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주택시장 살리려고 온갖 대책 다 내놔도 수요자들은 비웃기라도 하듯, 신규분양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오래전부터 운영하던 골목 삼겹살집은 파리를 날리고, 변두리에 새로 생긴 돼지 갈빗집으로만 사람이 모이는 형국이다. 다 같은 돼지고기인데 줄 서는 곳에 왜 줄을 서고 있을까.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누구나 새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값에 차이가 없기 때문이고, 셋째는 때가 그럴 때라는 것이다. 금천. 구로. 성동. 도봉. 용산구 등 지역의 전세가 오르고, 안양. 수원. 용인. 김포 등 외곽지역의 전세가 오르는 이유도 위 세 가지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기 때문이리라.
주택은 값이 엇비슷하면 헌 것은 새것한테 지게 돼있다. 요즘은 건설사들이 미분양이 무서워서 아예 값을 내려 분양하고 있다. 기존주택지 아파트 값이나 엇비슷하게 분양하고 있음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거리가 좀 멀어도 새 것을 찾아 외곽으로 흩어지고 있고, 서울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새것이 잘 팔리다 보니 당초 연말까지 5만 가구 정도 분양하려 했으나, 10만 가구쯤으로 늘어날 것 같다. 신규분양이 오뉴월 엿가락처럼 늘어나게 되면 미분양이 문제가 될 것이고, 그리되면 또 미분양 판매촉진대책도 나오리라. 이제 곧 신규분양 줄서다 그만 둘 것이고, 미분양 쏟아질 것이다.
연애도 포기하고, 결혼도 포기하고, 출산도 포기하는 3포 세대는 집 살 생각도 이미 포기했다. 주거 불안, 노후 불안, 직장 불안을 안고 있는 3불 세대는 소득이 낮아 집 살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어찌어찌해서 집을 사고자 해도 요즘 하룻밤 사이에 집값을 슬쩍 올려버려 다시 주저앉는다.
9.1 대책 이후 전세도 물어보는 중개업소가 많고, 매매도 알아보는 중개업소가 늘었다. 그러나 적게는 1-2천에서, 많게는 억대로 값이 올라있다. 사겠다는 사람은 작년 여름 가격을 들이대지만, 매도인은 펄쩍 뛴다. “계약서에 도장 찍으세요”라는 말이 떨어지면 가격은 또 1천만 원이 오른다.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따지겠지만, 이게 부동산시장의 특징이다. 매도인은 가격을 올려놓고, 매수인은 1년 전 가격을 고집하면서 밀고 당기다가 며칠 지나게 되면 결국은 매도인 희망가격이 시세가 된다. 두고 봐라. 내년 봄쯤에는 가는 곳마다 작은 집도 1-2천만 원쯤 올라 있을 것이다.
이 칼럼 읽게 되면 또 매물을 걷어 들이거나, 값을 2천만 원쯤 올리시겠지. 제발 그러지 마시라. 누누이 말씀드렸거늘 앞으로 집값이 내리진 않지만, 그렇다고 천정부지로 오르지도 않을 것이니 임자 나오거든 절 곱게 하고 파시라는 권고를 드린다.
매수인도 마찬가지다. 집값이 더 무너지면 중산층이 무너진다. 그런 집을 사면 당신도 무너지게 돼있다. 집을 사기에 좀 힘들고 짐이 무겁더라도 지금은 사는 게 답이다. 2-3년 전부터 내린다고 했지만, 오히려 오르고 있다, 그만큼 손해를 보거나, 짐이 무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은 오르는 걸 봐야 쫓아가서 사게 돼있다. 지금 막 오르고 있는 중이다. 부동산은 오르지 않은 것 같지만, 지금 시세와 내년의 시세는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부동산은 한 번 탄력을 받으면 떨어질 때는 야금야금 떨어지기 때문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일은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서울 전세금과 경기도 매매대금은 같다. 서울에서 전세로 살 것인지, 경기에서 매매로 집을 마련할 것인지는 각자 자유다. 지금 기존주택지에서 매매가 비틀어진 이유는 당사자 이해 부족이다. 이해란 무엇인가? 남의 사정이나 형편을 잘 헤아려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배려다.
집은 재산목록 1호다. 또 관리하기 나름이고 자신이 얼마나 귀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값도 달라진다. 나중에 큰 값을 받을 수도 있고, 경매로 날릴 수도 있다. 옛날 이야기 한 토막 하고 넘어가자. 어느 산골에 찢어지게 가난한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배가 고파 온종일 우는 게 일이었다.
아기의 부모는 회초리로 아이의 울음을 멎게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회초리로 맞아야 했다. 어느 스님이 지나가는 그 날도 아이는 맞고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본 노스님은 딱하기 그지없어 집으로 들어가 무작정 그 아이에게 큰 절을 넙죽 올렸다. 그것을 본 부모는 깜짝 놀라 스님에게 물어볼 수밖에,
“스님은 어찌하여 이 하찮은 아이에게 큰 절을 하시는 것입니까?”
“예, 이 아이는 나중에 1인지하, 만인지상의 정승이 되실 분이십니다. 곱게 잘 키우십시오.”
그 후 부모는 아이에게 회초리를 들지 않았고 지극정성으로 아이를 공부시켰다. 아이는 나중에 정승이 되었다. 어느 날 부모는 우여곡절 끝이 스님을 찾아가
‘스님, 우리 아이가 스님의 말씀처럼 영의정이 되었습니다. 어찌 그리 용하신지요?“
“허허, 돌 중이 뭣을 알겠소. 그러나 세상의 이치는 하나입니다. 정승처럼 키우면 정승이 되고, 머슴처럼 키우면 머슴이 되는 겁니다. 그간 아들 키우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부모님께서 고생하신 덕분이십니다.”
어렵게 마련했을지라도 정성이 묻은 집은 시세가 올라가게 돼있다. 집은 때가 되면 파는 게 옳고, 또 갈아타야 돈이 남는다. 흥정하는데 끼어들어 여보! 우리 집 팔지 맙시다. 하지 마시라. 기존주택단지에 매일 이삿짐차가 들어 다녀야 하고, 도배하는 사람 만나기가 정승만나기보다 더 어려운 때가 와야 경제는 살아날 것이다. 지금 주택시장은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21세기부동산힐링캠프(부동산카페)대표. http://cafe.daum.net/2624796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0-5262-4796. 031-213-4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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