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빚을 이겨내는 사람은 없다. 오늘은 급해서 그까짓 100만 원 하겠지만, 훗날 그게 1억으로 불어나서 내 목덜미를 잡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작은 빚을 유발하는 신용카드사용과 1-2천만 원의 신용대출을 조심하라고 늘 당부를 드리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장사가 안 되면 결국 빚을 이기지 못해 넘어간다. 한 번 넘어지면 잔액을 정리해야 하고, 신용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시간은 10년이 걸린다. 패가망신하면 나만 망하던가. 보증 섰던 가족과 친척들까지 모두 망하게 되므로 집안사람들의 원수가 된다.
그래서 불경기 때는 망하지 않으려고 기업은 신규투자를 하지 않은 채 현금을 쌓아두거나 저축을 하는데 급급하다. 지금 우리나라 실정이 그렇다. 돈은 넘쳐나도 투자가 없어 일자리가 없고, 소득은 맨 날 돌아가는 삼각지만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빚 갚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더 큰 문제는 부실기업이 엄청 많다. 모두 정리를 해야 하지만, 사회적 파장이 클 것이기에 곪아터져도 수술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능력이 있는 기업은 망할 일이 두려워 투자를 하지 않고, 투자를 하고 싶어도 능력이 없는 기업만 존재한다면 이미 경제는 늙었다고 볼 것이다.
한때는 개인 창업자들이 밴쳐라는 이름을 걸고, 세계시장을 후비고 다녔지만, 용두사미다. 퇴직금을 털거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돈으로 자영업을 한다는 사람들도 고작해야 골목식당이고, 그나마 2년 정도 지나면 문 닫는다. 결국 달달 외우기만 하는 공무원 시험장에 사람이 북적거릴 뿐이다.
그 대신 국가나 개인이나 빚 천지다. 나라 빚이 1000조라면 우리들이 일생 세려해도 세지 못하고 죽을 돈이다. LH부채가 141조 원인데 하루에 이자만 123억이란다. 자영업자 부채가 450조라면 이건 돈 버는 기계가 아니라 이자내는 기계라 함이 옳을 것이다. 그 중 은행 외 부채가 166조라면 더 이상 말해 무엇 하겠는가.
전세보증금도 빚이다. 집 여러 채 갖고 전세 놓으신 분들도 알고 보면 빚쟁이다. 전세보증금이 500조 원이다. 더 걱정스러운 일은 또 있다. 전세가 오르는 바람에 전세대출이 60조 원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임대인이나 임차인이나 거지 다 될 판이고, 빚 제외하고 나면 빈 봉투다.
전세 놓은 집이 있다 해도 내 돈은 손톱이고, 전세보증금과 대출은 발톱이다. 앞으로 집값이 이대로 있거나, 역전세난이 일어나거나, 갑자기 소득이 줄어들게 되면 집은 속빈 강정이 되고, 세입자는 손해를 줄이려면 그 집을 사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게 된다.
아무리 집을 사기 싫어도 세사는 집이 안 팔리거나, 집 주인이 보증금을 내 줄 수 없거나, 은행이자를 갚을 수 없는 처지에 이른다면 어쩌겠는가. 울며 겨자 먹기로 사야 한다는 뜻이다. 대개 그런 집들이 울고 갔다 웃고 온다. 나중에 경기 풀리면 그때 잘했다고 함박웃음을 웃거든,
지금 부동산은 계속 밀리고 있다. 그 이유인즉, 상승의 기대감이 없고, 소득이 부진하며, 관계 법안이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어나는 건 대형주택 소유자들이다. 이건 전세도 안 나간다. 답답하시겠지. 그러나 언젠가 덩치 큰 남편이 힘을 쓸 때 마누라는 역시나,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요즘 서울 부동산 가격이 약간 올랐다. 5년 양도세 감면기간과 생애최초주택자에 대한 혜택이 연말로 종료하기 때문에 그 전에 집을 사고자 하는 수요층이 움직인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으로 믿는 일은 착각이다. 송사리 몇 마리 움직인다고 개천에 고기 많다고 하겠는가. 값이 올라도 한참 더 올라야 수요자들은 뒤따라가게 돼있다.
모든 일은 세월이 해결할 것이다. 세상의 어느 것도 시간의 파괴력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사랑은 길어야 2년이고, 사랑의 콩 껍질은 벗겨지기 마련이다. 2년쯤 후 값이 올랐는지 안 올랐는지 나는 모르겠지만, 지금 값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21세기 부동산힐링캠프(부동산 카페) 대표.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 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3-4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