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은 침체가 되면 활성화대책이 나오고, 값이 오르면 규제대책이 나온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매년 몇 차례씩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어느 해는 서른 두 번이 나와 나중에는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
자유주의 경제시장은 시장의 원리에 따라 물 흐르듯 흘러가야 함에도 부동산시장만은 왜 그렇지를 못할까. 집값은 서민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내수시장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 국가의 간섭이 필요하기 때문이리라.
지난 8월25일에는 가계부채 대책이 나왔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중 약 절반이 아파트 신규분양에 따른 중도금 대출이고 보니 이를 줄이기 위해 주택공급량을 줄이기로 했다. 집 없는 사람은 또 걱정이다.
공급량을 줄이면 그렇지 않아도 오르고 있는 집값이 더 오를 텐데 어찌해야 할까? 그냥 모른 채, 이대로 놔둬 버리면 가계부채가 늘어나 서민들의 짐이 더 무거워질 게 뻔하고~ 옛날 영화에 애인과 선생을 좋아하는 처녀의 입장이다. 즉, 사랑을 따르자니 스승이 울고, 스승을 따르자니 사랑이 우는 모양새다.
대책이 나오자마자 “공급량을 줄이면 앞으로 집값은 더 오르지 않을까요.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는지?” 라는 질문이 쏟아진다. 그러나 필자는 앞으로 공급량을 줄인다고 해서 집값이 더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현재까지 분양을 하고 있거나, 사업승인을 받아 놓고 있는 신규분양은 밀어내기 분양이다. 공급물량을 줄인다 해도 공공분양에 그치고, 민간분양은 줄어들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 줄여봤자 물량이 적어 값이 내릴 정도는 아니다. 이미 분양했거나,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물량은 70만 가구에 이른다. 엄청 많은 물량이다. 이 물량을 다 소화하려면 앞으로 5년 동안 집짓지 않아도 된다.
2) 공급량을 줄인다고 하면 심리적 불안 때문에 잠시 지역에 따라 오를 수 있다. 그러나 값이 올랐다는 느낌이 들면 수요자는 발길을 외면하게 되고, 값은 내리게 된다. 값이 약간 내렸다고 해도 더 내릴 것을 기대하고 한정된 수요자는 구매를 하지 않는다. 자칫 시장은 침체기에 이를 수 있다. 집을 살 사람들은 그때 사는 게 옳다. 그때는 2018년 하반기부터다.
이번 대책에는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분양권전매제한강화 등 핵심정책이 빠져있다. 스승을 울리지 않기 위해서다. 부동산시장이 울게 되면 내수에 빨간불이 켜진다. 가뜩이나 경제사정이 어려운데 부동산시장까지 침체되면 어찌 되겠는가.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치는 격이 되겠지.
하지만, 공급량을 조금만 줄여도 단기차익을 보는 가수요는 훨씬 줄게 된다. 그래서 LH가 공급하는 공공택지도 줄이고, 미분양 우려지역에 짓는 아파트는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해주는 분양에 따른 보증도 해주지 않기로 했다. 가계부채를 억제하면서 부동산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묘안이다.
근래 가계부채를 짊어지면서까지 집을 사는 이유를 알고 가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돈을 많이 풀었고, 그 돈이 결국 부동산시장으로 몰려 세계적으로 평균 48%의 값이 오르게 된 것이다. 미국. 영국. 그리스. 스페인. 캐나다. 홍콩 등 모두 그렇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럴 때 파는 일은 괜찮지만, 사는 일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오르막 뒤에는 내리막이 있고, 부동산시장은 내리막에서 실패를 하기 때문이다. 가계 빚 잡자니 부동산이 울고, 부동산을 잡자니 내수가 우는 형국이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워도 되는 곳은 되는 것이 부동산이다.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1순위 청약률이 100대 1이다. 200만 원내지 300만 원 월급쟁이는 생전 살아도 그런 아파트에 청약할 수 없다. 150만 원짜리 월급쟁이가 돈 1억을 모으려면 죽을 때까지 숨 안 쉬고 모아도 모을 수 없고, 200만 원짜리 월급쟁이는 42년을 모야야 1억을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긴 여행도 첫걸음에서 시작된다. 차근차근 잘 밟고 올라가노라면 당신도 언젠가는 100대1아파트에 청약할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부동산이나 가계부채가 아니고, 낮은 출산율이다. 여자 4명이 아기 5명을 낳는 꼴이다.
여자 1인당 1.24명의 출산은 세계에서 꼴찌다.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집을 공짜로 준다 해도 살 사람이 없다. 인구가 없으니 가계부채도 늘어날 이유가 없다. 처녀들은 직장핑계, 주택핑계, 가정핑계 대면서 아예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노후대책으로 평택까지 땅을 사러 오는 40넘은 처녀도 있다.
“10년 앞을 내다보고 2억 정도 투자할 노후대비 땅 좀 추천해 주세요.”
“노후대비? 나이가 몇인데요? 아직 처녀 같은데~”
“네, 맞아요, 처녀예요. 마흔다섯~”
“마흔 다섯 된 처녀가 시집은 안가고 노후대비 땅을 산다?”
“처녀가 땅 사면 안 되나요? 시집 안가고 혼자 살래요.”
“혼자 사는 것 보다 결혼하는 게 더 좋던데~ 그러지 말고 땅은 1억5천만 원짜리를 사고, 나머지 5천만 원은 결혼밑천으로 사용하시죠? 시집가서 덜렁 쌍둥이나 낳으면 1억5천 주고 산 땅이 4억5천쯤 될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