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 축산물에도 등급이 있고, 자동차 연비에도 등급이 있다. 지금은 사람에게도 등급이 있는데 왜 내 등급이 9등급이냐고 항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등급은 금융기관에서 정하는데 그 기준이 묘하다. 빚이 많다고 낮은 것도 아니고, 빚 한 푼 없이 사는 사람이라고 높은 것도 아니다.
여러분의 신용은 몇 등급이신가? 사람이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재산적 곤궁에 처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신용이 떨어져서 돈을 구할 수가 없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용은 생명줄과 같은 것임을 알고, 평소 남의 돈을 떼어 먹거나, 늦게 갚는 일이 없도록 하자.
甲乙 부부는 소도시에서 3년 동안 식당을 운영하였으나 장사가 되지 아니하여 친구 10여명으로부터 3-4천만 원씩 부채를 짊어지게 되었고, 5개 카드사로부터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쓰기도 했는데 그 빛도 7-8천만 원이 되었다. 보증금 6천만 원도 다 까먹고, 월세도 1년이나 밀렸으니 어찌해야 할까?
갑을 부부는 신용이 8등급으로 떨어졌다. 어디 가서 단돈 10원도 융통할 길이 없게 되자, 야반도주를 하여 시골에 몸을 숨겼다. 농사일을 거들다 직장이 생겨 갑은 월 150만 원씩을 받고 정미소에 취직을 하였고, 을 역시 월 150만 원씩을 받고 식당에 취직을 하였다.
그렇게 2년 동안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돈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갑을 부부는 관할 법원에 회생신청을 했다. 회생신청이란 내게 수입이 있는 범위 내에서 나누어 일정 금액을 채권자들에게 갚겠다는 법률용어이다. 법원에서는 모든 채권자들에게 통지를 보내어 의향을 묻게 된다.
채권자들의 입장에서는 돈을 다 떼이는 것보다 적게라도 나누어 받는 것이 낫기 때문에 1000만 원 받을 돈을 300만 원으로 줄이고, 월 얼마씩을 통장으로 받게 된다. 돈을 갚는 회생기간은 대개 3년으로 정하나, 5년을 넘지 않는 게 원칙이다. 갑을 부부는 5년 동안 열심히 돈을 갚았다.
5년이 지나면 갑을 부부는 신용이 1,2등급으로 돌아올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때부터 다시 예금이나 적금도 하고, 저축도 하며 대출도 적당히 쓰되 이자를 잘 내야 한다. 거래는 많아지고 연체하는 일 없이 5년 정도 잘 견디면 3-5등급으로 올라온다. 그러나 전과기록은 남게 된다.
따라서 회생신청을 하려면 안정된 직장이 있고, 일정한 수입이 있어야 한다. 혹자들은 직장이나 수입이 없음에도 빚쟁이 신세를 면하려고 무조건 회생신청을 하는 일이 있는데 이는 오히려 채권자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가르쳐 주는 일이 되어 바가지로 소송을 당하는 일이 일어나게 된다.
농촌에 숨었어도 직장이 없고, 월수입이 없는 사람들은 어찌해야 할까? 재산도 없고 갚을 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들을 위해 빚을 면해주는 제도가 바로 파산신청이다. 채권의 내역과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법원에 하소하면서 모든 빚을 면해 달라는 신청으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하시리라.
법원에서는 채권자들에게 통지를 보낸다. 이때 갑을에게 숨은 재산 또는 상속재산이 있다면 채권자들은 이를 법원에 신고하여 파산을 불허하라는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갑을이 정말 재산이 없고,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법원은 갑을에게 파산을 선고 한다.
갑을이 파산을 선고 받게 되면 1개월 이내에 면책을 신청하는 게 상례인데 면책이란 돈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법원의 결정이다. 나중에 갑을이 돈을 벌어 부자가 되더라도 채권자들은 법적으로 돈을 달라고 할 수 없다. 그 후 수년의 세월이 지났다고 가정하자. 세월이 지나면 갑을은 회생처럼 나중에 신용이 다시 돌아올까?
돌아오지 않는다. 한 번 가버린 신용은 다시 찾기 어렵고, 10년이 지나도 금융정보에 나타나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장사를 하고자 해도 믿어주지를 않기 때문에 금전거래가 어렵고, “저 사람 파산자”라는 꼬리표가 붙게 되면 동업자는 물론, 제 마누라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
파산선고를 받으면 본적지 신원증명 대장에도 등재 된다. 그렇다면 파산은 온갖 제약을 다 받게 되므로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생전 신용카드 한 장도 못 만들기 때문에 현금거래를 해야 하고, 언제 빚쟁이가 나타날지 몰라 남의 명의로 금전거래를 해야 한다.
신용은 재산이다. 신용을 잃게 되면 돈을 벌 수 없다. 특히 부동산은 신용 없는 사람에게 가지를 않는다. 요즘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기로 결정이 나자, 세계 경제가 어수선하다. 우리나라도 추경 포함해서 20조 원의 돈을 풀겠다고 하니 부동산시장이 좋아라고 침을 꿀꺽 삼킨다.
여유가 되면 작은 집도 사놓고, 작은 땅도 사놓자. 큰 것은 꼭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예로부터 집하고 여자는 작아도 좋고, 좁아도 좋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나 사람 속이 좁으면 같이 살 수 없다. 부동산상담을 하다보면 속 좁은 사람도 가끔 있더라. 오늘부터 가슴을 활짝 열고 속 넓은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