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인생살이가 잘 안 풀린다는 말을 하고 있다. 산야에는 봄이 토해낸 온갖 꽃들이 만발했고, 꽃과 꽃 사이에는 벌들이 왱왱거리고 다닐지라도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서민들 눈에는 부동산 핏발이 서있을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만히 앉아서 값 내려갔으니 누가 좋아하겠는가.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의 안내전화는 이제 짜증이 날 정도다.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사람들이 자신이 적임자라고 하니, 그 참되고 거짓됨을 어떻게 측량해야 할지? 지금은 허리가 꺾어지도록 인사를 하지만 당선 돼봐라. 여지없이 목에 스프링이 들어갈 것이다.
한번 부러진 부동산시장은 좀처럼 고개를 들 줄 모른다. 날아간 노후자금이 아까워서 제발 활성화라도 시켜 달라고 애걸복걸하지만, 시장은 도깨비장난 같아서 장래를 예측하기 어렵고, 허파에 바람 든 사람처럼 실속이 없다. 경제사정은 맨날 좋아진다고 하는데 왜 그럴까?
요즘 부동산시장은 젓가락으로 집어 올리기 어려운 묵나물이요, 한꺼번에 두 세장 씩 따라 올라오는 짜디짠 깻잎이다. 먹을 수도 없고, 안 먹을 수도 없는 반찬, 숟가락을 대기도 그렇고, 젓가락을 대기도 곤란한 반찬이 묵나물과 깻잎인데 부동산도 그런 모양새다.
부동산 안 된다, 안 된다 하니 모두들 전세로 돌아서고 월세로 돌아서서, 이제 전세금은 집값대비 70%를 훌쩍 넘겨 버렸다. 목 좋은 곳은 대출이 많아도 좋고, 집이 허술해도 좋다. 집값 오르지 않고 경매에 이른다면 손해를 감수할 세입자는 부지기수로 늘어날 것이다.
이제 중소형은 씨가 말랐고, 매매나 전세가 중대형으로 옮겨 붙고 있다. 그동안 관리비 등 경비 더 나가는 큰 집에서 왜 살아야 하느냐? 고 했었으나 세입자들 속살이 쪘는지 대형으로 가겠다고 줄을 섰다. 김포. 파주. 청라. 영종. 화성. 수원. 용인. 남양주 모두들 대형주택이 고개를 쏘옥 내밀고 있고, 거래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환호성이 들린다.
돈 2-3만 원 가지고 재래시장이나 동네 편의점에 가보자. 삼겹살 한 근 사기도 어려워서 반 근만 사오게 되면 불판에 다 붙어 버리고, 먹을 것은 없을 것이다. 물가는 자고 나면 오르고 있다. 그런데 허리 부러진 내 집은 수년 째 제자리를 맴돌거나 값이 내려가고 있으니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말을 못해서 그렇지 집값은 이 순간에도 한탄하리라. 나도 다른 물가처럼 값이 오르고 싶다고, 부동산시장에 방망이 질 잘못하면 빨래 망가뜨리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부동산과 경제는 자물통과 열쇠와 같은 것이다. 잘못 맞추면 경제성장은 허탕이 된다. 제발 신중하고 또 신중하자.
조선시대에도 부동산값은 올랐었다. 조선시대 시골에서 떠도는 부동산에 관한 얘기 한 토막을 올려보겠다. 청빈하기로 소문난 김생원은 거주의 목적으로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 스무 냥을 주고 아담한 초가삼간을 마련한 후 2년을 살았다고 한다.
2년 후 또 이사를 가야 할 일이 생겨 김생원은 마누라로 하여금 그 집을 팔게 했다. 마누라는 집을 박초시 영감에게 스물다섯 냥을 받고 팔게 되었다는군. 요샛말로 다섯 냥의 프리미엄이 생긴 셈이다. 잔금을 치루는 날 김생원은 깜짝 놀라면서 박초시 영감에게 다섯 냥을 돌려주더란다.
“아니 왜 다섯 냥을 돌려주시오?”
“내가 집을 살 때 스무 냥에 샀고, 나는 2년 동안 수리를 한 사실도 없이 잘 살다 나가는데 내가 돈을 다섯 냥이나 더 받으면 되겠소?”
“하하, 이런 일이~? 말씀에 이해는 하겠습니다마는, 지금은 시세가 그러하오니 받아 두시구려, 저로서는 돌려받을 수 없소이다.”
“시세가 그렇다! 그렇담 이 다섯 냥을 어떻게 할까요?”
“그냥 쓰시구려. 다른 곳에 가서 집을 사려면 또 그만한 돈이 더 있어야 할게요. 그게 시세 아니겠소?”
청빈한 사람들의 얘기지만, 옛날에도 부동산은 세월과 물가에 따라 오름폭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은 집값은 내리고 전세금이 요동을 치는 이상한 사회적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전세가 높다 해도 집값아래 뫼이로다.”할지 모르지만, 역전세난이 일어나면 그땐 세입자들 다 죽는다는 소리가 나올 것이다.
앞으로 전세도 내리지 않고, 집값도 순차적으로 오른다면 걱정이 없으리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벌써부터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수도권 신규아파트에 2만 가구 정도가 입주를 못해 건설사들과 수분양자들이 망해가는 판에, 전세가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면 엎친 데 겹친 격이 되리라.
쏘아 보낸 화살은 앞으로 나가게 돼있다. 그러나 수년째 그 화살은 다시 나를 향해 되돌아오고 있으니 세입자들이 활을 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출 낀 집에 전세 들어간 세입자들은 집 주인이 이자를 갚지 못해 경매라도 당할까봐 조마조마할 것이다.
지방선거 후보자들 들으시라. 선거 때만 되면 지역개발이 봇물을 이룬다. 지금은 개발보다 거래활성화와 물가인상 정도의 오름폭이 문제다. 전봇대로 이빨 쑤시는 허황된 개발보다는 이제부터 부동산시장도 물가정도는 오를 수 있다고 확신을 심는 공약이 있어야 할 것이고, 국민들은 그런 공약을 믿으려 할 것이다.
몸이 자라면 입는 옷도 커지게 된다. 지난 3-4년 동안 작은 것 엄청 지어댔다. 앞으로 작은 것 그만 짓고 그만 사거라. 경기 좋아지면 작은 집에서 살 사람 아무도 없다. 강노지말(强弩之末)이라 했다. 힘찬 화살도 마지막엔 힘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1-2인용의 작은 아파트, 작은 원룸이나 오피스텔도 곧 힘이 떨어질 것이다.
21세기 부동산힐링캠프(부동산카페)대표.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0-5262-4796. 031-213-4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