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어느 날, 결혼 3개월 된 새색시는 “나훈아 쇼”를 구경한다는 이유로 핸드백 하나만 어깨에 메고, 엉덩이 살랑살랑 흔들며 집을 나갔는데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남편은 그동안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다 보니, 40세를 훌쩍 넘겨버린 묵은 신랑이 됐다나? 신랑이 힘이 부족해서 나갔을까, 가난해서 나갔을까? 아니면 마누라가 바람이 나서 나갔을까?
착하고 고지식한 남편일지라도 마누라는 이미 포기했다. 그러나 언젠가 마누라와 한 번쯤은 만나는 날이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아무리 마주치기 싫어도 꼭 만나게 되는 게 사람의 인연이거든,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부동산시장은 어떤가? 뜨거운 사랑이 다시 돌아와 주기를 기대하지는 않으시겠지? 하지만, 언젠가는 한 번쯤 돌아와 줄 것으로 믿고 있는 유주택자들의 심정을 헤아려 보노라면 위 남편의 심정과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남편은 그동안 집안이 너무 가난하여 마누라가 집을 나갔을 것으로 생각하고, 낮에는 직장생활, 밤에는 포장마차 장사를 하여 5년 전에 중형 아파트를 신규 분양받아 입주했다. 그러나 그 후로도 마누라는 소식이 없고, 어느 방면에서 지나치는 걸 봤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이다.
부동산시장도 어느 지역이 어떻다는 말은 들려도 막상 내 집 구경하자는 사람은 없다. 온갖 대책 다 나와도 돌고 도는 뱅뱅사거리다. 내 집만 그런가 하고, 단지 앞 정문과 후문에 있는 중개업소 몇 곳을 들려 봤더니 역시 폐업직전이다.
강남재건축과 할인 미분양은 유로 낚시터다. 많이 깎아주면 손님 있고, 적게 깎자주면 손님이 없고,(고기가 잘 잡히면 손님이 있고, 안 잡히면 손님이 없고)
혼자 사는 남편은 죽도록 벌어 2년 전에 또 중대형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희망사항일지라도 입주 때 마누라가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매일 짓고 있는 아파트 현장을 불러봤단다.
그런데 남편에게 문제가 생겼다. 살고 있는 집값은 내려 버렸고, 평소 인정이 많은 죄로 보증을 잘못 서서 한순간에 살고 있는 집이 경매로 날아가 버렸다.
부동산시장 좋아질 것으로 믿고, 살던 집 팔고 새 집 가겠다고 새로 분양을 받은 남편은 요즘 죽을 맛이다. 새 아파트 입주는 다가왔는데 어찌해야 할까? 이제는 마누라가 돌아와도 문제다. 살 곳이 없으니 말이다.
앞으로 부동산 살아나도 이미 망한 사람은 헛일이라는 비유다. 남편은 기가 막힌다. 또 몇 년을 고생해야 전세를 얻거나 집을 사게 될 텐데 그동안 고생을 어찌하란 말인가? 남편은 홧김에 소주 한잔을 마시고 혼자 노래방을 찾았다.
만사 제쳐놓고 평소 늘 좋아했던 “떠날 때는 말없이”를 한 곡 부르고자 했으나 노래방에서 혼자 노래한다는 건 컴컴한 방구석에서 육갑떠는 일이고, 구름 낀 달밤에 체조하는 일이 아닐까?
남편은 주인에게 소리 질러 도우미 한 사람을 불러달라고 했다. 도우미를 옆자리에 앉히고, 노래책을 뒤지는데 아무래도 이상한 느낌이 들어 도우미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니 이게 집나간 마누라의 바로 밑동생인 처제가 아닌가? 이런 운명을 얄궂은 운명이라 할 것이다.
처제도 화들짝 놀라 신발도 벗어 던진 채 ‘푸다닥’ 뛰쳐나가더니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 기가 막힌 남편은 노래를 포기하고, 내친김에 건설회사와 은행에 찾아가 형편이 어려워 입주할 수 없다는 사정을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건설사 말단 사원은 계약해제는 절대로 불가능하니 정히 그렇다면 법정에서 보자는 말 뿐이다. 이 남편은 어찌해야 할까? 아파트 분양받은 죄목으로 재판까지 받아야 한다니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세상이다.
보증 빚 때문에 집 넘어간 위 남편만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공기업체들은 부채가 300%가 넘어 부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곳들도 곧 남편 짝 나리라.
모든 이유는 부동산 침체다. 택지나 공단 수요도 제대로 파악치 않고, 장밋빛 청사진으로만 공사를 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깡통이 된 것이다.
그런 파산위기에도 성과급 잔치까지 벌렸다하니 만만한 게 홍어 뭐라는 생각이 든다. 지자체나 공기업 살려내려면 또 우리들의 피 같은 세금 걷어 살릴 게 아닌가? 지자체장들은 치적은 쌓고, 빚은 떠넘기느라 아수라장이 벌어지고 있다. 동계올림픽 무슨 시설도 그렇고, 어느 시 경전철도 그렇다. 모두 돈 먹는 하마라니 말이다.
그런 직장들이 적자에 시달려도 자리는 철 밥통이다. 그래서 주말이면 주로 골프를 즐긴다. 어느 남자직원은 슬쩍 애인을 데리고 골프장에 가서 기분 좋게 한 방 날리는데 마누라도 애인을 데리고 와서 역시 굿 퍼팅을 하더란다.
눈에 불이 켜진 남자직원은 골프채로 마누라를 후려 쳤다고 한다.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물하는 격이 아닐까. 부부가 잘 놀고 있는 걸 보면, 부동산과는 상관없는 사람들일 거다. 부동산으로 속 썩고 있는 사람들은 골프장에 갈 형편이 못되거든,
요즘 여자들은 배짱이 좋다. 특히 돈을 벌어보지 않은 여성일수록 씀씀이가 헤프고 통이 크다. 남자 100명 사이로 여자 한 명은 보란 듯 까딱없이 걸어갈 수 있다. 그러나 여자 100명 사이로 남자 한 사람은 기가 죽어 못가는 세상이다. 지금 죽어있는 부동산이나 기가 죽은 남자들은 피장파장, 멍군 장군이리라. 언제 기를 펴고 일어설 수 있을까?
부동산은 소리 소문 없이 꼬리를 내렸다. 4.1부동산대책은 약발이 다했다. 다주택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부동산시장은 살릴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규제책이 묶여 있다. 아니, 풀어줘도 부동산을 살지는 미지수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젠 속지 않을 것이다. 행복주택 짓겠다는 데 누가 집 사겠는가?
지금으로서는 어떤 대책을 폐지하고, 어떤 세금을 감면하라는 의견을 내기도 지겹다. 예로부터 남자 거시기와 부동산시장은 서있어야 웃음이 있고, 돈이 있는 법인데 그렇지를 않으니 새색시는 15년 전에 집을 나가버렸겠지.
부동산은 2개월 반짝하다 유부녀 건드려 놓고 밤 보따리 싼 김삿갓처럼 행방이 묘연할 뿐이다. 그래도 다른 사람 데리고 골프장에 가면 기가 사는 모양이다. 남의 생선이 맛있게 보이는 걸까?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걸까? 잘들 해 보시라.
부동산시장이 다시 초죽음으로 가니 분양권시장은 또 술렁이고 있음이 사실이다. 손해가 적은 길을 견주느라 매일 윤정웅 전문가가 운영하는 “21세기 부동산 힐링캠프”를 들여다봐도 나를 살려 주겠다는 글은 없고, 대비하라는 식의 글만 올라온다.
요즘 건설사와 대출은행들의 속사정이 궁금하실 것이다. 궁금하면 500원 내시라. 지난 3-4월 이후 한 동안 뜸하더니 다시 시작한 모양이다. 신용카드가 또 정지되고, 가압류 들어오고 있으니 말이다. 부동산활성화대책 기대하고 잠시 조용했으나 그거 믿다 망할 판인지라 다시 슬슬 시작하는 모양이다.
애인 데리고 골프장에 간 사람은 부동산에 걱정 없고, 마누라 잃고, 집 잃은 서민은 세상을 야속타 한다. 지금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은 날개를 접은 새들과 같다. 날 수가 없으니 어찌해야 할까?
그러나 이런 일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조그만 일일 뿐이다. 무너지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건 희망이다. 희망은 언제나 고통 너머에서 기다린다고 하지 않던가. 넘어져본 놈은 사다리 오르는 법을 알게 된다. 힘들어도 고통이라는 언덕을 넘고, 성공의 사다리를 기다리자.
"21세기 부동산 힐링캠프" 대표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사무국장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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