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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투자자의 명함
사람은 각자 직업이 있다. 부동산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의 직업은 뭐라고 해야 할까? 여자는 복부인이고, 남자는 복남자라고 해야 하겠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요즘은 점잖게 부동산업이라고 하더라. 또는 부동산 개발업, 부동산 매매업, 부동산 컨설팅업 등 그 호칭도 다양하다.



어느 지방에 도둑질을 전문으로 해서 먹고 사는 30대 가장이 있었다. 밤을 새워가며 도둑질을 하기에 주로 낮잠을 즐겨 자는 편이다. 어느 날도 곤하게 잠을 자고 있는데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아버지를 깨우기 시작했다.

“아빠, 이거 써오랬어. 빨리 써줘”



가정통신문이다. 주소 쓰고, 아빠 이름 쓰고 나니 그 다음은 아빠 직업란이다. 도둑은 직업란에 뭐라고 써야 할까? 한참 궁리 끝에 “귀금속 운영센타 사장”이라고 썼다. 아들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귀금속 운영센타가 뭐야?”

“응, 귀걸이. 목걸이. 팔찌 파는 회사야”

선생님은 아빠 직업이 주식회사 사장쯤 되는 걸로 알고 있을 것이다. 도둑이 사장이면 부동산투자자는 명함에 뭐라고 써야 할까? 회장쯤 써야 옳지 않을는지?



호칭이야 어떻든 간에 여러분들께서는 모두 부동산 사장님이나 회장님이 되시라. 부동산투자는 혼자 하는 사업이기에 자영업 사장님이 맞다. 그러나 부동산을 다루는 사장님이 되시려면 한 가지 사실만은 꼭 알고 있어야 한다. 그 한 가지 사실은 중심과 외곽을 구별하는 일이다.



이런 이치는 물고기도 아는 사실이다. 고전인 노자에 어불가연(魚不可淵)이라는 글귀가 있다. 물고기는 깊은 연못을 벗어나지 않는 게 좋다는 뜻이다. 잘못 놀다 개천으로 가게 되면 그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게 된다.



중심과 외곽~ 그런데 이게 양면성이 있다. 외곽으로 가야하는데 중심을 고집하다가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중심에 있어야 하는데 무리하게 외곽으로 갔다가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다.



중심이냐, 외곽이냐의 판단은 그때그때의 경제사정과 부동산시장에 따라 다르다. 중심일지라도 슬럼화가 돼 가면 외곽으로 빠져야 하고, 외곽일지라도 개발이나 발전가능성이 없으면 중심을 고집하는 게 옳다.



자동차도 잘 다니지 않은 변두리에 가게 딸린 집 사놓고,

“집산지 2년이 됐는데 값은 그대로 있고 대출이자만 물고 있습니다. 장사도 되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팔아야 할까요? 좀 더 가지고 가면 시세가 오를 수 있을는지?”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결국 입지선정에서 실패를 했다고 봐야 한다. 시세의 오름을 목적으로 가게 딸린 주택을 구입했다면 비싸더라도 도심에서, 즉 깊은 연못에다 터전을 잡았어야 했음에도 외곽 개천으로 빠져버렸기 때문에 오르기는커녕 값은 그대로 있게 된 것이다.



도심이란 꼭 서울 어느 곳이나 수도권 어느 곳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방도시뿐 아니라, 시골 면소재지라도 오를 곳은 따로 정해져 있다. 산골마을에도 마을 앞 개똥밭은 언제나 값이 비싸지 않던가? 그 곳이 바로 그 지역의 깊은 연못이다. 어느 지역, 어느 지방이나 투자를 해야 할 심장부는 딱 정해져 있다.



물론, 허허벌판이 하루아침에 개발의 바람이 부는 호재들도 있고, 민둥산이 상전벽해가 되어 공장이 들어서기도 하지만 그건 개발로 인한 호재일 뿐이고, 그로 인해그곳이 투자의 심장부가 된다면 그때부터는 바로 거기에 투자를 하는 게 옳다. 개발이 진행 중인 지역에서도 어느 선까지 외곽일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너무 먼 장래를 장밋빛으로 계산하거나, 떠도는 소문에만 의존한 나머지 막연한 기대로 투자하는 일도 옳지 않다. 안전진단이 떨어진 재건축도 10년 가까이 걸리는데 소문만 무성한 개발이 어찌 단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겠는가? 최소한 삽질이 시작되는 개발지에 투자함이 원칙이다.



이곳에 뭐가 들어온다, 뭐가 지나간다는 말은 어느 지역에나 다 있는 말이다. 돈만 투자해 놓고, 어영부영 10년 세월이 흘러버릴 수도 있다. 특히 외곽이 빨리 식고 더디 더워지는 일은 부동산시장에서 늘 있어온 일이기에 부동산투자에는 장기와 단기를 잘 구분해야 한다.



부촌의 상징인 고급빌라나 타운하우스는 시세상승보다는 쾌적성과 사생활보호 등 삶의 질이 주목적이므로 주로 역세권과는 거리가 먼 곳에 있다. 인프라 또한 약한 곳에 자리하고 있기에 투자로는 옳지 않다. 너무 물이 맑거나 청정한 곳은 고기가 모여들지 않듯이 부동산도 그런 곳은 시세상승이 약하고 거래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향의 전. 답은 경작이 주목적이다. 그런데 경작은 하지 않고 시세상승이 있어주기를 기다린다면 잘 못된 투자로 봐야 한다. 물론, 물가가 오르고 화폐가치가 떨어져 실물자산의 명목가치가 높아지게 되면 값은 불어나겠지만, 그리되지 아니한 곳도 있다. 오를 때는 전. 답만 오르던가? 가건물이나 포장마차도 오르지,



경기가 어려울 때는 중심지역에서 놀자. 경기가 좋을 때는 외곽으로 여행을 가는 게 옳다. 지금은 어떤가? 주택은 중심지에서 사거나 갈아타고, 수익성 건물이나 토지는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외곽으로 가야 한다. 부동산투자는 늘 새로운 길을 따라가야 먹잇감이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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