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85㎡(이하 전용면적)를 초과한 중대형주택의 이야기다.
부동산대책이 나올 때마다 85㎡가 약방에 감초처럼 등장한다. 85㎡이하라야 혜택을 볼 것인데 나는 초과하고 있으니 주인 뵙기 민망스러울 뿐이다. 서울 어느 곳 작은 것은 59㎡짜리가 6억원이지만, 나는 그보다 두 배나 몸집이 커도 가격은 4억원을 밑돌고 있다.
8.28대책도 나에게는 맹물이다. 나보다 큰 놈도 있고, 약간 작은 놈도 있지만 모두들 85㎡를 웃돌고 있기 때문에 기존주택시장에서도 찬밥신세고, 미분양시장에서도 개밥에 도토리다.
1972년 주택건설 촉진법을 제정하면서 5인 가족 기준으로 정한 규모인데 그동안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85㎡는 거주면적으로 25.7평을 말하는 것이고, 공급면적으로는 32~35평을 말한다. 정부의 모든 주거복지 정책에서 기준과 잣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주택법 시행령에도 85㎡로 대못을 박아 놨다. 바로 국민주택 규모라는 것이다.부동산시장이 좋았을 때는 나도 나름 잘 나갔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다.
몸값은 반 토막이 되었는데 나를 사겠다는 사람은 그동안 한 사람도 없었으니 나 때문에 주인은 속병이 생겨 병원을 왔다 갔다 한다. 어쩌다 국민주택으로 태어나지 못하고 헤비급으로 태어나 주인에게 불효를 저지르고 있을까?
85㎡이상이냐, 이하이냐에 따라 오아시스와 사막이다. 근로자나 서민이 집을 사거나 세를 얻을 때 정부 지원 저리대출을 받으려면 '85㎡ 이하'라는 문자가 여지 없이 기재돼있다. 또 현행법상 '국민주택기금은 국민주택 규모에만 지원한다고 돼 있다.
냉대 받는 '중대형 아파트'도 정부가 신경써야
“85㎡는 주택업체에도 자금줄을 지원하는 일종의 살생부 아닙니까? 국민주택기금 설립 목적에는 무주택 서민 주거 안정뿐만 아니라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문구도 있지 않습니까? 지난 반세기 동안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옴짝달싹 할 수 없도록 묶어 두는지 알 수 없습니다.”
옛날에는 부동산값 상승에 고통 받는 서민들을 챙기는 게 정부가 할 일이었다. 그래서 작고 싼 집을 권장하였으나 지금은 사람도 키가 크고, 덩치가 커져서 85㎡에 못을 박는 이유는 합당하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지금 기존 주택지 40~50평대 아파트 대개 4억원이나 5억원이다. 평수만 크다고 혜택에서 빼버린다면 덩치 큰놈은 어찌하란 말인가.
부동산 침체기 중에도 60㎡이하 소형주택은 값이 올랐고, 거래도 잘 됐다. 중소형도 약간 값이 떨어졌으나 대형이나 초대형인 나는 값이 반 토막으로 내렸다.
그럼에도 부동산대책이라는 생일상을 쳐다만 봐야 할 것이니 운명치고는 참, 더럽고 아속하다. 세상에 이런 법도 있단 말인가?
김포ㆍ파주ㆍ영종ㆍ청라ㆍ용인ㆍ수원 등 수도권 외곽에 나와 같은 친구들이 많다. 모두들 홀아비나 과수댁 신세가 되어 홀로 살고 있다.
수년 째 외로움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뜻이다. 45평형이면 할인 분양가는 3억 원을 조금 넘는다. 웬만한 서울 아파트 전세금에도 못 미치는 물건이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85㎡ 덫에 걸려 1%대 대출을 보고 침만 흘릴 뿐이다.
나도 언젠가는 웃는 날이 있겠지. 벌써 3년 전부터 작은 것만 짓고 큰 것은 손을 대지 않았다. 1~2년 후 나를 데리고 가겠다는 사람은 줄로 설 것이다.
지금 이곳저곳에서 할인을 하고, 기존주택시장도 굵직굵직한 가을 알밤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나를 사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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