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40년 전 용케도 서울에 올라와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도 고향에 전화를 할 때면“장모님, 서울 박서방입니다”라는 인사말을 하실 것이다. 그러나 그 박서방은 실제 서울에 살지 않고, 수년 전부터 아니면 2-3년 전부터 경기도에 살고 있다.
좋은 사위 얻어 딸이 서울에서 살고 있다고 자랑하셨던 장모님도 이미 이 세상을 떠나셨거나, 살아계신다 해도 귀가 어두워 전화도 끊어진지 오래리라. 어쩌다 서울에 오실 때면 고춧가루, 참기름, 마늘, 팥 등 손수 지은 농작물을 이고 들고 오셨던 장모님,
며칠 쉬어가시라 해도 사위 눈치어렵다고 하룻밤 토끼 잠 자고 곧 바로 되돌아 가셨던 장모님, 그 장모님은 자녀를 예닐곱 낳아 잘 길러 놓고, 자녀들이 잘 되기만을 기다렸을 것이다. 우리들이 잘 됐건, 못 됐건 이제 우리들에게 그런 장모님은 없다.
박서방은 강북에서 살다 전세난을 피해 의정부로 이사했지만, 장모님은 지금도 박서방이 서울에서 사는 줄 아신다. 어쩌다 전화를 할 때도 서울 박서방이라 해야 알아들으시고, 의정부 박서방이라 하면 전화 잘못했다고 끊어 버리신다.
6.25전쟁 후 10년이 지나 산업화가 시작될 때 태어난 세대 즉, 장모님이 낳은 세대를 베이비부머세대라 한다. 필자는 이 세대보다 몇 살 윗세대에 속하지만, 마땅히 붙일 이름이 없어 전쟁세대로 부른다. 찢어지게 가난했기에 집 나가서 직장 갖는 사람은 출세하는 사람으로 알아줬다.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도“낳고 보자”였기 때문에 한 집에 자녀들이 네댓 명 씩 됐었다.
스물일곱 살부터 2년 터울로 연거푸 넷을 낳고 보니 서른다섯에 끝나더라. 필자가 낳은 그 밑 세대들을 에코부머세대라 한다. 요것들은“안 낳고 보자”고 벼르고 있다. 안 낳는 게 아니라 아예 가지를 않는다. 시집. 장가를~ 부동산 안 팔리면 버티라고 했더니 결혼을 버티고 있으니 미칠 일이다.
막상 결혼을 해도 환장할 노릇이다. 그것들이 몇 년 직장생활해서 집 사거나 전세 얻을 돈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 결국 보태주거나 데리고 살아야 할 판이다. 이것들이 박서방처럼 외곽지역으로 빠지면 될 텐데 꼭 비싼 곳에서 버티려고 하거든,
비싼 곳이 살기 편한 곳일 터, 그 심정은 백 번 이해한다. 생활기반이 없는 곳은 불편하기 짝이 없더라. 필자가 초임 공무원생활 때 산골오지에서 월세로 살아봐서 안다. 그때 같이 사는 여성이 배가 남산처럼 나와 있었는데 새벽에 갑자기 애 낳는다고 소리를 질러대니 어쩌란 말인가.
전화도 없고, 택시도 없고, 병원도 없는 곳에서 첫 아이를 낳는다니 이제 죽기 아니면 살기다. 보건소 문이 열리려면 9시가 돼야 하고, 읍내까지 가려면 오십 리 길을 업고 뛰어야 하는데 그리 할 수도 없는 일이기에 여자는 죽는다고 소리쳐도 남자는 냉가슴만 앓는다.
몇 시간만 기다리면 어머니나 장모님이 오실 텐데 그 새를 못 참고 나오려나보다. 이 일을 어째, 내 팔 꼭 붙잡고,‘파이팅’하자. ‘힘 내, 힘 내, 파이팅~’세상에 애 낳고 있는 마누라 붙들고, 파이팅 외치는 남자는 역사상 필자가 처음이고 마지막 일 것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필자의 팔을 감아 쥔 마누라는 “걱정 마, 자신 있어, 나 육상선수였거든 음~”“육상 선수? 육상선수는 원래 가슴이 없는 거야?”죽는다고 소리치던 마누라가 깔깔깔 웃으면서 뒤집어지는 바람에 아이가 쑥 나와 버린 것이다. 대성공이고, 순산이다.
시끌벅적 소리에 안채 주인아주머니가 놀라 옆 세사는 사람들을 깨웠고, 모두들 마당으로 나오고 있었다.
“윤주사님, 무슨 일이요?”
“애 낳았어요”
“그 얘기를 왜 이제해요?”
“워낙 정신이 없어서~”
“애는 누가 받았어요?”
“제가요, 끓는 물에 가위 소독해서 탯줄 잘라 실로 묶었고, 지금 아이 목욕시키려고 물 데워 들어갑니다.”
“이리 줘요”목욕물을 가지고 들어간 주인아주머니 왈 “아들이닷~” 필자도 아들인지 그때서야 알았다.
한국의 부동산시장도 이미 탯줄은 잘렸다. 매매가 되건, 전세가 되건 강남. 강북. 수도권. 지방이라는 순서를 거치게 돼있다.
매매대금도 올랐고, 전세금도 1억이 올랐다. 이를 피하기 위해 강남. 강동에 살던 김서방도 이미 남양주. 진접. 덕소. 용인. 수원으로 가버렸고, 강북에서도 의정부. 동두천. 파주 쪽으로 줄줄이 이동이다.
강서에 살던 분들은 어디로 갔을까? 김포. 부천. 청라. 영종. 안양. 화성으로 이삿짐 차가 왔다, 갔다 한다.
지금은 매수 시기다. 늦을수록 손해가 커질 것이다. 집을 사건, 전세를 살건 무겁게 짐을 짊어지지 말고, 먼 곳에 가서 형편에 맞게 살자. 먼 곳에 가더라도 부자동네로 가시라. 마중지봉(麻中之蓬)이라했다. 구부러진 쑥도 삼밭에 가면 꼿꼿해 진다는 뜻이다.
장모님은 딸이 집 사기를 기다리고 계신다. 돈 줄이 닿는 곳에 가서 집 사놓고, 파이팅 외치며 잘 살아보자.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 개나리 꽃잎이 떨어지는 곳, 올챙이가 물장구치는 곳에서 인생의 경력은 여물어지고, 가족간의 화목은 배가 될 것이다. 어서 뛰어라. 또 파이팅~
21세기부동산힐링캠프(부동산 카페)대표.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0-5262-4796. 031-213-4796
수원대 사회교육원 부동산학과 봄학기 학생모집 마감 2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