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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곳에는 길이 있다.
10년 전만 해도 아파트 입주 시기에 분양가를 밑도는 아파트는 없었다. 최소한 본전이거나 몇 백만 원이라도 웃돈이 붙어 있었으니 수분양자와 건설사, 수분양자와 은행사이에 법적문제가 일어날 리 없었으리라. 입주를 하지 못하는 수분양자들을 위로하면서 오히려 계약금 일부를 돌려주는 건설사도 있었음을 기억한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값은 절반으로 부러지고, 그나마 거래가 두절되어 분양받아 놓은 새 아파트 입주는 꿈도 꿀 수 없게 됐다. 형편과 사정이 어찌 변했건 간에 건설사와 은행들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 입주 못하는 수분양자들을 상대로 온갖 법적제재를 가하게 된 것이다.

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 하고, 중도금 대출을 받은 후 입주 지정 날짜에 입주를 하지 못하게 되면 계약을 위반한 수분양자는 아래와 같은 금전적 부담이 추가 된다. 갈아타기 목적으로 분양을 받았건, 분양권전매목적으로 분양을 받았건, 위약금 폭탄을 맞게 된다.

1. 중도금 대출금에 대한 대납이자와 그 연체이자

무이자가 되건, 후불제가 되건 계약을 위반한 측에서 내야하고, 갚는 날까지 연체이자가 따르게 된다. 5억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은 후, 입주를 하지 못한 채 2년 정도 버티게 되면 5-6천만 원 정도에 이른다.

2. 계약금 10%에서 부족한 금액

분양계약서에 위약금은 통상적으로 매매대금의 10%로 정하기 때문에 10%를 채우지 아니한 채 계약한 수분양자는 부족한 금액과 그 금액에 대한 연체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5억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계약금을 2천5백만 원만 지불했다면 2천5백만 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3. 입주 후 중도금 대출에 대한 이자와 연체이자

입주지정일 이후부터는 대출받은 1금융권이나 2금융권이자는 매월 수분양자 자신이 내야 한다. 그러나 입주하지 못할 처지에 그 이자를 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5억짜리 아파트 일 때 2년 정도의 이자는 3-4천만 원 정도 된다.

4. 중도금이나 잔금과 그에 대한 연체이자

중도금 대출을 받지 않은 수분양자는 매회 차 지불할 중도금과 그에 대한 연체이자 부담이 따른다. 또 입주마감일 이후 잔금에 대한 금액과 연체이자가 붙게 된다. 갈수록 빚 폭탄이다.

5. 재산세. 관리비

아파트에는 못 들어가도 재산세와 관리비를 내라는 독촉이 온다. 못 들어가는 아파트에 재산세를 내고 관리비를 내라면 기가 꽉 막히시겠지. 그러나 그게 현실이다.

6. 대여금과 구상금, 그리고 위약금

위 4가지 돈 중에서 건설사가 청구하는 대여금은 계약금 일부를 꾸어준 돈이고, 은행에서 청구하는 대여금은 중도금 대출금을 달라는 돈이다. 물론, 이자가 붙는다. 은행대출금을 건설사가 대위변제하거나 이자를 갚게 되면 그게 구상금이 된다. 그리고 연체이자나 구상금 나머지 부족한 계약금을 달라는 소송이 위약금인 것이다.

지금 수도권에 입주 못하는 아파트가 의외로 많다. 입주가 30%나 40%에 이른 채 불 꺼진 아파트가 부지기수다. 못 들어가는 수분양자도 애가 타지만, 그 아파트를 지었거나, 중도금 대출을 해준 은행은 얼마나 고통이 크겠는가. 건설사로서는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입주해야 살 수 있는 긴박한 실정이다.

그런데 입주를 하지 못한 수분양자 중에도 슬기롭게 계약해지를 받아낸 사람이 있는가하면, 반대로 두 번, 세 번 재판을 하며 이중 삼중으로 가압류를 당하여 쫄딱 망한 사람도 있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요령이 없고, 세상물정을 모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길이 있기 마련이다. 나도 살고, 건설사나 은행도 사는 길이 있건만, 그걸 모른 채 자신의 머리만 믿고 버티다가 더 큰 피해를 불러오고 있다. 재판이 걸려 와도 변호사 선임은커녕 재판에도 나가지 아니하여 청구한 돈 다 줘야 할 형편이고, 경매까지 들어오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친지나 인척명의로 분양을 받아뒀다가 일가친척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 친지들은 명의 빌려줬다가 줄줄이 재판을 받으러 다니게 됐으니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중도금 대위변제가 되고, 계약해지가 돼도 잔액채무는 남는다.

대개 잔액채무는 신용정보회사로 넘긴다. 신용정보의 업무는 그런 돈을 받아야 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악착같이 덤비게 된다. 그런 일도 요령만 있으면 다 해결이 된다. 아파트 분양받아 놓고 입주 못하게 됨이 어찌 수분양자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다른 선수의 스케이트에 걸려 내가 넘어지는 모양새도 되리라.

계약은 자유다. 그러나 그 계약을 위반하면 책임은 따라오게 된다. 부득이 위약을 하게 되면 피해가 가장 적은 방법을 택하되,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살피시라. 길을 모르겠거든, 물어서라도 찾아야 다음 기회에 일어설 수 있다.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고, 부동산시장도 인정사정이 없다는 사실도 알고 살자.


21세기부동산힐링캠프(부동산카페)대표.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0-5262-4796. 031-213-4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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