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들이 마당 가운데 놓인 평상에 앉아 휘영청 밝은 달을 바라보는 추석명절이다. 북두칠성이 머리를 동쪽으로 두면 흉년이 들고, 남쪽으로 두면 풍년이 든다는데 올해는 남쪽으로 두고 있다. 송편 바구니가 나오면 식혜가 따라 나온다. 그러나 가족들과 어울리지 않고, 뱅뱅 도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바로 그 집 애물단지 노총각, 노처녀다.
누가 말을 꺼내든 또 결혼 말이 나올 터, 노총각과 노처녀는 불안하기만 하다. 누군들 결혼하기 싫은 사람이 있으랴. 선을 봤어도 어쩌다 몇 번 비틀어지고 보니 어언 40세가 넘었다. 이젠 부모님 뵐 낯도 없고, 선을 볼 의욕도 없다. 그런 총각일수록 집을 사기는커녕 전세거리도 어렵다. 요즘 월세총각에게 시집 올 처녀는 없다고 하더라.
유명 대학교 나오고, 서울에 직장을 둔 큰 아들은 얼굴에 기름기가 번들번들 하다. 그런데 저 양반은 서울 집에서는 나에게 잘 하는데 왜 시댁에만 오면 저렇게 목에 힘을 주고 나를 종 보듯 할까? 며느리는 종일 속이 상해 하루라도 당겨 다시 서울로 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남자들은 자기 집에 가면 대통령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오냐, 서울 가서 보자.
온 가족이 시골 부모님 댁에 모이게 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게 부동산 이야기다. 집이라도 한 채 가지고 있으면 자기가 고수라도 된 듯 의기가 양양하고, 나이가 들어도 전세로 사는 사람은 기가 죽게 된다. 와중에 땅뙈기라도 가지고 있으면 부자가 다 된 기분이고, 상가라도 있으면 재벌대우를 받게 된다.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는 중개업소 사무실에 가도 같은 이야기가 나오고, 아파트 분양사무실에 가도 또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명절에 친. 인척이 모여도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이야기일까? 없어서도 안 되고, 지나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또 거짓말을 해도 안 되는 꼭 필요한 이야기다. 거짓말 아닌 부동산의 거짓말을 살펴보자.
1. 사라. 기회는 이번뿐이다.
여러분들께서도 실컷 들은 이야기 일 것이다. 작년에도 이번뿐이라고 하더니 지금도 이번뿐이라고 한다. 기회는 한 번 지나가면 안 온다고 하더니 해마다 오는 모양이다. 이 말은 틀린 말은 아니다. 기회는 다시 올망정 치루는 대가는 다르다. 기회는 내 형편과 값이 거의 맞아 떨어질 때다.
사주팔자에 기회는 일생동안 5-6회 정도 온다고 했다. 이게 보통 10년 주기로 오는데 본인은 모르고 지나가는 게 보통이다. 좋을 때도 10년이고, 나쁠 때도 10년이다. 육십갑자에 들어있는 천간(天干)이 10년 주기로 들어있기 때문이다. 부동산도 10년 주기를 따라 간다. 10년 전에 좋은 일이 있었다면 금년에도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2. 이만한 부동산 없다.
아파트 모델하우스나 중개업소에 가면 두고 쓰는 말이다. 그 부근에서는 가장 좋은 매물이고, 매매 조건도 가장 좋은 물건이라는 말을 한다. 그 말을 진실로 믿고 안 믿고는 본인의 자유다. 그러나 믿을 말을 안 믿으면 손해는 본인이 본다. 사람을 믿으면 부동산을 믿을 수 있다.
부동산에서는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 일이 많다. 전문가가 애써 추천해줬음에도 선무당이 옆에 와서 좋지 않은 소리를 해대면 선무당 말을 듣기 마련이다. 부동산투자는 부부 외 비밀로 하는 게 좋다. 한국 사람의 심리는 옆 사람이 부동산 사면 배가 아파 못 견딘다. 그런 이유로 좋은 부동산 놓치고, 못된 것 사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3. 5년 후에 더블 된다.
부동산을 사게 될 때, 가장 큰 궁금증은 몇 년 후에 얼마나 오를까? 이다. 사라고 권하는 사람은 대개 5년 정도 기다리라는 말을 한다. 5년이라는 세월은 길다하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이다. 맞아 떨어질 때도 있고, 연장될 수도 있으며 뻥이 될 수도 있다.
송편도 여러 가지다. 굵은 콩이 들어 있는 송편도 있고, 콩가루에 꿀이 들어있는 송편도 있으며, 밤이 들어있는 송편도 있다. 속에 아무것도 없는 꽝인 송편이 있음도 사실이다. 씹어보기 전에는 모른다. 겉에서 보기에는 맛있어 보이지만, 막상 먹어보면 실망만 남는 것도 있다. 부동산도 그와 같을 수 있다.
4. 이 매물은 특별히 싸게 나온 것이다.
여러분들께서 부동산을 살 때 이 부동산은 비싸게 나왔다는 말을 들어본 사실이 있으신가? 아마 없을 것이다. 5억짜리 집이 4억 5천에 나왔다고 할 것이고, 평당 200만 원짜리 땅이 150만 원에 급매로 나왔다고 할 것이다. 실제 그런 것도 있긴 있다. 한 수 더 떠서 급급매물이라고 까지 하지만, 내 것 싸게 팔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가격차이로 흥정이 비틀어질 때 흥정을 다시 일으키고 값을 싸게 살 수 있는 비법이 있다. 초저녁에 마누라와 입 다툼을 하게 되면 의례히 마누라는 등을 돌리고 눕게 된다. 그럴 때 남자는 마누라의 엉덩이를 만져 주어야 한다. 몇 번은 싫다고 하시겠지. 그러나 금방 되돌아 눕게 된다.
매물은 욕심이 나는데 돈이 부족할 땐 중개사를 배제하고, 매도인을 직접 붙잡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면 몇 백만 원 싸게 살 수 있다. 그때 선생님 은혜 잊지 않겠다는 등 쇼를 잘해야 한다. 쇼 한 번 잘하는데 몇 백만 원이 왔다 갔다 한다면 어설픈 자존심 한 번 뭉개버리자.
6. 곧 개발이 될 곳이다.
집을 살 때 이곳은 항시 그대로일 것이라고 하면 그 집 살 사람 없을 것이고, 땅을 살 때 항시 농지 그대로일 것이라고 하면 그 땅 살 사람 없을 것이다. 실제와 허풍을 잘 구별해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날마다 예뻐지면 정이 새록새록 가지만, 꼬질꼬질하면 있던 정도 도망가는 법이다. 개발호재 가능성을 잘 살펴보자.
주택은 인프라가 중요하고, 교통이 편리해야 하며, 상가는 지나다니는 사람보다 쇼핑을 목적으로 찾는 사람이 많은 곳이라야 한다. 토지는 용도지정이 정해져 있으면 좋고, 계획관리지역. 생산녹지지역. 자연녹지지역일지라도 인근에 대규모 발전계획이 있는 곳이라야 한다.
즐거운 사람은 즐거워도 외로운 사람은 한없이 외로운 명절이다. 특히 명절은 누군가를 한없이 사랑하고 싶을 때도 있다. 남성들이여! 여성들이 힘들지 않도록 도와주자. 명절 후에 이혼사건이 없도록 서로 배려하자. 단풍은 가을뿐이다. 이웃에 불우한 사람이 있거든 단풍 같은 마음으로 인정을 베풀자. 인정을 베풀면 그게 복이 되어 돌아오더라.
글쓴이 : 윤정웅
21세기부동산힐링캠프(부동산 카페)대표. http://cafe.daum.net/2624796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0-5262-4796. 031-681-66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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