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수도권에는 졸업생들과 선배나 동료교수가 있어 그런 대로 외로움을 모르지만, 곁에 사람이 없을 때는 제일 외롭게 느껴지더라. 여러분들 곁에는 누가 있는가?

아무 때고 허심 없이 불러내서 삼겹살 지글지글 구워 놓고, 소주잔을 부딪치며 속엣 말을 주고받을 친구라도 있으신가? 세상살이가 야박해지다보면 하나 둘씩 친구도 떠나게 돼있다. 좋은 친구들과 늘 교통하시라.



정말 힘든 세상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게 우리들의 운명인 것을, 힘들 때 우는 건 삼류요, 힘들 때 참는 건 이류다. 하지만 힘들 때 웃는 것은 일류라고 했다. 오늘의 식사메뉴는 어떠신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에 짭쪼름한 굴비짱아찌로 입맛을 돋우는 일도 괜찮을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가정과 직장을 잘 지키자. 그게 내가 사는 길이고, 어려움을 이겨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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