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이나 6원의 전세금으로 서울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수도권 외곽으로 흩어지는 바람에 요즘 파주ㆍ김포ㆍ고양ㆍ인천ㆍ청라ㆍ영종ㆍ수원ㆍ용인ㆍ남양주 등 그동안 긴 잠을 주무시던 대형 주택들이 깜짝 놀라 어쩔 줄을 모른다.
전세나 매매 자체에 대한 일정한 시세가 없었기 때문에 얼마를 받아야 하느냐를 두고 고민하다 보니, 서울에서 작은 집 5억에 구하지 못한다면 내 집 5억에 들어오라는 말이 오가다 보니 수도권 대형 전세금도 5억~6억으로 정해져버렸다.
세입자 왈, 그렇다면 1억 더 보태 사버리겠다, 말이 나오게 되고, 말솜씨 좋은 중개사님들은 이참에 사는 게 좋겠다. 라는 추임새와 장단을 더 붙인다. 그래서 전세는 전세대로, 매매는 매매대로 가끔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거 부동산 팔자도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대형을 팔거나 전세를 놓고 떠나는 사람들이 어디로 가나보자 하고 살펴봤더니 빚을 갚고, 나머지 돈으로 더 외진 곳의 할인 미분양을 또 사거나, 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월세로 가더라. 살던 집 전세 놓고 살던 곳에서 평형을 줄여 가는 사람이 있는 걸 보면 아무튼 한국 사람들은 재테크에 도가 텄다고 본다.
내 집 전세 놓고 한 채를 더 사겠다는 사람은 지금 부동산시장을 최하점으로 생각하고, 다음 기회를 보자는 계산이리라. 전세 놓은 집에 대출이 전혀 없는 상태라면 해볼 만한 장사가 아닐까? 그래서 돈이 돈 번다고 하는 것이다. 잘난 사람도 쓰는 돈, 못난 사람도 쓰는 돈, 여러분들도 오늘 저녁 소나기 내릴 때 모두 돈 벼락이나 맞으시라.
전세물건이 귀하다 해도 대출이 있는 집은 개밥에 도토리다. 세입자들도 모두 귀신이 되어 전세와 대출액이 70%를 넘는 집은 고개를 젓는다. 알토란같은 전세금 놓치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깡통 주택은 수도권에 약 20만 가구가 돼버렸다고 하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할꼬?
부랴, 정부에서 들고 일어나 당정협의로 주택거래를 활성화 시키고, 세입자들에 대한 소득공제를 해 주겠다는 묘안을 짜고 있지만, 자유당시절이나 군사정권시절이 아닌 이상 일방 통행할 수도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취득세 영구인하. 수직증축 리모델링 도입 등 모두 야당이 싫어하는 안건인지라.
너무 크게 기대하지 마시라. 곶감을 깎을 때는 크고 풍성하지만, 먹을 때 보면 빼빼마르고 씨만 남았더라. 한두 가지라도 되면 좋고, 안 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전세물량이 귀한 것은 집을 사지 않겠다는 의식구조 때문이고, 월세가 늘어난 이유는 과도기적 현상이기 때문에 한동안 후다닥하다 말 것이다.
필자가 가장 걱정하는 이유는 턱밑까지 차 오른 전세금, 나중에 집값이 오르면 저절로 해결 될 일이지만, 시장이 이대로 끌려가거나 조금이라도 더 내린다면 어찌될까? 또 전세물량이 남아돌아 역전세난이 일어나게 되면 어찌될까, 다.
그러나 최악의 사태는 오지 않을 것이다. 현재 집값이 움직이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는 세입자들이 집을 사지 않음이지만, 전세금을 올려 집값이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주고 있음도 세입자들이기 때문이다. 병 주고, 약 주는 세입자들, 부동산시장의 고스톱패는 그대들의 손에 있으렷다.
가을이 오고 있다. 오지 말라 해도 오고 있음을 어찌 막을 손가. 가을과 부동산은 최진사댁 셋째 딸과 먹쇠란 놈 아니던가. 지금보다야 더 좋은 시절이 오겠지. 귀는 쫑긋할망정 그렇다고 세월 따라 늙지 마시라. 한 번 주름진 얼굴은 절대로 펴지지 않을 것이다.
21세기 부동산 힐링 캠프(부동산 카페)대표.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 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