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모임이 많아지는 시기다. 먹을 것 없고 회비만 내는 모임이라면
마음이 내키지 않으시겠지. 만일 모임에서 일류 뷔페로 대접하고, 좋은
선물도 준다면 어떨까. 자리가 메어터질 것이다. 손해 볼
일에는 잘 나서지 않는 세상이다. 하물며 수억 원이 오가는 부동산시장이야 오죽할까. 지금이라도 부동산을 사야 돈 번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누구든 하던 일 제쳐두고 쫓아갈 것이다.
하지만 집값이 옛날 할아버지 핫바지처럼 엉덩이 절반까지 내려가자 집 샀다가 손해 볼까 두려워 전세나 월세로 눌러
앉고 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2-3년 동안 전세금은 전국
평균 집값의 70%선을 웃도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즉 집값이나
전세금이나 속된 말로 “똔똔이” 돼버렸다고 볼 수밖에 없게
됐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금을 받아봤자 금리가 낮아 은행에 넣어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재투자를 할 곳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보증금은 야금야금 내리고, 월세는 스멀스멀 올리면서 전세 위주였던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월세나 단기 임대 중심의 서구 부동산시장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부자 임대인 입장일 뿐이다. 가난한 임대인은 올려 받은
전세금으로 이자를 갚느라 빚에 허덕이고 있다. 가난한 임차인은 어떤 입장일까. 전세금 올려 주면서 은행 신세 짓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들은
은행에는 전세대출금 이자를 내야하고, 동시에 임대인에겐 월세를 내야 한다. 하루 종일 공장에서 일하고, 식당에서 일해 봤자 세입자는 현금인출기일
뿐이다.
올려 받은 전세금으로 그때그때 이자 내는 임대인은 지금도 사정없이 빚이 불어가고 있다. 대출 끼고, 전세 놓은 임대인은 아귀찜에 아귀 대가리고, 메기매운탕에 메기 대가리다. 먹을 게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재산세는 내야하고, 2채면 종부세를 내야 한다.
대출이 많은 집일수록 보증금은 적고 월세가 많은 집들이다. 집 한
채를 지분으로 나눠 봐도 거실은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 몫이고, 안방은 세입자 몫이고, 부엌은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몫이고, 자신의 몫은 화장실일 뿐이다. 게다가 앞으로는 사채업자가 현관을 차지할지도 모를 일이다.
대출 빡빡하게 든 집에 세든 세입자는 2년 동안 살면서 그 집이 경매에
부쳐질까 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눈에 다래끼가 돋을 지경이다. 전세대출금을 빼버리면 자신의 돈은
별로 남는 게 없지만, 만일 피보다 진한 그 보증금을 놓치게 되면 어쩌겠는가.
임대인은 아무리 힘들어도 경매에 넘기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경매가
끝나도 임차인에게 잔액채무가 남기 때문이다. 임차인 눈에서 눈물 빼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결국 임대인이나 임차인이나 “걱정호”라는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것이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손해 없이 무사히 헤어지려면 집값이 올라야 한다. 만일
집값이 떨어지면 임대인은 경매를 피할 수 없게 되고. 임차인은 손해를 줄이려면 부득이 그 집을 사야
하는 처지에 이르게 된다. 이러면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싸우지 않을 수 없으리라. 이럴 때 부르는 노래가 있다. “네가 먼저 살자고 옆구리 쿡쿡 찔렀지, 내가 먼저 살자고 옆구리 팍팍 긁더냐?”
이럴 경우에 대비해 잠시 민법 제330조 전세권에 대한 내용을 보고
가자.
1) 전세권자는 전세금을 지급하고,
타인의 부동산을 점유해 그 부동산의 용도에 좇아 사용 수익하며, 그 부동산 전부에 대해
후순위 권리자 기타 채권자보다 전세금을 우선 변제 받을 권리가 있다.
2) 농경지는 전세권의 목적으로 하지 못한다.
즉, 전세금을 지급하고 임대인의 부동산을 점유하되 용도에 좇아 사용하고, 임대인에게 맡긴 전세금은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해서 보증금을 변제 받을 수 있도록 법에 규정돼 있음은 사실이다. 전세보증금에 앞선 권리관계가 없으면 전세금이 1순위가 돼 안전하게
찾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요즘 그런 물건이 어디 있던가. 1순위에 저당이 없으면 전세금이
많고, 저당금액이 적으면 보증금이 약간 적거나 월세가 붙고, 저당금액이
많으면 2000만~5000만원의 보증금만 걸고 월세를 많이
내기 때문에 세입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마음에 맞는 물건을 찾기가 어렵다.
모두 집을 사지 않고 전세나 월세로만 살려 하기 때문에 집값은 내려가고 전ㆍ월세 물량만 동이 나버린 것이다. 전세 오르는 일이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큰 복인지 모른다. 만일
전세금까지 내려갔다면 초상이 열두 번은 더 났을 것이다.
머지않아 우리나라 민법의 전세권 조항도 바뀔 날이 올 것이다. 주택임대차
보호법이 생긴 후로 전세권 등기는 유명무실해졌다. 전입신고 다음날, 확정일자
다음날로 효력이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걸 믿고 보이지 않은 채권이나 국세 때문에 전세금 홀라당 날리는
서민들이 어제도 오늘도 늘어만 가고 있다.
요즘 부동산시장에서 임대인은 바람난 남자고, 임차인은 기가 죽은 여자다. 두 사람 사이가 좋을 때는 이빨이 빠지도록 애정행각을 벌이겠지만, 비틀어져
봐라 기가 죽은 여자는 남자의 이빨을 부수며 너 죽고 나 죽기로 달려들 것이다.
그래서 싸우지 않으려고 ‘집값 상승’이라는
깃대를 꽂은 같은 배에 탄 것이다. 어서 집 장만 하려면 값이 오르지 않아야 하겠지만, 보증금을 안전하게 찾아오려면 집값이 올라야 한다는 역설적인 구도가 형성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 필자는 춤을 출 때 진도아리랑을 부른다. “춥냐, 더웁냐, 내
품안으로 들어라. 베개가 높고 낮거든 내 팔을 베라.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에헤~”
21세기 부동산 힐링캠프(부동산
카페) 대표. 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 사무국장. 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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