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초입에 오면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분들이 생각납니다.
‘우리 막내동생을 위해 좋은 집 하나 사주십시오.’
집값 급등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몇 해전 , 지방 특강으로 인해 예약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지체된 밤 10시에 회사에 도착해보니 복도에 대기하고 있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안산에서 찜질방을 경영하는 작은형은 비록 자신도 전세로 살고 있지만, 형편이 더 못한 동생내외를 위해 힘든 결정을 하고 찾아오셨습니다.
작은형 내외의 살림규모에서는 거액인 3억 원을 이자도 받지 않고 동생네에게 빌려주기로 했던 것입니다. 자정이 넘어서까지 형 내외와 상담을 했습니다.
“형님께서 대단하십니다. 아니, 형수님께서 더 대단하십니다.” 수 차례 감탄사를 연발하며 동생 부부 앞에서 형 내외를 치켜세웠습니다. “공부를 늦게 시작한 바람에 이제 갓 대학원을 졸업하고 건축구조안전 관련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형의 소개를 듣고, 상담일지에 기록된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동생내외의 자산상황을 살펴보니 극히 적은 돈으로 수도권 외곽에서 전세살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같이 동행한 아내는 칭얼거리는 다섯 살짜리 아이를 달래느라 멀찌감치 뒤로 물러서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습니다. 젊은 부부로서는 난생 처음 내집마련을 하는 데다 3억 원이라는 거액을 빌려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만약에 오르지 않은 집을 잘못 산다면 훗날 형의 돈을 갚기 힘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쑥스러운 듯 머쓱해 있는 형과 발그레한 얼굴에 미소를 띄고 있는 형수의 따뜻한 마음이 난방이 고장난 사무실을 후끈하게 데우는 것 같았습니다
. 살아오면서 그날처럼 창밖에 내리는 눈이 아름다워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직원들과 수 차례 동행하면서 가격이 오를 만한 아파트를 찾아가 브리핑을 해줬지만 동생 내외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적당한 아파트가 급매물로 나와서 계약을 할 수 있었던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매번 동생 부부는 뒤로 물러섰습니다.
동생 부부에게는 지극히 의미가 있고, 부담이 가는 큰 돈이라 한 달여 기간을 보내면서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앞으로 서민들을 위한 주택공급이 많이 이루어져 동생 부부와 같은 서민들이 부담 없이 집을 마련하고, 형 내외와 끝까지 우애 있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나눌수록 커지는 행복 이들을 통해 재산을 움켜쥐면 쥘수록 행복은 날아가기 마련이고, 베풀면 베풀수록 행복은 커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욕심 없는 형 내외를 보고 지금까지 가족과 회사의 성장에만 힘써왔던 내 자신이 무척 부끄러웠습니다.
내년에는 필자는 행복한 일 두 가지를 만들 것 입니다. 첫째로 꾸준하게 기부를 늘리는 것과 둘째로 정기적인 봉사를 위해 클럽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강조하는 것은 가까이 있는 분들에게 잘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본인이 돈을 많이 벌고 성공했다고 해도 먼 훗날 가족들이 외면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유엔알 (www.youandr.co.kr)02-525-05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