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행위를 할 때에는 사회 공동생활의 일원으로서 선의에 합당하고 성실을 모범으로 하여 행동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윤리적 규범을 법률에 있어서 존중하고 법률관계를 이에 적합 시켜야 한다고 할 때 특히 이것을 법률에 있어서의 신의성실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민법의 기본원리가 되는 규정이라고 봐야 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입지만을 생각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독불장군이 된다면 사회는 지탱할 수 없게 될 것이기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남과 이웃도 배려해야 한다는 폭 넓은 도덕규범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신의성실은 공공의 질서, 선량한 풍속과 함께 법과 도덕의 조화를 도모하기 위한 중요한 관념인 것입니다. 따라서 법은 질서와 객관적・사회일반적 입장을 다스리고, 도덕은 당사자의 주관적・개별적 입장을 주로 다스리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무난할 것 같습니다.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될 때에는 동시에 공서양속에 위반하게 됩니다. 따라서 권리남용에 의한 불법행위의 책임이나 채무불이행으로서의 책임도 발생시키게 되므로 결국 법과 도덕은 자전거바퀴처럼 동일하게 진행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갈 때 마음 다르고 올 때 마음 다르다-
“갑”은 지분 50㎡(약 15평)정도의 빌라를 2억 원에“을”에게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금과 중도금을 이미 수령했습니다.
잔금지급일에 매수인 을은 잔금 5천만 원 중 1천만 원이 부족한 4천만 원만 내놓고, 1천만 원은 1개월 내로 지급하겠으니 자기를 믿고 일단 가옥을 명도 함과 동시 등기를 넘겨 달라고 사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갑은 천부당만부당한 소리 하지 말라, 고 하면서 펄쩍 뛰었으나 을은 오늘 이사를 하지 않으면 병든 노부모를 업고 길거리로 가야 될 처지라고 하면서 불쌍한 사람 살려 달라고 사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보다 못한 중개업소 사장님도 스스로 자청하여 앞으로 1개월의 기한 내에 갚지 못하면 자신이 갚겠다고 보증을 자처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갑은 하는 수 없이 나머지 1천만 원에 대하여 월 2부의 이자로 계산하되 1개월 이내 변제한다는 증서를 을로부터 받고 중개업소 사장을 보증인으로 세운 후 그 빌라를 명도하고 등기도 넘겨주었습니다.
며칠 후, 그 빌라가 있는 지역은 뉴타운지역으로 고시됐습니다. 이 상황을 지켜 본 매도인 갑은 슬슬 배가 아프기 시작 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한 푼도 오르지 않던 빌라가 뉴타운지역으로 변신하게 된다는 사실을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입니다.
갑은 이 궁리 저 궁리 해봤으나 뾰쪽한 수가 없었습니다. 배가 아파도 하는 수 없이 참고 있는데 1개월이 흘렀습니다. 매수인 을은 생활이 어려웠는지 잔금 1천만 원을 주지 아니하였습니다.
갑은 “옳다 됐다”하는 생각으로 을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했습니다.“나는 명도와 등기를 이행했으나 등기 후 1개월이 지났음에도 당신은 잔금 1천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으니 나와의 계약은 이미 해약 된 것이다, 계약을 유지하고 싶거든 5천만 원을 더 달라”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일단 1개월 후에 주기로 한 잔금 1천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으니 계약은 해약된 것이다.
2) 부동산 값에 비하면 잔금 1천만 원은 극히 적은 돈이고 1개월 연장을 받아준 것이므로 1개월이 지났다 해서 해약된 것으로 볼 수 없다.
3) 당사자가 원만히 합의해야 할 것이고, 을은 약간의 손해를 물어줘야 할 것이다.
-해설-
위 빌라 매매계약에 의하여 을은 잔금 중 1천만 원을 지급하지 아니한 건 사실이지만 1천만 원은 대금 중 극히 일부금액이고, 또한 1개월 내로 월 2부의 이자를 붙여 지급하기로 약정했다면 계약해제는 되지 않게 됩니다.
설사 1개월의 약정기간이 지났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연체 등 불이익만 감수하면 될 것이고, 이미 성립된 계약에는 변함이 없게 됩니다. 증서를 써준 1천만 원은 계약과는 무관하게 진행된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지요.
만일 끝까지 을이 잔금 1천만 원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을과 보증인인 중개업소를 공동피고로 하여 약정금청구소송을 제기하면 될 것이고, 그 1천만 원의 불이행으로 계약해제를 주장할 수는 없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오히려 빌라가 있는 지역이 뉴타운지역으로 탈바꿈을 하는 기회를 이용하여 돈을 더 받아 내거나 계약을 해제하고자 하는 갑의 행위는 상대방의 신뢰를 해치고 거래관계에 있어서의 신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법이 도와줄 수 없는 것입니다.
갑의 계약해제 요구는 전혀 효력이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따라 이행해야하는데 이것을 신의성실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이 원칙은 단순한 도덕상의 원칙만이 아니고 모든 법의 원리를 지배하는 대원칙이라고 봐야 하는 것입니다.
-참고 법조문-
민법 제 2조 (신의 성실)
1)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이행하여야 한다.
2) 권리는 남용하지 못 한다.
판례
대법원 1995.9.28. 93다 26007
피상속인의 처가 가출하여 재혼을 하고 피상속인의 처로 기재된 호적까지 말소한 경우 피상속인 사망 후에 상속인임을 주장하는 청구는 신의측상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1998.6.12. 96다 52670
부모를 부양 할 의무가 있는 딸이 특별한 사정도 없이 주택의 소유권자임을 내세워 고령과 지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마땅한 거처도 없는 아버지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청구하는 것은 부자간의 인륜을 파괴하는 행위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글쓴이 : 윤명선
21세기부동산힐링캠프(부동산카페) 운영자.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부동산팀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부동산학과 출강. 봄학기 신입생 모집 중. 010-4878-6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