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 후에 퇴직금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관심을 갖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다가구다. 엄밀히 말하면 다가구 자체에 관심이 있기 보단 직장을 퇴직한 후에도 매달 안정적인 월 수익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것이고 그러한 목적을 이루는데 다가구는 안성맞춤인 셈이다.
다가구는 시간이 흐르면서 건물이 노후화 되면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워 하는 이들도 있지만 주변의 신축 다가구의 과다 공급으로 경쟁에서 밀린 다가구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논외로 하고, 일반적으로는 감가상각으로 인해 건물 가격이 하락하는 속도보다 토지 가격의 희소성 및 수요자의 증가 등으로 인해 상승하는 속도가 빠르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다가구를 포함한 수익형 부동산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다가구를 신축할 수 있는 수도권 단독주택 부지의 땅값은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동안에도 상승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다가구만 있으면 안정된 노후 생활은 따 놓은 당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철저한 사전 준비, 부동산에 대한 투자나 임대 경험이 없다면 이는 장밋빛 환상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은퇴자들의 투자금 대부분은 퇴직금이다. 퇴직 이후에 시작하는 제2의 인생은 퇴직까지 매일 해 왔던 전공 분야가 아니라 새롭게 도전하는 낯선 세계다. 즉 새로운 직업에 대한 경험이 햇병아리처럼 일천하다보니 성공하기 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최근 KB금융연구소에 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많은 은퇴자들이 관심을 갖는 요식업에서 3년 내 폐업할 확률은 52%에 달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창업에 실패할 경우 퇴직금뿐만 아니라 빚까지 얻게 되어 여유로울 것으로 기대했던 노후생활이 본인과 가족에게 적지 않은 고통으로 돌아온다.
이 때문에 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다가구에 투자하고자 하지만 이 역시 창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예전에 어느 은퇴자가 고수익의 광고 등에 현혹되어 퇴직금을 털어 다가구를 매수했으나 말했던 월세가 나오기는커녕 공실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이자 부담이 늘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누수 및 누전 등 하자가 발생하면서 보수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다 보니 임대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됐다. 2년도 못가서 정리하기 위해 매물로 내놓았지만 공실이 발생하는 다가구를 누가 매수하겠는가? 게다가 2~4층까지 방 개수를 불법으로 늘린 바람에 이행강제금 및 원상회복 최고장까지 받게 되자 며칠을 고민하다 나에게 상담을 받으러 온 것이다.
이 은퇴자에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일까? 본업의 숙련된 경험과 연륜은 있지만 다가구 임대사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전무했다. 기본적 지식 및 사전 준비 없이 다가구를 매입해 세를 놓기만 하면 알아서 척척 통장에 월세가 찍히는 것으로 착각한 것이 가장 큰 패인인 것이다.
최소한 매입할 다가구 주변에 향후 추가적으로 다가구나 경쟁대상이 될 만한 수익형부동산이 공급될 부지가 있는지, 주된 임대수요층은 누구이며 인근 다가구의 공실과 회전률, 선호도 있는 다가구는 어떤 것인지, 주변 중개사나 임차인을 통해 다가구의 하자나 문제점이 무엇인지, 등기나 대장상 문제나 하자는 없는지, 앞으로 공실 가능성을 예상해 최저 임대 수익률이 몇 %인지 등을 시간을 두고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임차인과 분쟁이 생겼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공실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며 물건의 관리 등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물론 부동산을 보는 눈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은퇴 후에 부동산 임대 사업을 통해 안전한 월세 수익을 얻고자 한다면 처음부터 몇 억대의 다가구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필자가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부터라도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실투자금 1000만 원 정도 들어가는 작은 임대수익목적 물건부터 하나씩 취득해 보고 임대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경험이 모여 큰 다가구를 리스크 없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아무런 준비 없이 퇴직권고를 받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후 급한 마음에 다가구를 매입하게 되면 열이면 열 모두 후회한다. 다른 사람에 말에 현혹되지 말고 본인 스스로 부동산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자신의 은퇴 이후의 삶을 완벽하게 준비하는 첫 걸음이라 생각한다.
오은석, 북극성 부동산재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