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초창기인 1970년대에는 대개 5층 아파트를 지었다. 그 후 10년이 지난 1980년대에는 12층으로 지었고, 1990년대에는 15-18층으로 지었으며 2000년대에는 20-30층, 2010년대에는 30-50층으로 짓고 있다. 10년 단위로 약 10개 층을 높이 짓고 있는 셈이다.
왜 자꾸 높이 짓고 있을까? 첫째는 정해진 면적에 많이 짓기 위함이고, 둘째는 수요자가 높은 층을 선호하기 때문이고, 셋째는 높을수록 조망권이 확보되어 분양하기 쉽기 때문이리라. 따라서 높은 층과 낮은 층은 거래대금에서도 차이가 있는 게 현실이다. 여러분들은 아파트 몇 층에 살고 계시는가?
높은 층은 공기가 맑아서 좋고, 여름에 시원해서 좋고,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 않고 조용해서 좋은 점이 있다. 낮은 층은 겨울에 따뜻해서 좋고, 오르내리기 편해서 좋고, 단지조경을 즐기며 운동하는 재미가 있어 좋다. 높은 층이나 낮은 층이나 일장일단은 있다.
장단점을 어느 정도 커버하는 게 중간층이라는 로열층인데, 그렇다면 50층 아파트에서 중간층인 25-30층은 높다고 봐야 할까, 낮다고 봐야 할까? 아파트 1개 층의 높이를 2.7미터로 봤을 때 30층이면 81미터이므로 낮은 높이라고 볼 수는 없다. 81미터를 높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낮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기에 각자 취향에 맡길 따름이다.
키 큰 사람은 선반위에 얹어 놓은 물건을 내리기 좋고, 키 작은 사람은 땅에 떨어진 동전을 줍는데 편하다는 비유나 다름없으리라. 그러나 풍수학적으로 보면 사람은 땅과 인연을 같이 한다는 대목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사람은 땅 기운 즉, 지기(地氣)를 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풍수에서 묘 자리는 음택(陰宅)이라 하고, 집 자리는 양택(陽宅)이라 한다. 지금은 화장 문화가 발달하여 사실상 음택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봐야 하겠지만, 양택은 갈수록 이를 더 중요시 여기고 있다. 아파트 분양현장에서 볼 수 있는 배산임수(背山臨水), 금계포란(金鷄抱卵)등 단어도 풍수에서 따온 말이다.
주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과 햇볕이다. 바람은 아무렇게나 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길이 있다. 그 길을 막아버리거나 잘못 돌게 하면 건강을 해치게 된다. 2005년경부터 아파트 많이 지으려고 타워형(탑상형)으로 짓는 아파트는 바람의 흐름에도 문제가 많지만, 향(向)이 동이나 서를 향하여 일조량에도 문제가 많다.
높은 집은 아파트에만 있는 게 아니다. 언덕 위에 있는 집, 산 중턱에 있는 집도 지형에 따라 높은 집이 될 수 있다. 건강한 노인이 하룻밤 사이에 원인도 모르게 죽었다고 하면 그 집은 대개 높은 집이다. 필자는 12층 이상 아파트를 높은 집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부동산 상담 때 높은 층은 권하지 않는다.
왜 건강한 노인이 하룻밤 사이에 이유 없이 죽었을까. 풍수는 바람과 물이다. 높은 층에서는 바람이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많다. 따라서 노약자나 환자는 높은 집에서 살면 감기가 그치지 않고, 불의의 심장사고나 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겨울에 높은 층의 문틈 바람은 칼바람임을 아시라.
낮은 집은 수맥이 문제다. 마당에 항시 이끼가 끼거나, 기둥이나 벽의 색이 쉽게 변하면 습기가 많은 집임을 감지해야 한다. 아파트 낮은 층은 어둡다. 하루 4시간 이상의 일조량이 부족하거나 1층 정원에 습기가 가득한 집은 피하는 게 옳다. 신경통을 비롯해서 허리. 다리 안 아픈데 없게 된다.
노인에게 남향 방을 쓰게 하면 너무 훤해 잠을 못자고, 북향 받을 쓰게 하면 바람이 무섭다. 바람을 잘 막고 머리를 동향으로 두는 게 좋다. 학생에게 방을 줄 때, 남향 방을 주면 공부 망친다. 정신이 산란해서~ 북향 방을 주되 조명을 밝게 해주고 소란스러움이 없게 하는 게 좋다.
부부방은 어느 방향으로 돼 있는 방이 좋을까? 1개월 동안 마누라 옆에 가지도 않은 남자가 있고, 남자가 곁에 올까봐 허리 아프다고 엄살 피우는 여자도 있다. 남향 방을 쓰되 꼭 엷은 커텐을 사용하고, 머리는 동향이나 남향으로 두는 게 좋다. 침대를 사용하느냐 마느냐는 각자 취향이지만, 안 쓰는 게 좋다.
요즘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지진이다. 경주에서 고층 아파트에 살다가 지진을 만난 어느 부인은 얼마나 놀랬는지 서울 시가집에 피신 온 후 아직도 내려가지 않고 있다. 지금 당신이 있는 방에 가구가 흔들리고, 전등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보시라. 30층에서 1층까지 피신하는 시간이 1년보다 더 지루할 것이다.
그러나 낮은 층은 지진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은 내진 설계가 잘 되어 높은 층이라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진이 일어났을 때 흔들리는 체감은 엄청 다르다. 어린이들의 건강도 생각해야 한다. 아파트 1층에서 6층 사이에서 사는 어린이들은 건강하다. 늘 오르내리면서 운동을 하니까,
인간이 아무리 큰 소리를 치고, 달나라를 왔다 갔다 해도 자연의 재해 앞에는 초로(草露)와 같다. 지금은 사람끼리도 사는 게 전쟁이다. 가습기. 샴푸. 치약. 식기세척기. 물티슈 등 어느 것 하나 마음 놓을 것이 없다. 마음을 가다듬고 자연의 이치대로 살자. 그래야 50세 된 사람은 후반전 50년을 더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