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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내리지 않는다

저울대처럼 평평하고 공정한 일은 거의 없다. 9.1.대책 중 재건축 연한 30년 단축이 그렇다. 재건축 연한이 단축된다고 하자 리모델링이 시큰둥 돌아서는 눈치다. 이왕이면 재건축으로 가자는 뜻이리라. 구조결함과 환경비중까지 챙기게 되면 어지간한 주택도 재건축을 할 수 있을 것이기에 분당처럼 리모델링으로 돌아섰던 동네는 마음이 변하고 있다.

그 대신 목동 같은 동네는 경사가 났다. 1-6단지 같은 곳은 1985-86년에 입주한 단지라 이제 재건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지지분이 크고 용적률이 낮은 3. 5. 11. 15단지는 호재를 만난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웃는 사람 곁에 우는 사람이 있고, 가난한 사람 곁에 부자가 있는 모양이다.

내수 살리기 위해 온갖 대책 다 내놓고 보니 살아나라는 기존주택시장은 잠잠하고, 신규분양시장만 들썩이면서 연말까지 5만가구가 분양될 것이라 하니 신규분양시장은 웃고, 기존주택시장은 돌아가는 모양새가 성질난 시어머니 인상이다. 팔리지는 않고, 재건축 까지 기다리자니 어느 세월에 너와 내가 만날지 기약할 수 없다. 그렇다고 사자어금니 같은 내 집 바겐세일은 할 수 없으니 어찌할까?

어릴 적 시골에서 한 동네에 살았던 아주머니 한 분이 이웃동네에 살고 계신다. 필자에게는 예나 지금이나 아주머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할머니다. 그 아주머니에게는 필자와 동갑내기인 예쁜 딸이 있었다. 대여섯 살 적 그 예쁜 딸과 꼭두각시놀음을 할 때 곁에 오셔서 “나중에 느그들 꼭 결혼해야 돼, 알았지?”다짐을 받던 그 아주머니다. 그 아주머니가 수년 전부터 집 팔아 달라고 부탁했으나 아직 못 팔고 있다.

2년 전에 찾아 갔을 때는 치매가 걸려서 “뉘시오?”하면서 필자마저 알아보지도 못함을 보고 깜짝 놀랐다. 멀건이 하늘을 보면서 시키지도 않은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못하게 할 수도 없고, 잘한다고 할 수도 없고~ 하늘을 쳐다보면서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느냐?”고 한가락 뽑아 대는데 눈물만 나오더라. 그 아주머니 관광버스 체질이 되어 옛날엔 한가락 했었다.

그 집 딸과 결혼했으면 장모님이 됐겠지만, 군대 갔다 오는 사이 고무신은 바꿔 신었고, 그 후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엊그제 그 아주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왔다. 나이 90세가 넘었으니 호상이라고 하겠지만, 20년 전에 돌아가신 필자의 어머니가 다시 돌아가신 기분 같음은 무슨 연유일까. 필자의 어머니와 가장 친한 친구였거든,

그 아주머니가 생전 정신이 잠깐 돌아오셨을 때 필자에게 써 놓은 유서가 일품이다. “자네도 알다시피 지금 나에게는 딸 하나뿐 아닌가. 그것도 지질이 복이 없어서 서방 일찍 죽고 고생깨나 했어. 나 죽거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그 딸에게 이전해 주소. 부탁하네.” 34평짜리 1층 헌 아파트 한 채 상속 처리해 달라는 글이다.

그 아줌마 힘이 좋아 나이 들어서 까지 온갖 궂은 일 다 해가며 악착 같이 사신 분임은 고향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그동안 사자어금니처럼 이 아파트를 얼마나 아끼고 가꾸었을까. 필자도 그 딸을 17-8세 무렵 한 번 본 후 이번 장례식장에서 처음 봤다. 머리 두 갈래로 따고, 하얀 교복 입었던 여학생은 간 곳이 없고, 저나 나나 백발노인끼리 두 손만 꼬옥 잡았을 뿐이다.

이 노인처럼 서민들에게 집 한두 채 가지고 있는 건 사자어금니다. 그러나 요즘은 노후세대에게도 어금니가 없는 사람들이 꽤 많다. 호랑이는 늙어서 이빨이 없게 되면 발톱을 무기로 삼는다. 토끼나 고라니는 호랑이 발톱에 걸리면 살아나기 어렵다. 이빨이 없게 되면 발톱이라도 준비하시라. 그래야 아주머니처럼 상속 유서를 쓸 게 아닌가?

이 아주머니가 지금까진 수도권에 이 주택을 가지고 있음은 그동안 못 먹고, 못 입고 아껴 쓴 결과물 아닐까. 어찌하던 자녀들에게 집 한 채라도 물려주기 위해 자신은 치매가 걸렸어도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었으리라. 누구나 말은 살아생전에 잘 쓰고 죽자고 해도 실제 부모마음은 그게 아니더라. 남는 게 있어야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푼이라도 남겨 놓고 죽는 게 이 시대 부모님들의 마음일 뿐만 아니라, 부모는 자신을 희생하여 자녀를 살린다. 그러나 자녀는 돈을 주지 않는다고 부모를 폭행하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세상이다. 자녀들이여, 당신들이 훗날 부모가 돼봐라. 그땐 어미와 애비 마음을 알 것이다.

어느 청년이 퇴근길에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하여 얼굴을 크게 다치게 됐다. 너무 중상이 되어 양쪽 눈을 실명하게 되었다니 이 청년도 운인 없는 편이다. 청년은 매일 울었다. 홀로 계신 어머니가 자기 간호까지 해야 하는 형편이니 어려운 세상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청년은 실의에 빠져 차라리 죽느니만 못하다고 신세를 한탄하던 어느 날,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누군가 눈을 기증하겠다는 것이다. 이 청년은 뛸 듯이 기뻤다. 누가 나에게 눈을 준단 말인가,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드디어 수술 날이 돌아왔다. 장장 몇 시간에 걸쳐 수술을 마치고, 청년은 3일 만에 눈을 풀었다.

그러나 청년이 눈을 뜨는 순간 기절을 하고 말았다. 어머니의 한쪽 눈이 없어진 것이다. 어머니는 흐뭇한 얼굴로 아들을 지켜보고 있다. “두 눈을 다 주고 싶지만, 그리되면 내가 너에게 짐이 될까봐 하나밖에 주지 못했다.” 부모마음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서민들의 집 한 채는 한쪽 눈과 같다. 그래서 쉽게 포기할 수 없고, 사자어금니 아끼듯 빚을 지면서 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또 더 좋은 집으로 갈아타기 위해 팔거나, 빚을 줄이기 위해 팔려고 하는 것이다. 앞으로 기존주택시장은 언제, 어디까지 좋아질까? 다음 칼럼을 기다리시라.


21세기부동산힐링캠프(부동산카페)대표. http://cafe.daum.net/2624796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0-5262-4796. 031-213-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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