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달이라도 초저녁에 뜨는 반달이 있고, 새벽에 뜨는 반달이 있다. 같은 반달일지라도 그 의미는 전혀 다르다. 초저녁에 뜨는 반달은 보름달이 되기 위한 반달이고, 새벽에 뜨는 반달은 초승달이 되기 위한 반달이다. 여러분들이라면 언제 뜨는 반달이 되기를 원하시겠는가?
부동산을 사야 할 사람들은 지금 떠있는 달이 더 이지러진 달이 되기를 원할 것이고, 팔아야 할 사람들은 차오르는 달이 되기를 원할 것임은 불문가지이리라. 그러나 살아봤으면 알겠지만, 세상일이 내 맘대로 되던가. 내 맘대로 안 되기 때문에 지혜로 살아가는 게 사람이다.
지혜 있는 사람들은 자연의 이치에서도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이 있다. 갑자기 두꺼비가 마당에 기어 나오면 비가 올 징조이고, 아파트 단지에서는 비둘기가 보이지 않으면 비가 온다. 달무리가 심하면 가뭄이 들고, 연기가 마당에 깔리거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리를 주물러 달라하시면 비가 온다.
처녀가 양 볼이 붉어오면 시집갈 때가 된 것이고, 과수댁이 엉덩이를 흔들어 대면 외롭다는 뜻이고, 노총각이 하늘을 자주 쳐다보며 헛기침을 하면 처녀가 그립다는 뜻이고, 윤정웅 교수가 부동산시장이 안 좋다고 하면 값이 내려간다는 뜻이다. 앞으로 부동산시장은 이지러지는 반달이 될 것이다.
지금 전국적으로 아파트시장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신규분양시장에도 발길은 끊겼고, 기존주택시장도 한가하기가 노들강변 봄버들이다. 2017년과 2018년 입주물량이 워낙 많아 입주할 사람도 걱정이고, 집을 사야할 사람도 걱정이다. 물론, 돈이 없어 사고 싶어도 못사는 사람이 많겠지만,
한쪽에서는 집이 없어 걱정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집이 남아돌아 걱정이다. 집 없고 직장 없는 청년은 결혼도 못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혼사 말이 오고갈 때 집하고 직장은 안 묻는 게 예의란다. 둘이 좋으면 그냥 만나서 쪽방이라도 살면 될 터인데 그럴 처녀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요즘 주택시장엔 5대 악재가 휘몰아치고 있다. 5대 악재란 입주물량 증가, 거래감소, 대출규제강화, 금리인상, 경기침체다. 아파트 인허가 물량을 보면 뒤로 나자빠질 지경이다. 2015년 76만호, 2016년 70만호, 2017년 60만호로 3년 동안 200만호를 웃돈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어디든지 아파트다.
문제는 빈집이다. 지금 전국의 빈집은 106만 9000가구라는데 절반은 서울과 수도권에 있고, 절반은 시골 고향에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빈집은 나중에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되면 들어가려고 우선 집을 비워놓고, 전세나 월세로 사는 사람들의 집이고, 시골은 그냥 비어 있는 집이다.
집이 없어 쪽방에 살고, 원룸에 살고, 세어하우스(침실만 자신의 공간이고 거실이나 화장실 등은 공동으로 쓰는 집)에 사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데 집이 비어 있다니 이건 뭐가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2035년에는 148만 가구, 2050년이면 302만 가구라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할까?
경기가 좋지 않아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포기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자영업자가 하루에 3000명 생기고, 하루에 2000명이 사라지는 세상이 되었으니 어제는 사장이고, 오늘은 무직자다. 이제는 전문지식이 없거나 사업에 뚜렷한 노하우가 없으면 돈만 없애고 망하기 딱 좋은 세상이다.
나이는 노후에 접어드는데 가진 것은 없다. 엊그제는 65세부터 노후가 시작되었으나 지금은 70세라야 노후가 시작된다. 그만큼 연령이 길어진 것이다. 노후세대에게 몇 살을 노인으로 보느냐고 물었더니 70세라는 대답이 78%였다. 곧 70세부터 노후세대로 인정되는 법이 개정될 것이니 그리 아시라.
근래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이 있다. 지난 10년 동안 고개도 들지 못했던 중대형 아파트들이 아침 이슬에 꽃망울을 터트리듯 고개를 들고 있다. 값은 중소형이나 별반 다를 바 없고, 대개 좋은 자리에 있으며 신규분양들이 모두 중소형이 돼버려 큰 집을 찾는 사람들이 갈아타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신규아파트 분양에서 대형아파트 청약률이 가장 높았다. 이제는 중소형 아파트가 운명을 다한 것이다. 아니 실수요자들이 거의 집을 마련했고, 그동안 중소형아파트만 너무 많이 지었다고 봐야 한다. 당신도 살다보면 언젠가 나도 큰 아파트에서 한 번만 살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할 때가 올 것이다.
“집값이 내려가기 전에 큰 것을 팔고, 작은 집으로 옮길까요?”라고 묻는 질문자들이 많다. 2008년 이후 신규분양은 중소형만 지었다. 평면 구조야 갈수록 좋아진다고 하겠지만, 큰 집은 나름대로 살기가 좋다. 행여 팔고 작은 집으로 옮기지 마시라. 큰 집에 “쨍”하고 볕들 날이 있을 것이다.
부동산시장이 내리막길을 걷게 되면 양극화가 심해진다. 값이 오른 곳도 있지만, 대부분 내리는 곳이 많아진다. 시중에 돈은 여유가 있기 때문에 상가 등 수익성 시장은 강보합세가 될 것이고, 토지시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당한 거래가 있을 것이다. 물론, 값도 오를 것이고,
금년 부동산시장의 화두는 1)집값은 내릴 것이다. 2)양극화가 심할 것이다. 3)상가와 땅값은 오를 것이다. 4)빈집이 늘어간다. 5)금리가 오른다. 등 여러 가지가 많다. 어찌됐건, 앞으로 부동산은 개발과 이익의 중심에서 분배와 실수요자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설사 금년 한해 집값이 내린다 해도 장기적인 면에서는 오른다고 봐야 하고, 그게 바로 인플레를 방지하는 부동산의 특성이다. 남는 집 사기보다는 상가나 토지에 돈을 묻어야 인플레 방지에 더 효과적일 것이다. 땅은 귀신이 잘 안다. 아무리 잘 알아도 못 파가는 게 땅이다. 땅은 꼭 장기적으로 접근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