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대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며칠 전 월셋집을 구했다는 지인의 전화를 받고 왜 전세를 구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이에 구할 수 있으면 전세가 좋지 왜 월세를 구했겠느냐는 지인의 답에 전세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다시 한번 느꼈다.
소형 평수의 집을 구할 때 전세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는 어느 부동산 전문가의 말이 생각난다. 그렇다면 왜 최근들어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워진 것일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51개 시·군·구의 월세 거래량은 5년 전 30곳에서 88곳으로 급증했다.
전국에서 거래된 월세 비중도 2011년 33%에서 지난해 44.1%로 크게 늘었다. 월세 거래량이 전체 임대 주택 거래의 60% 이상 차지하는 지역도 2011년 4곳에서 33곳으로 크게 뛰었다. 어떤 통계를 보더라도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늘어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월세 거래 비중이 높은 상위 10개 지역 중 경남 밀양시와 강원 동해시를 제외하면 8 곳이 군 지역이다. 전반적으로 농촌지역에서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도시의 월세화도 가볍게 볼 수준은 아니다.
부산만 보더라도 16개 자치구 중 북구를 제외한 15개 곳의 월세 거래량이 전세보다 많다. 보증금을 제외한 순수 월세만 500만원이 넘는 고가 월세 비중도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임대주택 시장을 주도했던 전세시대가 소멸 단계에 접어들고 월세 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늘고 있다.
경제 호황기 때의 집값 불패 신화가 깨지기 전까지는 전세가 이렇게 좋은 주거제도인지 몰랐다. 집값의 50~60%정도의 보증금으로 남의 집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세입자 입장에서 전셋집은 취득세, 재산세, 종부세, 양도세 등 주택 관련 세금이 없고 계약된 기간이 지나면 보증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저금리 시대에 전세보증금 받아서 돈굴릴 때 없고 집값도 예전처럼 올라주지 않는다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
월세 관련 비즈니스 늘어날 전망
즉 전세수요는 늘어나는데 전세물건은 줄어들면서 전세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아야 제도 유지가 된다. 그러나 전세가격 강세가 지속되면 전세소멸로 주거비 증가 등의 부작용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향후 월세화 속도가 빨라지고 월세가 임대의 주축으로 자리잡게 되면 여러가지 형태의 월세 비즈니스가 모습을 드러낼 것 같다.
은퇴 세대 증가와 월세화로 임대 수요가 증가하면서 임대인 대신 세입자를 모집·관리하는 임대주택 관리업종이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주택임대관리업체는 2014년 2월 19개에서 2015년 12월 174개로 늘었다.
월세화 영향으로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신규 인가된 40건의 부동산 리츠(RETs) 중 22건이 임대주택에 투자하고 위탁·관리하는 리츠였다.
또한 싼 가격에 다세대주택을 여러 채 매입해 이를 8년 이상 장기 임대하는 준 공공임대주택으로 내놓는 임대주택사업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된 가구는 전국 3570가구로 2014년말 501가구보다 3000여 가구 증가했다.
항상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가고 적응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그런 변화 속에 새로운 기회도 생긴다. 때문에 변화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선호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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