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한동안 뜸해질까? 4-5년 동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더니 한두 달 전부터는 잠잠해지고 있다. 오르고 또 오르다보니 보증금 총액은 450조, 월세보증금 총액은 67조 원, 합계 517조 원이다.
전월세보증금은 서민들의 입장에서 피 같은 돈이다. 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회수에 사고가 생기면 인생마라톤은 출발선을 다시 가서 뛰어야 한다. 필자도 전월세살이 할 때 그 돈 못 받을까봐 가슴이 조마조마 하더라.
전월세보증금이라는 게 임대인 입장에서는 자칫 엿장수 마음일 수 있다. 또 다른 임차인이 새로 들어와야 돈을 빼주는 게 상례가 돼버렸기에 본의 아니게 기존 임차인은 돈을 받지 못해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볼 수 있다.
세가 나가건 안 나가건 임대인으로서는 정한 날짜에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당신이 임대인이라면 반환의무에 어김이 없도록 하시라. 그리고 기한 한 두 달 빠르거나, 늦었다고 수수료를 임차인에게 부담시킴은 옳지 않다.
전월세보증금은 빚이다. 임차인이 사는 동안 유용하게 썼으면 나갈 때 반환할 돈이다. 그러나 임차인 입장에서는 자산이다. 임대인의 부동산을 점유하여 이자 대신 살았으므로 원금만 돌려받는 돈이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면 내 집 마련 계획이 비틀어지고, 평생 동안 부동산 재테크에 차질이 있게 된다.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는 임차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전월세 보증금 517조 원은 가계부채 1,300조 속에 들어가지 않은 돈이다. 가계부채 1,300조가 터지게 되면 보증금은 불바다가 된다. 대출받고, 보증금도 있는 원룸이나 다가구는 조심 또 조심할 일이다.
집값이 내려가면 집이 있는 사람도 걱정, 전월세를 사는 사람도 걱정이다. 집값이 내려가면 빚만 남게 되고, 보증금도 내려 회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11.3 부동산대책이 시행된 후 100여일이 지난 현재 주택시장은 비 오는 달밤이다.
비 오는 밤에 우산도 없이 혼자 걸어봐라. 얼마나 서글픈지, 제대말년에 여친 찾아 갔더니 소리 소문 없이 고무신 바꿔 신었더군. 날은 어두워지는데 추적추적 비는 내리고, 배에서 “쪼르륵”소리가 날 때, 인생 서글프더라.
요즘 아파트 청약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경쟁률도 한 자리 수로 떨어졌다. 서울의 일부 아파트는 내 집 마련 추첨까지 가서야 계약이 이뤄지기도 한다. 대출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의 급증세도 제동이 걸렸다.
아파트 값 상승세를 이끌던 강남 4구 재건축은 1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부산과 서울 일부지역을 제외한 기존 아파트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하락 장세는 대개 2-3년을 가야 회복세를 탈 수 있다.
부동산시장이 갑자기 식어지는 이유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 때문이다. 소유권이전등기까지 전매금지. 1순위 자격요건 강화. 재당첨 제한. 중도금대출 발급요건 강화 등 걸리는 게 많아 실수요자들까지 시장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노무현정부 때부터 수요와 공급이 안 맞아 늘 불균형을 유지하던 시장이 최근 2-3년 동안 균형이 맞아가려 하자, 정부가 지레 놀라 찬물을 끼얹는 바람에 시장은 멈춰 섰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빚 얻어 집을 산 사람들의 걱정이 크다.
이 세상에 머무는 것은 없다. 부동산시장도 1년에 몇 번씩 바뀐다. 부동산시장의 오르내림을 지역별로 잘 예측하는 사람은 돈을 벌게 돼있다. 집이 없는 사람은 값이 내릴 때 집 살 준비를 하고, 100억 부자가 되고 싶거든 어서 땅을 사자.
부동산투자는 무엇보다 자신의 결정이 중요하다.
어린 꼬마가 참새를 잡아 가지고 놀다가 스님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스님을 골탕 먹이기 위해 장난을 걸었다.
“스님, 제가 이 새를 날려 보내겠습니까? 죽이겠습니까?” 꼬마는 속으로 스님의 말과 반대로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스님이 그 속내를 모를 수 있겠는가.
“그 새를 살리고 죽이는 건 네 맘이다.”
마찬가지로 전문가가 부동산 사라한다고 사겠는가. 다 자신의 마음이겠지. 전월세 살이가 징그럽거든 2018년 이전에 집을 사고, 투자로 사려면 2019년에 사고, 토지와 상가는 지금 사시라.
이 쪽에 살까? 저 쪽에 살까? 집을 살까? 땅을 살까? 헷갈리시겠지?
어떤 남녀가 사랑을 속삭이기 위해 동산에 올라 좋은 자리를 찾아 앉았다. 앉아서 보니 좀 더 위쪽이 좋아 보여 그 자리로 옮겼다. 그런데 이번엔 오른쪽이 훨씬 더 아늑해 보여 다시 그 자리로 옮겼으나, 처음에 앉았던 자리가 제일 좋게 보였다.
부동산투자도 같은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사림이 추천하는 곳, 개발이 확실하거나 진행 중인 곳, 가격이나 가치에 후회하지 않을 것 등 조건을 따져 평생 따뜻한 방석이 돼줄 부동산에 투자하자.
투자를 앞에 놓고, 마음이 흔들리는 건 흔들리는 배를 타는 것과 같다. 그러나 앉은 자리가 내 자리다. 자리를 잡으면 그 자리가 좋은 자리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사랑과 돈이 익어가는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