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과 세입자간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

때론 현실적인 협의 필요

중앙일보조인스랜드 | 중앙일보조인스랜드 | 김인만 | 입력2016.02.14 19:38

최근 지인이 이사를 했는데 세입자가 집을 보여주지 않아서 집을 안보고 계약을 했다고 한다. 이삿날 집을 처음 봤는데 집 상태가 너무 엉망이었던 것이다.

그 세입자는 지방에 있는 집주인이 지저분한 집 상태를 알게 될까 봐 집을 안보여주고 도주하다시피 집을 떠난 것이다.

그래서 집주인과 세입자가 가져야 할 예의와 상식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집주인이 먼저 변해야 한다

예전엔 집주인은 갑이고 세입자는 집주인 눈치를 보는 을의 관계였다. 그러나 지금은 동등한 동반자적인 관계이다.

최근에는 집을 살 능력이 되지만 굳이 구입하지 않고 직장, 자녀의 학교 등의 이유로 전세 거주하는 가구가 크게 늘었다. 여기에 전세가격도 급등하면서 실제 집값의 80% 이상이 세입자의 돈으로 구성된다. 이 덕에 세입자들의 입김이 상당히 세졌다.

상황이 이렇데 보니 집주인이 집을 보여달라고 해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있다. 전세기간 동안 집에 대한 권리는 세입자에게 있고 세입자가 보여주기 싫다면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타인에게 집을 보여주는 것이 번거롭기 때문에 집주인은 세입자한테 그 정도는 당연히 요구해도 된다는 생각보다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세입자한테 부탁을 하는 것이 좋다.

전세만기가 지나도 다른 세입자를 구하기 전까지는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집주인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법적으로 전세기간이 만료되면 전세보증금을 반환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현실적으로도 다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서 전세보증금을 반환해 줄 수 없는 경우엔 미리 세입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현실적인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

세입자도 같이 변해야 한다

세입자 내 집 아니니까 아무렇게 사용해도 된다, 집주인 부탁은 무시해도 된다, 전세만기가 되면 무조건 그 날 보증금을 받아야 한다 등 일방적인 생각은 버려야 한다.

법적으론 전세만기에 보증금을 돌려 받는 것이 맞지만 현실적으로 집값의 80%가 넘는 전세금을 통장에 넣어두고 있는 집주인은 많지 않다. 다른 세입자에게 받은 보증금으로 반환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집주인이 고의적으로 반환을 늦추는 경우가 아니라면 허용 가능한 범위까지는 협조를 해주는 것이 좋다.

집주인이 집을 팔기 위해서 집을 보여달라고 부탁하면 가급적 협조해주는 것이 좋다. 안보여 주다간 감정이 상한 집주인이 사소한 트집을 잡아 전세보증금 반환을 일부러 늦추는 등 불상사가 있을 수 있어서다.

이사할 때 하자문제로 종종 분쟁이 발생하는데 처음 이사올 때 집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한 후 파손이나 하자가 있는 부분은 사진을 찍어두고 집주인한테 알려주는 것이 좋다. 살다가 소모품이 아닌 시설 일부가 고장이 나서 과실을 따지기 힘든 하자수리라면 집주인과 세입자가 서로 양보해서 절반씩 부담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사소한 섭섭함과 오해가 큰 불신을 만들 수 있고, 집주인도 분명 세입자였던 시절이 있었고 세입자도 언젠가는 집주인이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상대방 입장에서 이해하고 배려하면 결국 나를 위한 선물로 되돌아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