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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이 흥부처럼 살아야 하나"
청약가점제가 9월부터 시행됐다. 학교 다닐 때 점수 따기도 힘들었는데 입사시험에서도 점수를 따지고 회사에서도 인사고과에 점수를 넣더니, 이젠 내 집 마련하려는데도 점수를 따진다

내가 살고 싶은 집에 내가 청약을 하는데 정부는 청약을 하려면 일정 점수 이상이 돼야 당첨을 시킨다고 한다. 학교 공부야 예습, 복습에 수업시간 충실히 하고 시험 보기 전에 벼락치기, 당일치기, 초치기까지 하면 어느 정도 점수를 얻을수 있지만 청약가점제 점수는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만들수 없는 점수이다.

 

지나온 세월을 무주택으로 돌릴수 없고, 없던 부양가족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체력 단련해 늦동이를 만들 수도 없다. 이미 지나온 세월 먹고 살기위해 해약했던 청약통장을 살릴 수도 없다. 이제부터는 복권 당첨의 행운을 기다리든가 세월만 먹고 살아야 하는가 보다.

 

엉뚱하게 생각해보니 권선징악의 구전 이야기가 자본주의 하에서 치열한 경쟁속에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도 적용되는 것 같다. 흥부전을 지금의 부동산 제도 하에서 다시 생각해 봤다. 

 

[[흥부 가점은 68점, 놀부 가점은 39점]]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접경에 살았던 흥부는 아버지가 죽자 놀부에게 쫓겨나 움막집에서 매일밤 노력해 자식을 25명이 낳았다. 흥부의 청약가점을 계산해보면 부양가족이 자식 25명, 처 1명을 포함해 모두 26명으로 부양가족 점수만 35점 만점이다.

 

움막집에서 자식 25명을 낳는 동안 무주택으로 살았으니 무주택 기간은 '25명 * 임신 10개월=250개월/12=20.8년'이 된다. 무주택 점수도 32점 만점이다.

 

돈이 없어 청약통장을 모집공고일 전일까지 만들었다 가정하면 가입기간 점수는 1점. 따라서 흥부의 총 점수는 68점이다.

부동산 정책이라는 다리 부러진 제비가 가져온 보은(報恩)의 박씨인 청약가점제는 이런 흥부에게 인기지역 인기 아파트 당첨이라는 행운을 가져다 준다.

건설교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송파신도시의 중소형 예상 분양가는 3.3㎡ 1000만원 선. 주변 시세가 3.3㎡당 2000만원 선인 점을 감안할 때 흥부은 제비가 몰고 온 청약가점제 박씨를 통해 (2000만원-1000만원) * 34=3억4000만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시세차익을 안게 된다. 

[[흥부는 유망 지역 당첨 가능성 매우 낮아]]


반면 흥부를 쫓아내고 아버지 집에서 살았던 놀부의 청약가점제 점수를 계산해 보자. 무주택 기간은 1년 미만으로 점수는 2점. 부양가족 점수는 밥 주걱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부인 1명과 자녀 2명(가정)으로 20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은 돈이 많으니 진작 만들었다고 가정하고 17점 만점. 그렇다면 놀부의 총 점수는 39점이 된다. 놀부가 청약가점제 하에서 죽어라고 인기지역 인기 아파트에 청약해도 당첨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물론 청약가점제 공급물량을 제외한 추첨제 물량도 있다. 전용 85㎡ 이하 25%, 전용 85㎡ 이상은 50%다. 그러나 광교, 송파 등 유망 지역의 경우 판교신도시의 중대형 아파트 평균 경쟁률(43:1)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청약가점제 공급물량을 제외한 추첨제 물량 경쟁률은 중소형이 '43/0.25=172 대 1', 중대형이 '43/0.5= 86대 1'이 된다.

판교, 광교, 송파 같은 인기 신도시 분양이 1년에 2회 정도 분양된다고 가정하면 놀부는 중소형에 청약할 때는 86년, 중대형에 청약할 때는 43년간 죽어라 청약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모든 국민이 흥부처럼 살아야 하나?]]


즉 놀부는 죽을 때까지 인기 신도시 분양 아파트를 당첨 받을 수 없다. 또 놀부가 가지고 있는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접경에 있는 연생원의 상속재산 주택은 보유기간이 20년이 넘고 지방 부동산이 침체된 때문에 1억~2억 받기도 힘들다. 결국 흥부가 얻은 청약 프리미엄 3억4000보다도 훨씬 적은 돈을 버는 것이다.

치열한 자본주의 경쟁 사회에서 흥부처럼 살 것인지, 놀부처럼 살아야 하는지를 청약가점제는 확실히 알려준다.

 

이 땅의 모든 놀부(1가구 1주택자)가 저축하고 알뜰살뜰 살아왔다면 무주택기간 20년에 25명 자식 가진 흥부보다 더 잘 살아야하는데, 청약가점제라는 다리 부러진 제비(부동산 정책)가 가져온 박씨는 놀부에게 좌절감만 안겨 준다. 


끝으로 이 땅의 모든 놀부(1가구 1주택자)를 대신해 제비에게 묻고 싶다. 우리 모두는 지금이라도 놀부의 삶을 버리고 흥부처럼 살아야 하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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