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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
부동산 시장은 백화점이나 재래시장처럼 다수의 공급자와 다수의 수요자가 활동하는 시장이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시장에 유명한 소리꾼이 와서 공연을 한다고 하면 어찌될까. 소리꾼 덕분에 공연도 구경하고, 자신이 필요한 물건도 사게 되리라.

재래시장 장사들은 물건 팔아 좋고, 서로의 인연이 오가다 보면 공급자나 수요자 모두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 되시겠지. 세상은 그렇게 밀어주고 당겨주는 거래가 있어야 물레방아처럼 돌아가게 돼 있다. 죽도록 당기기만 해봐라.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가고 버티다가 가랑이가 찢어질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등 오리무중 된 부동산 관련 법안들은 어디로 갔을까? 칼럼 쓸 때마다 정책 이야기는 안 쓰려고 애쓰지만, 정책마다 분위기만 띄워놓고 고무신 바꿔 신은 모양새가 되어 또 쓸 수밖에 없다. 기다리다 배신당하는 일은 겪어봐야 알거든.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건만, 부동산시장에 소리꾼은 오지 않은 채 금년 한 해도 서산에 걸렸다. 두 번, 세 번 내놓은 대책마다 리모델링 수직증축이라는 소리 높은 테너가수도 오고, 분양가 상한제에 맞춰 요렇게도 춤을 추고, 저렇게도 춤을 춘다는 아이돌 가수도 오고, 취득세 영구인하라는 구수한 트로트 가수 남진씨도 온다고 하더니 국정원 특검과 인사청문회 하다 1년 다 지나버렸다.

두고 봐라. 이러다 경제사정이 더 나빠지거나 부동산시장이 더 얼어붙어 국민들 모두가 죽겠다고 아우성치면 여야는 서로 그 책임을 떠넘기기 바쁠 것이다. 너무 약하면 힘이 없고, 너무 강하면 부러지는 게 세상이치 아니던가. 그럼에도 요즘은 모든 일마다 '강대강(强對强)'이다.

정권 잡은 지 1년 다 돼간 대통령도 내려오라는 세상이 또 어디 있더란 말인가. 국정원 댓글이 대선 패배 원인이라도 되는 양 불필요한 정쟁은 그만하시라. 국민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그것부터 알고 가자. 있는 사람들은 집 못 팔아 걱정이고, 없는 사람들은 전세금 없어 고민이다.

정책이 나오게 되면 이게 되든지, 안 되든지 가부간 결판이 나야 하는데 나올 때에는 원님 행차처럼 요란스럽고, 며칠 지나면 정치판 싸움에 꼬리를 내리는 강아지가 되고 있으니 화호성구(畵虎成狗 - 호랑이를 그리다가 강아지를 그렸다는 고사)가 아니겠는가.

여의도 의사당은 이제 '저 바다'가 돼버렸다. 저 바다가 없었다면 진즉 집을 팔던지, 사던지 했을 텐데 저 바다가 가로 막고 있는 바람에 쓰라린 이별을 맛봐야 하고, 연락선도 없는 해 저문 부두에서 한숨만 짓게 됐다.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중개업소 1만 5000개가 휴업이나 폐업을 했고, 부동산이나 건설 연관업종은 몰락 직전이다. 투기시절 생겼던 규제정책 바로 고치자는데 이유도 많고, 변명도 많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규제공화국이고 특검 공화국이다. 매번 부동산정책이 강아지로 변하는 이유와 정책이 표류하는 이유에 대해 그것도 특검하자.

날씨는 추워지고 연말은 돌아오고, 대출연장은 다가오고, 전세금은 올라간다. 지금 서민들 입장에선 빠져나갈 길이 없어 버티고 있을 뿐이다. 이제 배가 고파 버틸 힘도 없겠지만, 그래도 잘 버티시라. 힘들고 어려울 때는 잘 버티는 놈이 1등을 하게 된다.

어려운 중에도 한국무역 사상 처음 트리플 크라운이 이뤄지고 있다.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 달성, 사상 최대수출, 무역 최대 흑자달성 등 3가지 호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옆구리가 시리기는 모두들 마찬가지리라. 필자도 서민이기에 어렵다. 만나는 사람마다 “나이도 드셨을 텐데 대학 강의하시랴, 법률사무소 일하시랴, 부동산 전문가로 활동하시랴 힘드시죠?” 하는 안쓰러운 질문이 많다.

뭐라고 대답하는지 아시는가? “그건 가수 남진씨가 무대에서 노래하는 거나 별반 다를 바 없고, 전국노래자랑 사회자 송해씨 옆에 가려면 아직 15년이나 남았다.” 남진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 고생을 덜 할 수 있었을 것이나 그리 되지 아니하는 걸 어찌하겠나. 연락선이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21세기 부동산 힐링캠프(부동산 카페) 대표.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사무국장. http://cafe.dau,.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10-5262-4796
031-213-4796. 031-216-2500. FAX 031-216-4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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