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일 발표된 부동산대책은 기존주택시장을 살리려고 불쏘시개를 내놓은 것이다. 지금까지 부동산대책이 나올 때는 소리만 높았을 뿐, 기존주택시장에서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고, 관계 법안은 국회만 가면 오리무중이 되어 이제 국민들은 국회 알기를 나랏돈 축내는 유명무실한 단체로 알고 있다.
추석에 지역구에 가신 의원님들은 금방 느끼셨으리라. 민심이 얼마나 싸늘해졌는지를~ 다음 총선이 19개월 남았기에 선거벽보 다시 붙이려면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인데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뱅뱅 돌고 있는 처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법안이란 어느 부서에서, 또 어느 의원이 발의를 하건 국회로 넘어가면 제 빨리 가타부타 결정을 내야 하는데 그럴 때는 꼭 거리로 나가 말뚝이나 들고 서있으니 그런 것 제지할 국회정상화대책부터 먼저 내놓고 보자. 다른 법안은 빨리 만들자고 소리를 높이는데 국회정상화 법안은 왜 말이 없을까?
다행히 이번에 나온 대책들은 시행령만 고치면 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아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재건축 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되었고, 구조적 결함이 있을 땐 연한에 상관없이 다시 지을 수 있게 됐다. 이제 오래된 주택팔자도 빨리 바뀌게 된 것이다.
재건축 연한을 앞당기는 일은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백약이 무효인 기존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한 당근이 아닐는지? 지은 지 20년이 넘은 집에서 살아봤으면 잘 아시리라. 얼마나 불편한지를, 구조 불편, 자재부실, 누수, 녹물, 파이프 교체 등 속상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주거환경 정비 비중도 과거 15%에서 40%까지 확충되었다. 이제 헌 집 사서 적당히 버티면 새 아파트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목동. 강북 노원. 강남 등지에 이런 아파트들이 많다. 재건축 소형 의무비율도 연면적에서 60㎡이상을 50%까지 지어야 했으나 폐지됐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신용불량자의 신세를 면할 수 있게 됐다. 대출이 그렇다. 대출을 받아 집을 샀는데 집값이 내려 대출 원리금도 미치지 못할 때에는 소유권 포기하고, 은행에 열쇠 맡기면 그만이다. 부족한 채무에 대하여 잔액채무가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간 부동산대책만 내 놓으면 신규아파트나 건설사만 재미를 보고, 집 팔려고 애쓰는 서민들은 물 건너 불구경하고 있었다. 그래서 재건축. 재개발을 쑤셔댄 것이다. 문제는 여기저기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일어나면 이주민들 때문에 전세가 오를 수 있다.
이제부터 재건축을 목적으로 오래된 기존주택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서 세놓고 있다가 새 집 지으면 이사 가겠다는 계획이리라. 집은 30년 살면 새 집으로 바뀌는데 사람은 어떤가? 사람도 그럴 수 있다면 60살 먹은 사람이 30살 먹은 사람으로 바뀔 텐데 어림없는 소리겠지.
오래된 집은 새 집으로 바뀔 판인데 필자처럼 오래된 사람은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다. 인구도 줄어들고 있으니 살고 있는 사람이라도 오래 살도록 “사람 오래 사는 법”도 만들어 보자. 하하, 욕심이라고 하시려나? 오래된 사람은 경륜은 넘쳐나도 기억력도 약하고, 우선 체력이 약하니까,
한국의 경우 특히 문제인 것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2017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할 것으로 예산된다는 점이다.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하지 못할 경우 커다란 사회적. 경제적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재건축처럼 다시 새 것으로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일은 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3704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해 2050년에는 2535만 명으로 34년 만에 1169만 명이 줄러들 것으로 예상된단다. 특히 생산가능 인구 중 핵심생산 가능인구(25-49세)의 비중은 2005년 59.6%에 비해 2050년에는 45.2%까지 하락한다는 것이다.
반면 50세 이상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05년 20.5%에서 2050년에 39.1%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가능 인구에서 점차 비중이 커지고 있는 고령인력의 활용여부가 우리 사회의 향후 잠재성장력을 좌우하는 셈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고령자 재고용, 고용연장제도, 파트타임 고용 등을 적극 권장하고 있고, 조기 퇴직을 줄이고 임금피크제를 활성화하는 등 고령 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한국이 현재 수준의 노동 공급을 2050년에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은퇴 나이를 11세 늘려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정부측 관계자도 "2017년부터 전사업장의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되는 '정년 60세 의무화법'이 시행되면 고령자 고용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나이 많은 오래 된 사람은 일을 오래하는 게 재건축이 된 셈이다.
요즘 재건축이 가까울수록 잘 팔린다. 그리고 대출 끼고 전세 안고 5-6천 이하의 여유 돈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빌라나 연립에는 사람이 없다. 단독주택에도 드문드문 발길이 이어지고, 아파트는 작고 오래 된 것일수록 값을 톡톡히 부르고 있다.
대형주택들은 어떤가? 역시 조용하다. 대형주택시장에 와글와글 사람이 모일 그런 대책도 나왔으면 좋겠다. 방법이 있긴 있는데 이런 소리하면 필자에게 미친 소리 한다고 하겠지. “기존주택시장에서 대형주택을 사면 취득세 면제하고, 향후 10년간 양도세 면제한다.”는 대책이 나오면 어떨까? 요즘 신규분양시장처럼 밤 세워 줄을 설 것이다.
21세기 부동산힐링캠프(부동산카페)대표.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0-5262-4796. 031-213-4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