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근면 성실하고 마음씨가 착한 甲은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50년 전 압구정동 부잣집 김 영감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며 홀로 살았다. 그때는 부잣집 머슴 새경(요즘으로 따지면 일한 보수)이 1년에 백미 10가마 정도 됐다.
너무나 부지런하고 일을 잘 했었기에 김 영감님은 늘 甲의 근면성을 칭찬하며 오래토록 자기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도록 배려해 주었고, 장가까지 보내주었다. 갑은 행랑채에 신방을 꾸미고 연년생 또는 2년 터울로 애 여섯을 낳았다.
그러던 어느 날 김 영감님은 甲을 불러 20년 이상 머슴노릇을 잘 해줘 고맙다고 하면서 그동안의 머슴 새경으로 밭 스무 마지기를 떼어 주었다. 마지기 당 200평정도 되기 때문에 모두 4천 평정도 되는 땅이다.
갑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머슴살이를 청산한 후, 지금까지 오직 그 밭을 터전으로 열심히 농사일에만 전념해 오고 있고, 세월은 25년이 또 흘렀다. 오늘도 갑은 빌딩 숲으로 변해가는 압구정동 끝에서 밭 스무 마지기에 혼신의 힘을 다하여 농사일에 전념하고 있다. 김 영감님은 벌써 20년 전에 사망했고, 그 후손들은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했던 갑은 그저 25년 동안 자신이 경작하면서 소유하고 있으므로 자기의 유일한 재산으로만 여기고 등기도 하지 않은 채, 위 밭을 지켜오고 있었는데 허허, 이게 웬일인가?
갑자기 김 영감님의 장남이라는 A가 갑에게 찾아와 경작하고 있는 밭 스무 마지기는 자신의 선친 김 영감님의 땅이니 그 동안 임차료는 못 주더라도 그 땅에서 손을 떼고 돌려 달라하였다. 순순히 돌려주지 않으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엄포까지 놓으면서~
갑은 기가 막힌다. 분명 수년 동안 일한 새경으로 받은 밭인데 이제와 아들이 나타나 돌려 달라니 어찌해야 할까? 갑은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 있다. A는 깡패들을 보내 날마다 갑을 협박하고 있다. 갑은 법적으로 위 땅을 A에게 빼앗기게 될까, 아니면 완전하게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을까, 여러분이 변호사라면?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갑은 25년 전 김 영감님으로부터 위 땅을 증여받아 자기 땅으로 알고 경작해 왔으며 또 관리해 왔으므로, 위 밭 스무 마지기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즉, 시효완성으로 위 땅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시효란 일정한 상태가 계속되면 그 사실 상태를 존중해 주는 제도로서 “권리 위에 잠자는 자”까지 보호할 수 없다는 민법상의 규정이다.
부동산 취득시효는 “점유취득시효”와 “등기부취득시효”가 있다. 점유취득시효는 소유의 의사로 20년 간 평온 ․ 공연하게 점유하게 됨으로써 그 부동산을 취득하게 되는 것이고, 등기부 취득시효는 10년간 등기상 명의인으로 돼 있고, 점유하고 있음으로서 그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는 것이다.
바꿔 말해 소멸시효는 일정기간 자기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하는 제도이고, 취득시효는 일정한 기간 어떤 사실상의 점유상태가 지속된 경우 권리취득의 효과가 부여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갑은 김 영감님의 후손들을 상대로 점유취득시효완성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해 밭 스무 마지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확보할 수 있다. 혹시 A가 몰래 위 땅을 팔아 치울 수 있으므로, 갑은 일단 위 땅에 처분금지 가처분을 해 놓고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시골에 선산이나 전․ 답이 있었는데 도시로 이사 오는 바람에 가 보지를 못했거나,
설사 아는 사람에게 관리를 맡겼다 하더라도 이를 다른 사람이 20년 동안 경작을 하고 있거나, 관리를 하고 있다면 점유취득시효에 걸리는 수가 허다하다.
그런 땅은 대개 몇 대 위 선친들의 명의로 돼 있음이 보통이기 때문에 후손을 상대로 소송을 하려면 복잡하고, 그 후손들을 찾을 수 없어 특별조치법에 의해 등기를 이전하는 수도 있다.
매년 도지(연세나 월세)를 받고 있으면 몰라도 그곳 사람들은 “우리 땅임을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믿고 넘어가다는 점유취득시효로 땅을 잃는 수가 있고, 특별조치법도 원인무효가 되지 않는 이상 땅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음을 참고하시라.
-민법 제245조-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부동산의 소유자로 등기한 자가 10년 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선의이며 과실 없이 그 부동산을 점유한 때에는 소유권을 취득한다.
-판례- 대법원 1974.2.12. 73다 557호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소유재산으로서 그 행정목적을 위하여 공용되어 있는 부동산은 공용폐지처분이 없는 한 사인의 점유로 인한 소유권 취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대법원 1996.11.12.
자주점유라 함은 소유자와 동일한 지배를 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하는 점유를 의미하는 것이지 법률상 그러한 지배를 할 수 있는 권원 즉, 소유권을 가지고 있거나 또한 소유권이 있다고 믿고서 하는 점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