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이 5년쯤 남게 되면 ‘아직도 5년이 남았으니까~’스스로 위로하며 자신감을 갖는다. 그러다 3년쯤 남게 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노후준비를 시작해야지~’하면서 슬슬 전문분야를 찾아보지만, 어느 것 하나 자신 있는 게 없다. 매일 이거 할까, 저거 할까 궁리하다가 1-2년이 남게 되리라.
퇴직 1-2년이 남게 되면 기술을 배우는 일도 틀렸고, 공부를 하기도 늦었다.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사람은 정작 본인이 아니라 마누라다. 본인은 ‘할 일 없으면 아파트 경비라도 하지 뭐~’라고 말하지만, 아파트 경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며, 일자리는 아무데나 널려 있던가.
솔직히 말해 그때부터 남자는 여자의 눈치를 보게 된다. 그러다 퇴직을 하게 되면 손에 쥐는 돈은 액수가 적어 허무하시겠지. 적게는 5천만 원에서 많게는 3-4억이 된다. 공무원이나 국영기업체 직원은 연금이 나오니까 그걸로 버틸 수 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퇴직 다음 달부터 광대 끈 떨어지는 신세가 돼버린다.
그럴 때 입맛을 돋우는 건 봉급대신 받을 수 있다는 월세다. 분양하는 곳마다 커다랗게 쓰여 있는 글씨는 모두가 월급통장이다. 퇴직자의 눈에는 그게 구세주로 보이리라. 월세를 받으려면 건물을 사야 하기 때문에 5천만 원 가진 사람은 원룸으로 쫓아가고, 1억을 가진 사람은 오피스텔 2채를 계약한다.
1억이 넘는 사람은 대출 끼고 빌라나 소형 아파트를 사고, 2억 이상이 되면 대출 몽땅 안고 허름한 상가주택이나 재개발 아파트에 눈독을 들인다. 결국 있는 돈 다 털고 빚까지 내어 월세 나오는 건물을 샀으나, 월세는 몇 십만 원에 불과해서 영양가는 없고, 2주택에 걸려 있는 집도 팔 수 없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건물을 사서 세를 놓고 파는 데는 도가 트였다. 투자 상담 질문의 2/3는 투자용 주택 구입에 대한 질문이다. 전문가가 사지 말란다고 질문자가 사지 않겠는가마는, 뻔히 손해 볼일을 고집 부리게 되면 화가 날 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이미 저질러 놓고 살 것처럼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질문자가 하고 싶다는 대로 답을 달아주면 ‘명쾌한 답’이라하고, 반대로 답을 달면 댓글도 없이 어디론지 사라져 버린다. 눈을 감고 생각해보자. 정년퇴직하거나, 은퇴하는 사람마다 건물 사서 월세 받기를 원한다면 인구는 줄어드는데 월세살이를 할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부동산투자는 최소한 값이 내리지 않을 종목에 투자하는 게 원칙이고, 그런 입지를 찾아 투자하는 게 기본이다. 그럼에도 막상 퇴직을 눈앞에 두게 되면 마음이 급해서 골목상가주택도 좋게 보이고, 오피스텔이나 원룸도 돈이 펑펑 나올 것처럼 생각된다.
군대있을 때 최전방에서 대북방송 아나운서로 근무하는 바람에 1년 만에 휴가를 나왔고, 민간인도 1년 만에 봤다. 물오른 총각 눈이어서 그랬는지 여자들은 다 미녀로 보이더라. 그러나 제대하고 나니 웬걸~ 막상 결혼하려고 보니 보는 여자마다 왜 다 못생겼을까. 퇴직 때 부동산 구입도 그와 같은 것이다.
급한 마음에 덥석 사놓고 2-3년쯤 지나면 아무런 이익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휴가 왔을 때 결혼했으면 이혼했을 것이다. 별 볼일 없는 부동산임을 알게 되면 다시 팔려고 하지만, 팔리지 않은 채 공실이 생기기 시작한다. 돈 까먹으면서 안 팔리는 부동산은 애물단지다. 나이 들어 본전 까먹어봐라 얼마나 아까운지,
우리나라 주택의 적정 공급물량은 매년 35만 가구다. 그런데 작년에 50만 가구를 지었고, 금년에 70만 가구를 짓고 있다. 작년엔 15만 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고, 금년은 30만 가구가 미분양으로 남게 된다. 빌라, 다가구, 아파트가 50만 가구 미분양으로 남게 되면 기존주택시장도 거래는 끊기게 된다.
이렇게 말하면 ‘그렇다면 왜 지금도 집값은 오르고 있는가?’라고 물으시겠지. 지금은 전세가 월세로 바뀌고 있다. 재건축. 재개발로 전세가 미쳐 뛰니까, 실수요자들도 뒤따라 뛰고 있는 것이다. 원래 부동산은 남이 뛰어야 나도 뛰는 마라톤 아니던가? 나도 따라 뛰어야 할 것인가, 기다려야 할 것인지는 각자 본인의 몫이다.
그렇다고 2-3년 후 집값이 꼭 내린다는 보장은 없다. 세계적인 위기가 없는 이상 집값은 그렇게 함부로 떨어지지 않는다. 지난 몇 년 동안 풀린 돈이 워낙 많고, 한 번 오른 집값은 야금야금 떨어지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폭삭할 이유는 전혀 없다. 다만, 다른 물가에 비해 실질가치가 낮아지겠지.
젊었을 때 가난했을지라도 나이 들어 윤기 나게 살면 석양이 아름다운 사람이고, 젊었을 때 아무리 잘 나가던 사람도 노후가 추잡하게 되면 저녁노을이 없는 사람이다. 부동산재테크는 급할수록 느긋하게 하는 게 좋다.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60부터 열심히 하시라. 아직도 당신 인생에 40년이 남아 있다.
정년퇴직이라는 올무에 걸려 급한 마음으로 함부로 수익성 건물 마구 사지 말고, 절반 가까운 인생이 또 남았다는 생각으로 좋은 매물, 좋은 입지, 좋은 개발호재를 찾아 확실하게 투자하자.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칭했었는데 이제는 70세로 상향조정되고 있다. 당신은 내 나이가 어때서다.
내 나이가 어때서 그 이후에는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한다. 겨우 월세 몇 십만 원을 받으려고 값도 오르지 않을 건물에 미련 두지 말고, 일하고, 공부하고, 운동하면서 값이 내리지 않을 부동산에 투자하자. 이게 연장전을 슬기롭게 이겨내는 방법이다. 인생은 항시 여행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늙은 배는 짐을 많이 싣지 않는 게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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