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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양극화 갈수록 심해
“할머니 사랑은 손자사랑”이라는 말이 있다. 어릴 적엔 눈깔사탕 사먹으라고 늘 동전을 주시던 할머니께서는 필자가 다 자란 후에도 책사라고 용돈을 주셨다. 밥상에 색다른 음식 나오면 푹 떠서 손자 밥그릇에 슬쩍 넣어주시고, 동네잔치 다녀오실 때면 의례히 떡이랑 곶감을 싸와서 손자에게 먹여주셨던 할머니, 여러분들의 할머니께서도 모두 그러셨을 것이다.



손자사랑으로 사시던 할머니가 제대말년에 돌아가셨다. 전보를 받은 손자는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어 멍하니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급히 휴가를 얻어 집에 와보니 필자와 같이 사용하던 할머니 방은 썰렁했고, 할머니만이 간직하시던 특유의 할머니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돌아가실 때 이 손자가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평소 손자며느리를 보신 후 눈을 감겠다던 강철 같은 할머니셨건만, 몇 년을 더 기다리지 못한 채 꽃상여를 타고 앞 선산 양지바른 곳의 1평짜리 소형 지하 아파트로 가셨다고 한다. 이젠 필자나 여러분들은 아파트에 진절머리가 나서 바로 화장터로 가시겠지. 필자는 빼빼 말랐기 때문에 1분도 안되어 재가 되어 나오리라.



방을 청소하기 위해 죽석(竹席 - 대나무 껍질을 잘게 쪼개어 엮어 만든 깔 자리)을 걷어 올리는 순간 놀라운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방바닥에 지폐뭉치가 쫙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온 동네가 소문날 정도로 많은 돈이었다. 할머니께서는 손자를 생각해서 모아둔 돈일 것이다. 옛날엔 금고도 없고, 은행도 없었으니 직접 깔고 앉아 있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세상은 변해 죽석은 온데간데없고, 온통 시멘트위에 온돌마루다. 금고 없는 서민은 돈 숨겨놓을 곳도 마뜩찮고, 그렇다고 옷 속에 넣어뒀다가는 나중에 의류 폐품으로 가기 딱 알맞다. 죽도록 가봤자 은행이다. 할머니처럼 뭉칫돈을 만들어 놔야 할 텐데, 들어오기가 바쁘게 나가버린다. 젠장, 돈이란 놈은 왜 나와 인연이 없는 것일까?



하지만, 요즘 강남을 비롯한 부자동네 금고에서 뭉칫돈이 슬슬 기어 나오고 있다. 돈은 자의건 타의건, 언젠가는 반드시 밖으로 나오게 돼있다. 땅이 뜨거워지면 개구리가 밖으로 나오는 이치와 같다. 그래서 처녀도 때가 되면 몸이 근질근질해서 어쩔 줄 모르고, 총각도 때가 되면 기둥을 안고 비벼대는 것이다.



남이 믿어주지 않을 말을 자주 하거나, 가능성이 없는 일을 다 되는 것처럼 장담하는 사람을 실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부동산정책이 그렇다. 부동산정책과 국회 사이에는 무슨 마귀가 끼었을까? 아니면 액운이 낀 것일까? 취득세 영구인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등 여러 법안이 또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 모양이다.



아리랑 고개는 봄이 돼야 임이 올 텐데 이거 큰일 났네. 기존주택시장과 미분양시장은 돌아가신 할머니 방이나 다름없다. 수도권 주택 경매건수가 역대 최고라고 한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한 하우스푸어가 경매로 날려버린 것이리라. 왔다, 갔다 정책이 아니었더라면 진즉 날려 버렸을 것이고, 그리했더라면 손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인데,



살던 집에서 쫓겨나면 이 추운 겨울 어디로 가야할까. 집이 경매 당했다고 하면 평소 친히 지내던 사람도 등을 돌리는 인심 아니던가. 우리 회원들만은 그러지 마시고 불쌍한 그들을 보듬어 주고 안아 주시라. 빈집 있거든 그냥 살게 해주고,



한쪽에서는 집을 잃고 난리인데, 강남제비는 계절을 잘못 짚었는지 한겨울에 모델하우스로 집합하고 있다. 이 무슨 변고일꼬? 강남 어느 곳 청약경쟁률이 60대1이라면 그동안 돈이 얼마나 근질근질했겠는지 이해하시리라.



대치동 어느 아파트 신규분양 청약결과도 30대1 아니던가. 그것도 중대형으로만 몰리고 있다. 있는 돈 빨리 묻어두자는 죽석 밑에 돈 모으기 아닐는지? 10억이 넘는 고가 아파트에 척척 투자하는 걸 보노라니 돈이 돈을 따라가고, 돈 있는 사람이 돈 번다는 말이 헛말은 아닌 듯싶다.



우리들의 삶도 빈부의 격차가 심하지만, 부동산시장도 얼어 주고 더위 죽는 곳이 여러 곳이다. 김포는 미분양이 2천 가구에서 4천 가구로 늘었고, 서북부 어느 신도시는 이래도 안 팔리고, 저래도 안 팔리자 전세분양을 하느라 나팔도 불어대고 춤도 춰보지만 별로 신통치 않다.



이제 부동산정책은 막걸리에 물 탄 모양새다. 막걸리에 물 타봐라. 무덤덤해서 1년 전에 뚜껑 열어버린 사이다 맛이나 다를 바 없거든, 그런 터에 날씨까지 점점 추워지고 보니 부동산시장은 자잘한 개미마저 쏘옥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부유층의 유동성이 움직이면 이거 돈 많은 과수댁 바람난 것이나 다를 바 없음을 아시라. 예쁘장한 과수댁이 바람나게 되면 홀아비나 유부남은 녹아 난다. 모처럼 먹는 떡이 얹히게 돼있다. 과수댁에 곁눈질 하지 말자. 나중에 프리미엄 붙겠지, 생각하고 뒤따라가지 마시라는 뜻이다.



억(億)대가 노는 곳에 천(千)대야 가지마라. 부잣집 잔치 끝나면 가난한 이웃에 떡을 돌리게 돼있음이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다. 이 세상에서 움직이는 것 중 가장 많은 것이 개미다. 마당이나 정원에 나가봐라. 개미 한 마리나 있는가? 매수인은 움직이는 게 당연하고, 매도인은 과수댁이 먼저 좋아 눈짓할 때까지 참고 기다려라.





21세기 부동산힐링캠프(부동산카페) 대표.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 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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