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에 수백 개의 암 덩어리가 있고 눈. 코. 입. 손발에 가시가 박혀있는 사람이 건강할 수 있을까. 늦게나마 대통령께서 각종 인허가절차를 어렵게 하고, 경제발전에 저해를 가져오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만시지탄일지라도 일단 박수를 보내자.
지난 여러 대통령께서도 한두 번씩 거론했던 규제완화. 규제철폐였으리라. 하지만, 대불공단 전봇대 한 번 뽑고 유야무야 하듯이 말 뿐이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사정이 좀 다르다. 직접 회의까지 주재하셨으니 사뭇 기대가 크고, 어떤 식으로 규제를 없앨 것인지 방법만 남았을 뿐이다.
이 정부에서 경제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불을 달성하려면 암 덩어리를 걷어내고 가시를 뽑는 일이 급하다. 이제 실무 공무원들이나 공기업 직원들도 규정을 바꿀 수 없다느니, 전례가 없다느니 핑계는 대지 말자. 규정을 고쳐서라도 되는 쪽으로 밀어 주는 게 옳을 것이다.
수도권 지역에 공장 하나 지으려면 인허가 도장이 280번 찍혀야 한다. 도장 받으러 다니다 늙어 죽을 일이고, 푸트트럭이 규제 대상이라면 영세식당업자는 어떤 방법으로 목구멍에 풀칠을 해야 할까. 휴전선 인근지역에는 청정지역이라 공장도 갈 수 없고, 학교부근에는 호텔이 넘볼 수 없으니 온 세상은 거미줄뿐이다.
연금도 없는 늙은 부부가 주먹만 한 집 두 채 세놔서 그 월세로 연명하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세금 내라 한다면 아기 볼에 붙어 있는 밥풀을 떼어 먹는 격일 것이다. 뷔페식당이 반경 5키로미터 안에서 빵을 사야 한다면 식당을 짊어지고 빵집 옆으로 이사해야 할 것이 아닌가.
은행, 동사무소, 국세청 등에 서류조회 하나 하려면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 인터넷 서툰 사람은 짜증나기 딱 알맞다. 간단한 대체방법을 빨리 강구하여 서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자. 안 그래도 인터넷과 핸드폰이 판치는 바람에 나이 든 사람들은 퇴물이 될 지경이다.
부동산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월 소득이 없거나 나이가 많으면 DTI(총부채상환비율)에 걸려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금리 3%대 대출을 받지 못하고, 11%대의 2금융권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분식집 떡볶이는 배달이 되고, 전통시장 떡은 배달이 안 되는 규정이나 똑 같다.
몸이 커지면 옷을 크게 입어야 한다. 경제는 팽창하는데 LTV(담보인정비율)는 그대로다. 해석은 대충 하고, 가계부채 핑계대면서 시행은 엄하게 하고 있으니 부동산시장이 살아날 리 있겠는가. 분양가 상한제도 마찬가지다.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값을 묶어 놓고 건설사들의 발길을 잡는단 말인가.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 열에 아홉은 건설사가 지정해준 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는다. 그 대출은 건설사와 은행 간의 협약에 의해 이루어지는 대출이고, 건설사를 위한 대출이다. 그런데 이 대출과정에서 몸체가 약한 건설사는 은행이 지정해준 보증인을 세워야 한다. 바로 한국주택금융공사다.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들은 이런 내용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보증료를 내고 있음이 사실이다. 아파트 입주 못하거나 입주가 늦게 되면 듣도 보도 못한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인이랍시고 나타나서 연체이자 물리고 재산 가압류하며 재판을 걸어온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아파트 분양받는 사람들이다.
규제개혁 회의 결과 수 백 건 중에서 90건은 당장 폐지 또는 효력 상실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또 우물쭈물 넘어갈 수 있다. 필자는 각종 규제폐지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건의를 드린다. 이참에 딱 잘라서 없앨 것은 한꺼번에 없애자는 뜻이다.
어느 부서의 어떤 내용 또는 어느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예규 중 규제개혁 해당사항을 발췌하여 100가지가 되건, 200가지가 되건 특별법에 담아 한꺼번에 없애버리는 게 옳을 것이다. 그걸 일일이 검토하여 한 가지씩 없애려고 하면 시간만 낭비할 것이고, 이해상관 때문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이쑤시개와 젓가락에 제조일자 표시 제안했던 사람은 표창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경제성장과 내수 회복, 부동산 시장 활성화는 3박자가 맞아야 훌륭한 왈츠가 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부동산시장이나 금융시장에 박혀있는 대못도 뽑아내고 함께 손잡고 웃으며 가자.
21세기 부동산힐링캠프(부동산카페)대표.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0-5262-4796. 031-213-4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