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법률사무를 취급하다보니 많은 이혼사건을 다루게 된다. 문제는 황혼이혼이다. 자녀들 다 키워 출가시켜 놓고 노인들끼리 서로 정답게 살았으면 좋으련만, 그게 자신들 맘대로 안 된다는데 어쩌겠는가. 늙은 남편이 집에 박혀 있는 자체가 보기 싫고, 끼니때 밥 챙겨주기도 지겹다는 늙은 마누라의 하소연이다.
영감님은 일평생 가족을 위해 직장에서 일해 왔고, 사업을 해서 돈을 모아왔지만 세월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70세가 넘게 되면 건강도 늘 고장이 나게 돼있다. 그러나 아무도 거들떠보는 사람은 없고, 할머니는 아침밥 숟가락을 빼기 무섭게 수영장이나 찜질방으로 가버린다.
그리고 친구들과 어울려 점심을 먹은 후 삼삼오오 모여 놀다가 해질녘에 들어올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영감님은 전기밥통에서 밥을 퍼내 시어빠진 김치로 연명을 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같이 만나 점심을 먹자거나 놀자고 전화를 하는 사람이 없다. 왜 남자들은 은퇴하면 친구가 없을까.
늙은 마누라들은 친구가 많아 매일 번갈아가며 이 친구, 저 친구 만나는데 늙은 남편들은 단 한 사람의 친구도 없어 그저 아파트 정원만 빙빙 돈다. 요즘 젊은 여자분들 남편이 섭섭하게 하면 “늙어서 보자”고 한다며? 그래서인지 남자들은 이 세상을 다시 태어나면 여자로 태어나겠다고 한단다.
영감님과 할머니는 매일 같이 남남처럼 살다보면 서로 불만이 쌓이게 되고, 언젠가는 이 불만이 화산처럼 폭발하게 된다. 그럴 때 성질 급한 영감은 주먹질을 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이혼소송의 시초가 된다. 싸우더라도 말로 싸우고 절대로 폭력은 삼가시라. 법원에서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은퇴 후 연금을 또박또박 받는 가정은 그래도 낫다. 그러나 연금도 없이 달랑 집 한 채 가지고 있다가 이혼하게 되면 그걸 팔아 절반으로 나누더라도 영양가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어떤 늙은 남편은 젊은 시절 돈을 잘 벌었는지 빌딩도 있고, 상가도 있더라. 그런데 늙은 마누라는 이혼소장에 재산의 절반을 달라고 한다.
어느 날 할머니는 반찬 타박한다는 이유로 영감님께 대들었다. 영감님도 화가 났었는지 할머니를 밀었는데 넘어지면서 그만 허리를 다친 것이다. 할머니가 용서를 해주지 않는다면 영락없이 이혼을 당할 판이다. 영감님은 기가 막혀 말문을 닫았다.
노부부가 이혼을 하게 되면 자녀들은 편이 갈린다. 왜 그럴까? 아버지를 옹호하는 편과 어머니를 옹호하는 편으로 갈린다는 것이다. 어느 여론조사에서 할머니들을 상대로 “늙은 남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약 72%가 부담스럽다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남자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젊었을 때는 죽도록 일만 해야 하고, 늙어지면 가족으로부터 천대 받고 물러나야 한단 말인가? 물론, 나이 든 남편을 극진히 사랑하고 남편을 위해 일하는 할머니도 많다. 하지만, 세상은 늘 변하고 있기 때문에 10년 후엔 어떻게 될지, 20년 후엔 어떻게 될지 감을 잡기 어렵다.
자,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늙은 남편이 부담스럽다고 한다면 빚 있는 부동산은 어떨까? 요즘은 대출이 40%, 전세가 50%정도 들어있는 집들이 많다. 자기 돈은 겨우 10%다. 행여 값이 오를까 지켜오고 있지만, 오르기는커녕 대출이자 내느라 죽을 지경이다.
집은 여러 채 가지고 있지만, 자녀에게까지 빚을 물려줄 수 없기 때문에 증여할 수도 없다. 또 세금도 만만치 않다. 작은 것은 팔거나 전세를 올려 받아 그동안 빚을 일부 갚고 있지만, 큰 것은 어제도 오늘도 소식이 없다. 지금은 연말까지 시행되는 양도세 감면혜택과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게 주는 혜택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을지라도 그 이후가 되면 어찌될지 걱정이다.
옛날에 잠시 가격이 올라 줄 때에는 내 일생의 전부로 생각되더니 지금은 전혀 그게 아니다.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시도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팔리지도 않고, 빚도 갚을 수 없는 집, 오도 가도 못한 채 집안에 박혀 있는 늙은 남편과 처지가 같다.
그러다가 집이 팔리는 날 마음이 시원할까, 섭섭할까? 한 평생 같이 살던 영감과 황혼이혼을 하게 되면 헤어지는 날 시원할까, 섭섭할까? 여기서 충고하노니 필자의 말을 귀담아 들어 두시라. 그렇게 이혼하고 나서 후회 안 한 사람 없고, 억지로 집 팔고 나서 후회 안 한 사람 없더라.
헤어지고 나서 다른 영감 만나거나, 다른 할멈 만나 잘살 것 같지만 6개월도 못돼 재산 다 망해먹고 빈털터리가 될 수 있다. 황혼이혼자들을 노리는 꽃뱀들도 있다. 일생 고생한 늙은 남편 잘 모시고, 일생 부려먹은 늙은 마누라 사랑하고, 일생 지켜온 집 적당한 시기에 잘 파시라. 이혼, 파산, 회생, 모두들 좋은 일이 아니다.
요즘은 여자 쪽에서 이혼을 주장하는 편이 많다. 남자가 젊었을 때 가정을 소홀히 했고, 바람을 피웠고, 술독에 빠졌으며 폭행을 했다는 등 활동사진을 틀어대며 복수전을 펼친다. 집을 팔고자 하는 사람은 집 때문에 가난해졌고, 그동안 이자로 나간 돈이 수억이라고 한탄을 한다. 그러나 늙은 남편들은 말이 없다. 그 남편과 집 때문에 한때 우쭐댔던 행복이라는 자부심은 어디로 갔을까?
21세기 부동산힐링캠프(부동산카페) 대표.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