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가 바닥까지 내려갔다. 작년 메르스 사태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동안 부동산시장이 지탱해온 경제성장도 가계부채의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요즘 소비는 품질이 문제가 아니라, 돈이 적게 들어가는 소비라야 그나마 거래가 되는 실정이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새로 짓는 유명 아파트를 분양 받아도 되느냐는 질문이 줄을 잇더니, 근래에는 어느 지역 조합아파트를 분양 받아도 되느냐는 질문만 간간히 들어온다. 시중에 돈이 없다는 증거이고, 서민들 주머니도 겨우 소형 조합아파트나 쳐다 볼 형편이 돼버렸다는 뜻이다.
달포 전 필자가 강의하는 부동산학과 50대 초반 여학생이 “여윳돈이 5000만~6000만원 있는데 쓰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라고 물었다. 이에 필자는 “나하고 같이 쓰기 싫으면 잘 숨겨 놓고 계세요. 곧 좋은 소식 드리리다”고 대답했다.
며칠 후 사무실에 매물이 하나 들어왔다. 계획관리지역 100평짜리 대지인데 평당 70만원씩 계산해서 7000만원을 달란다. 도로에 붙은 것이 입지도 좋아 나중에 시세차익도 볼 수 있고, 컨테이너라도 갖다 놓으면 주말주택으로도 쓸 만한 땅이었다. 경기도 평택 화양신도시 부근이라 개발호재도 있고,
통사정을 해서 값을 6000만원까지 깎아놓고, 여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계약금 600만원을 들고 오라 불렀다. 그리고 그 땅의 용도 및 입지와 가격조건을 설명해 줬다. 여학생은 두 말없이 그 자리에서 돈 600만원을 내놓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집은 여러 번 사봤어도 땅을 사는 일은 처음이라 가슴이 뛴다고 하더라.
등기 넘기는 날,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마음이 든든하다고 답했다. 요즘 국민들 경제사정이 모두들 위 여학생과 다를 바 없다. 작고 값이 싼 것만 움직이는 세상이다.
올해 안에 부동산 거래해야
매물이 나온 지 1억 이하 토지는 2시간, 1억 초반대는 3시간, 2억이 넘으면 1주일 내에 팔린다. 반면 3억이 넘으면 3개월이 돼도 안 팔리고, 10억~20억원 되는 토지는 몇 개월이 가도 쿨쿨 잠을 자고 있다. 굵은 것이 한 건이라도 거래돼야 먹고 살 텐데, 만날 자잘한 것만 거래되다 보니 굶어 죽을 판이다.
진정한 투자자는 어려워져가는 시기에 눈을 돌리는 법이다. 1주일 간격으로 곧 경매 들어간다는 급급매물도 나온다.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눈썹에 불이 붙은 격이다.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인심 써가며 사게 되고, 파는 사람은 황천길에서 되돌아오는 셈이 된다.
이런 글을 읽으시면 당장 필자에게 전화해서 나도 그런 매물을 사달라고 하시겠지. 사 주고 싶어도 각자 받을 복이 다르기 때문에 그게 맘대로 안 되더라. 40년 동안 필자의 부동산 경력에 비추어 보면 흥정이나 계약현장에서 유달리 의심을 많이 하거나, 까다롭게 구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은 투자에 성공하는 것을 못 봤다.
부동산 투자도 순리대로 하는 것이다. 지금 부동산시장이나 경제사정은 연자방아를 돌리는 심정으로 대처를 해야 한다. 연자방아는 둥글고 넓적한 돌 위에 다시 둥근 돌을 세로로 세워 소나 말이 끌고 돌아갈 때, 곡식을 찧거나 가루를 만드는 방아다. 아주 힘이 든 작업으로 정미소가 나온 후로 없어졌다.
옛날 여러분들의 할머니나 할아버지 때는 연자방앗간이나 물레방앗간에서 처녀총각끼리 눈이 맞았다. 방아 찧는 일이 힘든 일이라 서로 도와주다보면 정이 들었던 것이다. 사랑은 “좋은 걸 함께할 때” 쌓이고, 정은 “어려움을 함께 할 때” 쌓인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 미국과 중국 간에는 한반도를 놓고, 자기편에 유리하도록 줄다리기를 하고 있고, 철딱서니 없는 북한은 '펑펑' 쏘아대고 있다. 샌드위치가 되고 있는 것은 한국이다. 이럴 때 이웃 간에 서로 도와주고, 상급자와 하급자간에 밀어주며 살아가자. 우리들이 사는 길은 오로지 뭉치는 길이다.
부동산을 사야 할 사람들 들으시라. 그리고 팔아야 할 사람들 들으시라. 평소 사려고 생각해둔 부동산이 있다면 지금 움직이고, 팔려고 계획한 부동산이 있다면 금년 내에 팔도록 노력 하자. “시원섭섭하다”는 말은 잔금현장에서 매도인이 하는 말이고, “결국 해냈다”고 하는 말은 매수인이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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