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신규분양 물량이 가장 많이 쏟아질 때가 2008년이었다. 건설사들이 분양가 상한제실시를 피하기 위해 밀어내기 분양을 했기 때문이다. 분양계약이 성립돼야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찌하던 분양을 하기 위해 1-2천 계약금 정액제도 있었고, 계약금 5%도 있었다.
분양물량이 풍성해서 계약조건이 좋을 땐 적은 돈으로 분양계약을 치룰 수 있어 좋다. 또 입주는 2-3년 후에 하기 때문에 나중에 돈이 되면 입주를 해도 좋고, 중간에 분양권으로 팔 수 있다는 말도 나오게 된다. 죽도록 안 팔리는 미분양이 나중에 분양권으로 팔릴 수 있을까?
이곳저곳에 미분양이 쌓이게 되면 정부에서는 건설사들을 살리기 위해 5년 양도세 비과세 대책을 내 놓는다. 5년 동안 얼마라도 값이 오르겠지. 이렇게 속는 사람들이 바로 서민들이다. 결국은 값이 내려 분양권도 안 팔리고, 입주도 할 수 없어 신용불량자가 된다.
개인 간의 채무는 기한이 있고, 어느 정도 합의선이 있지만, 건설사나 은행 간의 채무는 기한도 없고, 합의선이 없음이 특징이다. 2007년에 분양했던 부산의 어느 아파트는 금년 들어 계약이 해지되었고, 이제야 위약금 재판이 들어오고 있다. 장장 7년을 끌고 온 것이다.
처음부터 변호사를 선임한 사람은 죽으나 사나 변호사가 알아서 하니까 큰 걱정이 없겠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된다면 얼마나 피곤하고 신경이 쓰이겠는가. 필자의 사무실은 이런 재판이나 컨설팅 사건처리가 전문이다. 그러나 수년째 결말이 나지 않은 채, 질질 끌려가는 사건도 태반이다.
요즘 또 신규 물량들이 쏟아지고 있다. 실수요자는 이럴 때가 기회다. 그러나 막연히 내 집 팔고 이사한다거나, 투자목적으로 분양받거나, 아는 사람에게 명의를 빌려 주는 등 보유목적이 아닌 일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내가 씨를 뿌렸다고 내 것이 되는 건 아니다. 고전에 나오는 이야기 한 토막을 읽으면서 내가 부동산과 인연이 있는지를 생각하도록 하자.
옛날 어느 삼대독자가 자신마저 무자식인지라 걱정이 태산이었다. 작심하고 이웃 마을에 살고 있는 절친한 친구를 은밀히 찾아가 대를 잇지 못하여 조상에게 면목이 없게 된 사정 이야기를 하고서 자기 아내와 합방하여 포태를 시켜 줄 것을 간청하였다. 이 민망한 부탁에 처음에는 몇 번이나 사양하던 친구도 간절하게 애원하는 사내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결국은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친구와 약속한 날이 다가온 사내는 밤이 깊어갈 때 주안상을 들이라 해서 아내에게 몇 잔 억지로 권하여 크게 취기가 올라 깊은 잠이 들게 한 후, 안방에 눕히고 집 밖에서 기다리는 친구를 조용히 불러들여 아내와 합방을 하도록 하였다. 아내는 바로 태기가 있어 배가 불러왔고 드디어 아들을 순산하게 되었다.
이 아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다섯 살에 벌써 글공부가 일취월장하여 인근에 신동(神童)으로 소문이 자자하게 되니 사내 부부의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어 아들을 애지중지 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내의 부인과 합방하여 포태 시켜준 친구는 이 신동 아이가 자신의 친아들임을 생각하며 항상 아깝고 애석하게 여기다가 고을 사또에게 아들을 찾아달라고 고하기에 이르렀다. 씨가 자기 씨라는 것이다.
사또는 사내와 사내의 친구 등을 관아로 불러들여 문초를 한 바, 아들을 찾아달라고 고한 친구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긴 하였으나 대를 이을 자식을 얻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행한 일이었으며, 친구가 비밀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약속을 어긴 점과 그간의 기른 정을 내세워 신동 아들을 친구에게 내 줄 수 없다는 사내의 주장이 워낙 드세어 사또는 이를 어찌 판결해야 할지 난감하였다.
사또는 며칠 간 궁리를 해보았으나 묘안이 없어 신동이라고 소문이 난 그 어린 아들의 생각하는 바를 들어보기 위해 사내와 친구, 신동 아들 등을 다시 관아로 불러들여 신동 아들에게 그간의 자초지종과 포태 과정을 설명하고 어찌 생각하는지 아뢸 것을 명하였다.
그러자 신동 아들은 주저 없이 사또께 아뢰었다. "사또 나으리! 어떤 농부가 봄이 되어 논농사를 시작하고자 하였으나, 볍씨 종자가 없어 이웃 친구에게서 이를 얻어다 못자리에 뿌린 후 모를 길러 모내기를 하였습니다. 그 후 벼가 논에서 탐스럽게 자라 익어 가는지라 볍씨 종자를 빌려준 농부의 친구가 탐을 내어 농부의 논에 자란 벼를 추수할 주인은 볍씨 종자의 주인이었던 자신이라고 주장합니다. 과연 이 벼의 주인은 누가 되겠습니까? 사또께서 이를 참작하시어 처결하여 주시옵소서.
이 말을 들은 사또는 그제야 무릎을 탁치며 신동 아이의 진정한 아비는 신동을 포태시킨 사내의 친구가 아니라 신동을 기른 사내라 하는 판결을 내리게 되었다. 부동산투자도 이와 같은 것이다. 낼 세금 내고, 유지비용 써가면서 그 부동산이 무럭무럭 커 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옛날과 달라 부동산을 모르면 망하게 돼있다. 짐이 무거울 땐 빨리 내리고, 성성한 다리로 빈 지게를 지고 가는 일이 없도록 하자. 부동산도 씨를 뿌릴 때 잘 뿌려야 한다. “세금 없다” “분양권으로 팔자”라는 등 달콤한 말에 속지 마시라. 가꿀 능력 없는 씨 뿌림은 뿌리지 아니함만 못하다.
21세기부동산힐링캠프(부동산카페)대표.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0-5262-4796. 031-216-4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