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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온 세월이 원통하다.
실물경기가 좋아지고 부동산시장이 살아난다는 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과연 그럴까? 필자는 사실이 그렇지 않다고 본다. 강남 재건축을 비롯한 소형주택들은 간간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나, 강남. 강동의 대형주택들과 수도권의 대형주택들은 오히려 타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요즘 거래는 고사하고, 전세나 월세도 나가지 않아 보증금을 빼주지 못한 임대인들이 쩔쩔매고 있는 실정이다. 좋은 세월이 오기를 학수고대했던 지난 6-7년의 세월, 그러나 대형주택 소유자자들의 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원통한 게 뭣인지 아시는가? 세월에게 속았을 때 즉, 기다려온 세월에 허수를 쳤을 때가 가장 원통할 것이다. 대형주택들은 몇 억짜리가 아니라, 몇 십억 짜리다. 따라서 부채도 10억이나 20억이고, 전세도 10억이나 20억이다.

그 주택을 유지하기 위해 매월 500만 원내지 1,000만 원의 이자를 부어가며 지켜왔으리라. 어서 팔아 빚 갚고 편히 살겠다고 하나 주택은 도대체 팔릴 기미가 없다.

온갖 대책 다 나와 이제는 좋아질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었으나 시장은 작은 것과 신규분양으로만 사람이 몰려 기다려온 세월이 원통할 뿐이다. 빨리 팔아달라고 아무리 사정해도 중개업소에서는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하니 그 기다림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기다린다는 것,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6.25사변 때 헤어진 젊은 부부가 있었다. 한 살과 세 살 딸아이 둘을 데리고 있었는데 잠깐 밖에 나간다고 하던 남편이 돌아오지 않았다. 남편은 집 앞에 나가자마자 인민군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그 후 젊은 부부는 영영 헤어지게 되었다. 처는 이곳, 저곳으로 이사를 다니면서 공사장 일, 허드레 일, 생선장수 등 안 해본 것이 없고, 결국 포목가게를 운영하여 딸 둘을 서울대학교에 보내게 됐다. 이 여인이 품고 있던 한 가지 소원은 꼭 죽기 전에 남편을 만나 그로부터 그동안 애들 키우느라 고생했다는 말을 듣고 싶을 뿐이었다.

세월은 무심치 않았는지 헤어진 지 30년 만에 남편을 만날 수 있었다. 집 앞에 나갔다가 인민군으로 끌려가 천신만고 끝에 도주를 하여 겨우 생명을 부지한 후, 서울 양천구 판자촌에 자리를 잡았다. 남편도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긴 끝에 나름대로 사업이 잘 돼 다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웃에 처와 두 딸이 살고 있을 줄을 어찌 알았겠는가.

60세 중반이 넘은 처는 떨리는 가슴을 안고 남편을 만나러 갔다. 아무것도 바란 것은 없고,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는 위로의 말을 듣고 싶었으리라. 그러나 만나는 세월이 너무 늦은 것이다. 남편은 “이제 와서? 나도 처자식이 있는데 어찌하란 말인가?”하며 냉정히 돌아서더란다.

처는 지난 30년 동안 오매불망 기다렸던 남편의 냉정한 모습에 원통함을 금할 길 없어 그저 꺼억꺼억 울기만 했다. 기다려온 세월이 이렇게 나를 배신한단 말인가? 지나온 세월이 너무 원통하다. 그 후 두 딸에 의지하여 살고 있으나 기력을 잃다시피 했다.

지금 대형주택이나 규모가 큰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리라. 죽도록 기다리라해서 박근혜 정부 기다렸고, 1년이 넘도록 온갖 대책 다 풀었어도 내 집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 이젠 매달 대출이자를 낼 수 없게 되었으니 어찌할꼬?

대형은 경매로 넘어가도 유찰이 심해 잔액채무가 남게 되어 결국 집 잃고, 신용불량자 되기 딱 알맞다. 이 대목을 참고하시라. 경매까지 넘어갈 처지에 이르더라도 한두 달 이자를 내가며 끌고 가는 게 유리하다. 부동산은 잠깐 사이에도 상황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서는 연체 5개월 이내에는 좀처럼 경매를 넣지 않는다.

현재 부동산시장이 온전히 살아나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0. 근래 우리나라는 성장동력이 미약하다. 크게 발전할 가능성이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0. 대일관계가 악화되어 경제면이나 사회면, 문화면에서 득 될 게 없다. 터널 안에서 열차가 마주오고 있는 상황이다.
0. 중국도 위완화가 약세인지라 수출이나 중국에 나가있는 기업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0. 50대그룹 오너 4명 중 1명이 사법처리 대상이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이겨낸 사람들인데 이들의 사법처리로 인해 신사업 추가 투자가 없고, 미래성장발굴이 멈춰버렸다.
0. 아무리 부동산이 많아도 월 소득이 없는 사람은 대출문턱에 기가 어렵다. DTI나 LTV가 폐지되면 오히려 사채나 2금융권의 대출자들이 1금융권으로 돌아올 것이고, 부동산자산가들이 대출을 받을 것이므로 가계부채증가보다는 경제 살리기에 더 실익이 있을 것이다.

지금 민생이라는 실개천에는 파릇파릇 작은 싹이 돋아나고 있다. 그 싹이 다시 시들지 않게 하려면 절반의 대책이 더 나와야 한다. 만나는 시기를 놓치면 위 부부처럼 오히려 한을 키우게 된다. 예로부터 애를 때리려면 울게 때리라고 했다. 살아나고 있는 부동산시장에 거름을 주자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 DTI. LTV 등 나머지 규제도 어서 풀자.


21세기부동산힐링캠르(부동산카페). 대표.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 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0-5262-4796. 031-213-4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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