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5년 전 일이다. 경기 남부에 살고 있는 친구가 아들 결혼을 시키는데 집을 사줘야 하느냐? 전세를 얻어 줘야 하느냐? 질문을 하더라. 그 친구는 살만치 사는 사람인데 별명이 “짠돌이”다. 어쩌다 같이 식사를 해도 신발 늦게 신는 사람이다. 옛날에는 미워했었지만, 지금은 후회스럽다.
평생 그렇게 사는 사람인지라 아들 결혼을 앞두고 집을 사줄까, 말까 고민이 되었겠지. 아들은 수원 삼성전자 신입사원이다. 필자는 친구를 데리고 가서 삼성전자에 출퇴근하기 좋은 곳 전용 84㎡(34평) 아파트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했다. 그 당시 그 아파트 매매가는 1억 2천이고, 전세금은 6천이었다.
친구는 아들 결혼 후에도 필자를 만나기만 하면 돈이 아까워 “전세 얻어 줄 걸 자네 때문에 아파트 사줬다.”고 구시렁대기 시작했다. 또 집값이 내리면 어떡하느냐?“고 되물었다. 2년 후, 둘째 아들 결혼을 시킬 때는 또 집 사주라할까 봐 아예 전세 얻어 놓고 청첩하더라.
짠돌이는 건강도 좋았고, 집도 있고, 땅도 있고, 상가도 있는 알부자였으나 인색하기는 자녀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가 둘째 아들 결혼시키고 나서 60도 채 안 돼 폐암에 걸렸다. “너는 평소 술도 안 먹고, 담배도 안 피우는데 왜 폐암에 걸렸느냐?”고 물어봤더니 자신도 모르겠다면서 눈물만 하염없이~
그는 2년 동안 병원생활하면서 있는 재산 다 까먹고 결국 죽었다. 돈이 없는 사람은 병이 걸리자마자 죽지만, 돈이 있는 사람은 생명을 연장하려고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수술 받다가 결국 돈 다 까먹고 죽는 세상이다. 수술 전에 재산이 얼마나 되느냐? 고 묻는단다. 수술 여러 번 안 받으려면 재산은 한 푼도 없다고 그러자.
그가 죽은 후 10년 가까이 소식이 없었는데 며칠 전 아들 형제가 필자를 찾아왔다. 전세로 결혼생활을 시작한 둘째 아들의 집을 사야할지, 더 기다려야할지 자문을 얻기 위해 온 것이다. 큰 아들은 지금까지 그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시세가 4억을 웃돌고 있다.
전세 6천으로 시작한 둘째 아들은 지금 경기 남부지역에서 2억짜리 전세에 살고 있는데 애들도 둘이나 되어 84㎡(34평)중형 아파트를 2억 대출 안고 살까, 말까해서 온 것이다. 집값이 안정된 지역으로 신규아파트 분양이 없는 곳에 쓸 만한 아파트를 골라 사도록 했으면 좋겠으나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필자가 둘째 아들에게 아파트를 지금 사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그동안 필자의 칼럼을 읽어보시는 분들께서는 얼른 감을 잡으실 것이다. 동탄 2신도시, 위례신도시를 비롯해서 오산 옆까지 짓고 있는 경기남부지역의 아파트는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이다.
단지 하나에 6,000세대, 7,000세대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신규아파트가 들어서면 그 부근은 빨대현상이 나타나서 기존주택시장은 비오는 달밤이요, 달 없는 사막이 된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그런 지역에 지금 아파트를 사라할 수 있겠는가, 2-3년 기다리라고 했다.
큰 아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15년 전 1억 2천에서 현재 4억으로 그동안 2억8천이 올랐다. 그러나 13년 전 둘째 아들의 전세금 6천은 2년마다 자기 돈을 보태주면서 2억까지 만들었다. 큰 아들의 2억8천은 세월이 만들어준 돈이고, 작은 아들의 2억은 자신의 노력으로 이룬 돈이다.
큰 아들은 그동안 모은 여유자금이 1억2천 있다고 한다. 그 돈은 땅을 사라고 했다. 둘째 아들은 전세금 올려주느라 한 푼도 모으지 못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집을 마련한 큰 아들은 합계 5억2천(아파트 4억+현금 1억2천)의 재산이 있고, 2년 후에 전세로 시작한 둘째 아들은 2억 전세금이 전부다. 죽은 짠돌이 고집 때문에 엄청 차이가 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게 있다. 부동산에 대한 명목가치와 실질가치라는 것이다. 큰 아들의 총 재산 명목가치는 5억2천이고, 둘째 아들의 재산상 명목가치는 2억이다. 이 돈들이 실질적으로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야 실질가치가 나온다. 따라서 부동산의 가치가 낮거나, 돈의 가치가 낮다면 실질가치는 명목가치보다 낮게 평가 돼야 한다.
하루 일당이 10만 원인데 점심값이 2만원이라고 하면 명목가치는 높고, 실질가치는 낮다. 5만 원짜리 동전을 만드는데 5만 원 상당의 금이나 은이 들어가면 명목가치와 실질가치가 같은 것이고, 재료가 3만 원 들어가면 명목가치는 5만 원일지라도 실질가치는 3만 원인 것이다.
부동산시장은 공개된 시장이 아니므로 서로의 가격을 알 수 없다. 또 똑 같은 부동산은 없기 때문에 저마다 가격은 다르게 나타난다. 그런데 실질가치가 반영을 하던, 안 하던 간에 10년이나 20년 후에는 명목가치에서 엄청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발생할 가치를 찾아 투자하는 게 부동산시장이다.
지금 2억짜리 토지는 10년 후 4억이다. 20억짜리는 40억일 것이다. 그동안 인플레가 높아 물가 오름폭이 크다면 가격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다. 때문에 부동산시장에서 5년 후 얼마나 갈까요? 라고 묻는 것은 명목가치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실질가치는 모든 시장물가를 조사해야 나올 수 있다.
앞으로 부동산의 명목가치는 오를까? 내릴까? 경제 위기가 없는 이상 값은 좀처럼 내리지 않는 게 부동산이다. 그러나 소득, 다른 물가가 제자리를 걷는다면 부동산 값도 실질적 가치 면에서는 손해를 보게 된다. 문제는 화폐의 양이다. 화폐의 양이 넘치면 명목가치는 오르게 된다.
명목가치가 오를지라도 공급이 과다하고, 소득이 뒷받침을 하지 않으면 실질가치가 내려 손해를 보게 된다. 지금 라면이 800원이다. 10년 후 얼마나 갈까? 부동산도 같은 이치다. 세상은 쏘아놓은 화살이다. 명목가치는 화살을 타고 온다. 돈의 가치와 인생은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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