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지간 사이는 형제보다 진할 수 있다
2011년 하반기 32세의 총각과 26세의 처녀는 애인사이로서 취업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었단다. 정식약혼은 안 했지만, 양가에서는 두 사람의 결혼을 승낙한 사이였기에 처녀와 총각은 서로 양가집을 오가곤 했었다는군. 언제든지 식만 올리면 될 것이기에 일단 취업부터 하자고 의논이 되어 열심히 공부를 하는 중이었다.
총각 아버지와 처녀 아버지도 각별한 사이가 돼 2~3일 간격으로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부라보’를 외쳐대는 절친한 사이로 변했다. 두 사람 모두 중소기업을 하는 사장이었기에 서로 어음도 빌려 사용하고, 교대해서 보증까지도 서주기에 이르렀다. 원래 사돈지간에 사이가 좋으면 형제보다 우애가 더 진하거든.
원수 같은 분양권이 두 가정을 망쳤다
그러던 어느 날, 중개업소 사람과 분양대행사 사람이 총각 아버지를 찾아와 적은 금액으로 도시형생활주택을 받아 놓게 되면 대출이자 제외하고 50만원의 월수입이 생긴다고 하면서 한 채를 받으라고 사정하더란다. 나중에라도 싫으면 다시 팔아주겠다고 애원하므로 인정에 못 이겨 한 채를 분양받게 되었다.
총각 아버지는 처녀 아버지에게 그런 사실을 이야기 했다. 처녀 아버지는 그렇다면 나중을 위해 같이 하자고 하면서 두 채를 분양받았다. 사이좋게, 그러나 양에 차지 않았는지 이 현장, 저 현장 다니면서 각자 네 채씩을 대부분 총각처녀 명의로 분양 받았다. 몇 년 후 60세가 되면 한 달에 200만 원씩은 나올 것이니 잊은 듯이 묻어두자고 했다는 말에 수긍은 간다.
재수가 없을 때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고가 일어난다
2-3개월 후 바로 문제가 생겼다. 처녀 아버지가 부도수표를 받았다가 자신도 부도를 맞게 된 것이다. 처까지 보증인이 돼있기 때문에 집안이 모두 신용불량자가 돼버렸고, 서로 어음을 빌려 썼던 총각 아버지사업까지 모두 부도를 당하게 된 것이다. 졸지에 양쪽 집은 신용불량자 집합소가 돼버린 것이다.
당장 총각과 처녀 앞에 다가온 것은 분양권이다. 대부분 자신들의 명의로 돼 있음이 문제다. 건설회사와 은행에서는 독촉이 빗발치고 신용정보회사직원들은 뒷조사를 하기까지 했다. 이제 결혼이고 뭐고 분양권 해결이 관건이다. 한쪽 집에 4개씩, 합계 8개인데 이게 어찌 해결이 될 수 있을까. 시달리다 못해 죽어버리면 없어질 것 아니냐고 의논까지 했더란다.
두 전문가는 죽어도 해내자는 마음으로
영리한 총각. 처녀는 2012년 봄, 물어물어 필자를 찾아왔다. 분양권 8개를 내놓고 살려 달라고 하는데 입이 딱 벌려 지더라. 가진 돈은 10원 짜리 한 장도 없는 사람들인데~ 법무법인 세인 사무장인 윤명선 전문가와 의논을 거듭했던 결과 이건은 은행이나 건설사와 접촉을 많이 해야 하고, 단 시일에 끝날 일이 아니므로 두고두고 연구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럴진대 차라리 학교에 입학을 시키는 게 낫고, 매주 돌아가는 상황을 서로 의논해서 처리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기에 총각과 처녀에게 대학 사회교육원에서 운영하는 부동산재테크 교육을 들을 의향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두 사람이 마다할 이유는 없었으리라.
그 후 부지런히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수업 중에도 총각과 처녀의 사례를 들어가며 분양권 풀어가기를 수없이 강의했고, 은행과 건설사와 절충한 후 재판이 들어오면 서류는 필자가 작성하고, 재판은 본인들이 출석하기로 철저한 대책을 강구했다. 총각과 처녀는 2시간 전철을 타고 학교에 어김없이 등교했다.
하늘은 우리 편이었다
등교 4개월 만에 하나가 해결되더니 6개월 만에 또 하나가 해결되는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8개월이 지나자 4개가 해지되고, 1년이 되자 7개가 해지되었다. 지난 6월15일 이들은 중급반 1년을 졸업하는 날이다. 하나 남은 건 필자가 책임질 테니 더 이상 학교에 나오지 말고, 취업공부를 다시 하라고 지시했다.
총각과 처녀는 수료증을 받은 후 조용히 편지 한 장을 써놓고 쓸쓸히 학교를 떠났다. 자식을 멀리 떠나보내는 아비 마음처럼 왜 이렇게 허전하고 아플까. 부모의 아차 실수로 한창 피어나는 자식이 신용까지 걸려 고통을 받게 된다면 그 부모의 심정인들 오죽할까. “교수님, 사랑 합니다”라는 말을 열 번도 더하고 떠나는 그들의 예쁜 모습이 눈에 박혀 일이 잡히지 않는다.
전문가들도 너희들을 사랑한다
동0아, 윤0아, 나도 니들을 사랑한다.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가 아니라, 그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지난 1년 반 동안 고생 많이 했다. 그리고 편지 속에 든 등록금은 이미 내가 학교 개강 전날 납부 했다. 너희들 결혼식 때 다시 보내주마.
굳은살이 붙은 나무는 튼튼하게 자란다. 너희들이 앞으로 헤쳐 나갈 길은 튼튼할 것이다. 또 짧은 시간이나마 세상을 배웠다. 그리고 법률을 배웠다. 부동산을 배웠다. 돌을 집어넣어도 흐려지지 않은 좋은 강물이 되거라. 이 나이든 교수는 너희들을 잊지 않고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전철 속에서 공부를 했던 너희들, 얼마나 배가 고팠겠니? 총무에게 당부해서 먹을 것을 충분히 사 놓으라고 했지만, 그게 너희들 양이나 찼겠니. 그러나 나이 든 학생들은 모두 너희들 사정을 알고, 친자식이나 조카처럼 사랑 했었다. 시간 나는 대로 선배들에게 늘 안부 전화 드려라. 귀여운 내 천사들, 내가 죽어서도 언제나 너희들 등불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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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사무국장. 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