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설 명절이다. 허리 구부러진 부모는 객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을 볼 수 있으니 기쁘고, 자녀들은 명절 덕분에 고향에 다녀올 수 있으니 이보다 즐거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잘해야 1년에 두세 번 부모님 얼굴 뵙다보면 내 나이는 늘어나도, 뵙는 횟수는 줄어들 것이다. 부디 생활이 쪼들릴지라도 명절 때만은 넉넉한 인심으로 지내자. 궁상떤다고 누가 갖다 주던가?
나이 든 부모가 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워하는 일이 뭔지 아시는가? 돈이라고 하시겠지? 5만 원짜리 용돈 봉투에는 눈이 휘둥그레질 뿐이고, 흔해빠진 생활용품은 아까워서 써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실 것이다. 중요한 건 마음이다. “덕분에” 오늘 내가 있음을 감사하고, 건강하고 오래 사시라고 위로해 드리자.
주름진 얼굴 만져 드리고, 쑤셔대는 팔다리도 주물러 드리자. 늦게까지 결혼 못하고 홀로 송인 자녀가 제일 큰 불효임을 알기나 하는지? 말이라도 곧 결혼하겠다고 하시라. 결혼 못한 자녀를 놔두고 죽게 되면 부모님은 눈을 감지 못하는 법이다. 개미 쳇바퀴 돌아가는 월급에 매달려 결혼 미루지 말고, 어서 짝을 찾으시라. 그게 훗날 나를 위하는 길일 것이다.
그러나 결혼이란 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이던가. 결혼을 하지 못함은 마음이 짠할 뿐이지만, 어설프게 결혼했다가 핏덩이 놔둔 채 헤어지겠다고 하면 그땐 부모 가슴 갈기갈기 찢어진다. 명절 뒤에 이혼이 많다. 이혼사유를 뜯어보면, 일 좀 더했거나 대화에 섭섭함이 있음이더라. “내 호적에 이혼은 없다”라는 마음으로 살자.
이번 명절 뒤엔 이혼하겠다고 법률사무소 찾아오는 일 없도록 하시라. 헤어진 후 말 바꿔 타도 별 볼일 없더라. 좋건, 싫건 처음 길들인 소가 주인 마음 알아주고, 쟁기질도 잘 하지 않던가. 법률사무 45년째인데 이혼하고 잘 사는 사람 소금물로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음이 사실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새 고무신인지, 헌 고무신인지 분간을 못할 때가 있다. 새 고무신일 때는 누구나 좋아하지만, 헌 고무신은 가져갈 사람이 없다는 걸 왜 모를까. 설령 짝을 맞춰가도 잘 맞을 리 없고, 필자처럼 폐품 직전인 사람이 황혼이혼 했다가는 자녀들로부터 눈총 받게 된다.
지금 시골에는 애들이 없다. 다문화가족들 중 어린애 있는 집들이 한 동네에 한두 집 있긴 하지만, 공부하고 집안일 하느라 얼굴보기 힘들더라. 어린애가 없는 시골은 쓸쓸하다. 이럴 때 갓난이 하나 안고 가봐라. 온 동네가 뒤집힐 것이다. 그게 가장 큰 효도선물임을 모를 것이다.
여러분들이 고향에 가시면 할 일이 있다. 비어 있는 시골, 폐허가 된 시골, 적막이 감도는 시골~ 언젠가는 우리들이 일으켜 세워야 할 숙명을 타고났다고 생각하시라. 비어 있는 집이 몇 채나 되며, 값은 얼마인지 잘 챙겨두자. 은퇴를 하거나 노후를 맞아 내가 그 집으로 갈 줄 어찌 알겠는가. 그곳은 돈이 없어도 살 수 있는 곳이다.
시골 인심이 옛날과 다르다. 시루떡 해서 나눠 먹고, 집집마다 팥죽 돌렸던 그런 세상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동네 결혼식도 읍내 예식장에서 하고, 초상이 나도 읍내 장례식장에서 치루기 때문에 사람들 만나기도 힘들다. 좁아진 골목, 낮아진 돌담, 그것만이 옛날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예식장은 이미 다 망해버렸다.
총각시절 좋아했던 처녀가 얼마나 늙었는지 담 너머로 고개를 넘겨봐도 잡초만 무성한 채 인적은 간 곳 없어. 어렸을 때 그 곱던 새댁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반가워 어쩔 줄을 모르더니 지금은 치매가 걸려 필자를 봐도 누구인지 분간을 못하니 세월 앞에 장사 없음이 오늘만의 일이던가.
설음식은 누가 뭐래도 조청에 인절미를 찍어 먹어야 제 맛이 나고, 떡국은 닭 장조림을 넣어 먹어야 제 맛이 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맛은 찾을 수 없고, 나그네 거시기 같은 바나나와 쩍쩍 갈라진 마나님 젖통 같은 메롱만 있더라. 그런 수입산 과일 제상에 올리면 조상님들이 그럴겨, 이건 어디서 온 거시기고, 요건 어디서 온 머시기라냐?
강강술래, 재기차기, 연날리기 모두 없어졌고, 있는 것이라곤 고스톱뿐이다. 처음에는 점 100짜리 치다가 술기운이 오르면 전두환 고스톱으로 돌아간다. 돈 잃었다고 형제간에 멱살 잡고 의리상하지 마시라. 아무리 남이 좋아도 형제만은 못하더라.
오늘만은 필자도 부동산에 대해선 글을 쓰지 않겠다. 여러분들도 부동산에 대해서는 잠시 잊고, 내 미래를 내다보면서 지금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깊이 생각해 보는 새로운 시간을 갖자. 휴식기간에 새로운 방향을 찾아보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이번 설 명절을 기점으로 야물어 지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목적이 정확한 사람이 되자. 목적이 정확하면 죽음도 비켜 간다고 하지 않던가. 어설프게 살지 말자. 지금 세상은 야무지게 행동하지 않으면 모든 일마다 젖은 비누처럼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설이 끝나거든 계획한 일부터 시작하자. 나중에 하겠다는 말은 사전에서 지워주기를 바란다. 미루는 습관에서 벗어나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당신의 결정이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실패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사람이 훗날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미국. 일본. 중국. 한국. 북한 등 주위 나라들이 국익을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사람이나 각 나라들은 약자 편을 들면서도 강자를 따르는 게 인심이다. 경제 대국이 돼야 하고, 통일을 이룩해야 하는데 우리들이 주춧돌이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뛰자.
21세기부동산힐링캠프(부동산카페)대표.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0-5262-4796. 031-213-4796
수원대 사회교육원 부동학과 봄학기 학생모집 마감임박. 010-4878-6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