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렁한 몸빼바지 입고 주방에 서서, 양푼에 밥 비벼 먹다가 불쑥 들어온 남편에게 들킨 여인네는 얼굴이 빨개진 채 눈만 껌벅거린다. 직장에 간 남편이 대낮에 집에 왜 왔을까? 볼이 터지도록 입안에 밥이 들어 있으니 말을 할 수도 없어 숟가락만 까딱거리며 놀란 토끼처럼 남편의 눈에 초점을 맞춘다.
여인네는 임신 8개월이라 잘 익은 수박 통처럼 배가 탱글탱글하다. 임신 해본 여성이라면 다 아실 것이다. 열 달 동안 먹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지를, 그러나 매월 월세 주고나면 남는 게 없기 때문에 먹고 싶은 것 침 꿀꺽 삼키고 참았으리라. 지금도 서민들의 삶은 솔직히 이러는 집이 많을 것이다.
위 이야기는 어느 날 필자와 같이 사는 여성이 그랬었다. 요즘은 신 과일도 많고, 맛있는 과자도 많지만 30년 전까지는 가난한 사람은 사과 곁에도 갈 수 없었음을 여러분들도 잘 아시리라. 임신하면 시금털털한 게 그렇게 먹고 싶다며? 그러나 사줘본 적이 없으니 죄스러운 마음뿐이다. 50세 이상 세대들은 자기 마누라가 다 그렇게 살았다는 사실을 알고 살자.
그런 어려움 참아가며 네댓 명씩 낳아서 잘 길렀건만, 이젠 꿈같은 얘기가 돼버렸다. 하나도 낳지 않으려고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는 세상으로 변했으니까, 길을 가다 가끔 배부른 젊은 여자를 보노라면, 부럽고 대견하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시집을 가는 임은 못 생겨도 곱상이요, 안 가는 임은 제아무리 잘 생겨도 밉상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부동산이 두 개 이상이면 임신 중이냐고 묻는다. 인터넷에서 전문가 칼럼을 즐겨 읽는 사람들은 대개 임신 중인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집만 두 채 이상 가지고 있는 쌍둥이나, 세쌍둥이 이상도 많으시겠지. 수년 동안 배만 불러 있고, 순산을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무거울까.
9.1대책이후 난산이라도 해보려고 애를 써 봐도 벌써 약발이 떨어졌는지, 서울이나 수도권이나 지방이나 기존주택시장은 찬바람만 씽씽 몰아친다. 남편 모가지를 거머쥐고라도 애를 낳아야 할 텐데 어찌할꼬. 비수기에 접어들고 보니 애 낳기는 또 틀렸다.
옛날 시골 동네에서는 아무개 댁 애 낳는다고 하면 짓던 개도 멈추고 순산하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순산하게 되면 축하의 박수를 보냈고, 난산을 하게 되면 온 동네 사람들이 숟가락을 들지 못했다. 팔아야 할 부동산을 팔지 못함은 산모가 낳아야 할 아기를 낳지 못하는 처지와 같은 것이다.
난산 끝에 산모가 사망할 수 있다. 부동산이 팔리지 아니하여 재산을 망한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산기가 있게 되면 산모는 방에 들어가면서 신발을 다시 신을 수 있을지 바라본다고 했다. 집을 팔아야 할 사람들이 팔지 못한 채 질질 끌려가는 현상도 방에 들어가는 산모의 입장이다. 기존주택시장에 김이 빠진 지 벌써 몇 년째인가. 대책 하나 내 놓으면 강남만 반짝하다 만다.
집이 팔리지 아니하자 어느 부부간에 주고받는 대화다.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남편이 먼저 말문을 연다.
“여보, 우리 다 치우고 시골 갑시다. 전세 놔서 대출 갚으면 몇 천은 남을 테니 미련 없이 떠납시다.”
“가는 거야 좋지만, 내가 몸이 아파 매일 병원을 다녀야 하니 시골에 가서 병원왕래를 어찌 한단 말이요?”
“내가 매일 병원에 싣고 다닐 수 있어요. 걱정 마요”
“어쩌다 당신 팔자가 운전기사로 변한 당가요?”
이 가정도 참 난감하다.
세상은 늘 변하게 돼있다. 젊어서는 몸빼바지만 입었던 필자의 마누라도 지금은 내복바지를 입었다. 세상은 많이 변한 것이다. 치마는 두른 것도 같고, 윗옷이 내려와 엉덩이를 덮는 것도 같아서 분간하기 어렵더라. 불경기 때는 치마길이가 올라간다 하는데 그래서 계속 치마 끝이 올라가는 것일까? 아무튼 몸빼바지가 내복으로 변했으니 출세했다.
집을 사야 할 사람들은 “값이 더 내려갈 텐데~” “부동산대책과 정반대로 가면 싸게 살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친다. 정말 그렇게 될까? 착각은 자유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부동산의 마지막 차는 또 왔다. 쌍둥이 또는 세쌍둥이를 안고 있는 사람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빨리 잡아라. 싸게 살 것이다.
결혼을 안 하거나, 애 낳기를 미루는 사람은 임신 불감증에 걸린 사람들이다. 강남은 못가더라도 작은 집이라도 어서 사자. 강남 고급빌라는 영화관도 있고, 지하 벙커도 있다지만, 서민들에게는 황용사 벽화일 뿐이다. 요즘은 50억 빌딩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1-2억대 토지는 수도권이건, 지방이건 매물이 나오기가 바쁘게 가계약금을 걸거나 선금을 주고 이전을 받는다. 주택에서 재미를 못 본 사람들이 상가와 토지로 피난을 가고 있음이다. 충남. 당진. 서산. 홍성. 태안 등 서해안 지역의 토지들이 날개를 달았고, 판교 쪽도 매물이 없다.
출산을 못하고 사 모으는 바람에 세쌍둥이, 네쌍둥이가 늘어간다. 지난 가을 미분양은 벌써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확장 등 슬슬 공짜를 내 놓고 있다. 공짜 좋아하지 마시라. 그 공짜는 양잿물과 같은 것이다. 양잿물을 먹게 되면 5분 이내에 목숨을 잃게 된다.
부동산 보유자들은 임신을 했지만, 애를 받아줄 사람이 없다. 무호양관인(無戶兩關人)이라 하던가. 집 없는 비(제멋대로 내리는 비)가 산모의 발길을 묶고 있다. 산모는 어찌해야 할 것인가? “아이고, 나 죽는다고 계속 소리를 질러대는 산모는 마지막 소리에서 애를 낳더라. 앞으로 우리들 귀에는 늘 마지막 소리가 들릴 것이다.
21세기부동산힐링캠프(부동산카페)대표. http://cafe.daum.net/2624796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0-5262-4796. 031-21`3-4796
수원대 사회교육원 부동산학과 봄학기 신입생 모집 010-4878-6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