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은 날씨가 좋아 가는 곳마다 단풍이 절경을 이뤘다고 한다. 산 밑 통나무 카페에 배낭 내려놓고 곱게 물든 낙엽을 바라보며 진한 커피라도 마신 일이 있으신가? 요즘에는 산속에도 악기를 연주하는 카페가 생겨 재미가 쏠쏠하다고 하지만, 필자는 가본 일이 없어 그저 상상과 기억으로만 감을 잡을 뿐이다.
단풍은 낙엽을 남기고 간다. 거리 청소부들은 매일 낙엽을 쓸어내지만, 당할 길이 없어 원망스럽게 가로수를 바라본다. 참다못해 가로수를 흔들어 댄다. 어서 떨어지라고. 지금 우리들의 삶도 그런 분들이 많을 것이다.
단풍을 노래할 시절은 지나갔다. 서양속담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다. 4.1 부동산대책, 8.28 전월세 안정화 대책, 국회에 계류 중인 부동산 법안들은 부동산시장에서 볼 때는 모두 곱디고운 단풍이다. 그러나 다 낙엽이 돼버렸다.
시중에서 흔히들 하는 말로 “있을 때 잘해”라는 말과 “없을 때 도와줘”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나리님들은 이 두 가지를 다 무시해 버렸다. 소득이 얼어붙고 내수가 기를 펴지 못해 부동신사장이 살아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남의 집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걱정하는 위기는 장기불황. 기업체 자금난. 경제의 불확실성.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다. 형편이 이러한지라 건설사들은 내년도 사업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내년도 신규물량이 없을 수도 있으리라. 기존 주택시장으로 봤을 때는 청신호다.
건설사에서 발행하는 회사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받아놓은 밥상이다. 선수금을 확보할 수 있는 공공 공사는 전무한 상태다. 기업체의 내년도 임금인상률이 3%라고 하니 가난한 서민들 살림살이는 금년과 별반 다를 바 없으리라.
OECD 35개국 중 우리나라는 삶의 질이 27위라고 한다. 가난해지고 있기 때문에 인정이 메말라버렸다. 정부나 민간 모두 대화와 교통이 없다는 것이다. 사회적 유대의 정도도 32위라고 한다면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이 낮아지고, 인심이 야박해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수년간에 걸친 부동산침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자산이 줄었으니 찡그릴 수밖에,
이런 와중에 갈수록 인구가 부족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고향 어느 군에 가보니 다문화 가정이 245가구더라. 엄마나 어린애나 온통 베트남인지 필리핀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 분들이 농촌을 지키고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한국 처녀. 총각들은 어디로 갔을까? 애 낳기 싫어 결혼은 미뤄놓거나, 설사 결혼해도 키우기 힘들다고 달랑 하나 낳아 놓고, 꼬박꼬박 월급 받느라 정신이 없으시겠지. 낳아 놓으면 다 제복에 사는 게 인생이다. 돈 없는 사람은 자녀가 재산이라는 사실을 훗날 알게 될 것이다.
어찌됐건, 내가 지키지 못하는 농촌은 앞으로도 젊은 다문화가정이 둥지를 틀 것이고, 한국의 농촌을 기름지게 할 것이다. 백의민족이라는 아저씨와 아줌마들은 80세나 90세로 늙었고, 신병과 치매에 싸우느라 조카를 보고도 누구인지 모르더라.
세계에서 65세 이상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는 어느 나라인지 아시는가? 바로 우리나라다. 고향에까지 고속도로를 만들어 놓으니 고령화속도가 120㎞로 달리는 세상이 돼버렸다. 그런 와중에 빈곤률이 50%에 육박하여 OECD 회원국 중 1위라고 한다. 모두 좋지 않은 일만 골라서 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금년 들어 수출이 매월 증가하고 있고, 미미하게나마 내수가 회복을 하고 있다. 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이다. 전세금이 상승하자 기존주택시장에서도 작은 것은 동이 나버렸고, 신규분양시장에서도 작은 것은 잘 팔리고 있다. 그러다보면 큰 것도 움직일 날이 있으리라.
앞으로 우리들이 지켜볼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인구가 많아 결국 부자나라가 됐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수출하는 비중도 크지만, 시장에 나와 있는 고사리도 중국산이고, 제상에 올라가는 생선도 중국산이다. 시장경제는 정치하기 나름이다. 그럼에도 경제는 들여다보지 않고, 싸움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지금은 어렵게 살면서 계속 끌려가는 세상이 이어질 것이냐, 더 나아지는 새로운 삶으로 바뀔 것이냐? 의 분수령에 와 있다. 여행자를 헷갈리게 하는 것은 옛길이 아닌 새로운 길이다. 우리 모두 절처봉생(絶處逢生-죽을 고비에서 살아남는다는 뜻)의 마음으로 살아가자. 알고 보면 결국 사람이 부동산 아니던가.
21세기 부동산힐링캠프(부동산카페) 대표.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 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